성평등 인식 여전히 낮아
‘실용’과의 발전적 결합을

언제 다사다난하지 않았던 한해가 있었는가만은 2007년을 마무리하고 새해를 돌아보는 이즈음은 특별히 더한 것 같다. 몇가지 소회로 포럼을 대신할까 한다.

여성정책은 이제 새로운 성찰이 필요하다.

국회 여성가족위원회와 여성가족부는 각각 6년과 7년이라는 아주 짧은 기간 동안 여성정책의 중요한 골격을 세워왔다. 이를 위해 여성단체들과 관련분야의 전문가들이 함께 한 헌신과 유대는 세계적으로도 훌륭한 것이다. 그런데 최근 차기 정부 조직개편 논의를 둘러싼 담론들 속에서 여성정책이 나아갈 길은 험난해 보인다. 성평등문제는 우리 사회에서 아직 보편적 주제로까지 나아가지 못했다. 기실 성평등문제를 중요하게 보지 않는 것 자체가 성평등 인식수준이 낮은 데서 기인한다. 때문에 일부 행정학자들은 성평등을 마치 일부 여성 대상 정책으로 아직도 오인하고 있다. 여성국회의원이 45%에 달하고. 세계적으로 성평등 국가로 알려진 스웨덴 국민들이 가장 중요하게 생각하는 문제 중 하나가 성평등문제라고 한다. 성평등 정책이 국민들의 피부에 와닿지 않았다면 더 좋은 접근방법을 찾아야 한다.

너무나도 당연한 말이지만 법과 정책은 공익 우선의 원칙이 적용되어야 한다. 민주주의 발전과정에서 우리 사회에 새롭게 도입된 거버넌스는 입법과 정책 수립과정에 있어서 국회·사법부·행정부·전문가·NGO·시민들 간에 의미 있는 공론의 장을 만들어냈다. 그러나 동시에 이 과정에서 큰 목소리나 물리력 또는 파워 네트워크의 활용을 통해서 민주적 의사결정이 무화되거나 사익이 공익의 진전을 어렵게 한 경우가 적지 않았던 것도 사실이다. 분명한 것은 법이 특정한 집단이나 개인의 소유물이 될 수 없다는 점이다. ‘우리 법을 왜 다른 집단이 건드리는가’라는 사고방식은 있을 수 없다. 법을 통해 기득권을 보장받으려는 사고가 허용되어서는 안된다.

내년 봄에 들어설 새 정부는 자신의 별칭을 ‘실용정부’로 하고 있다. 혹자는 실용세력이 우리나라에 이미 구축되어 있어서 이 세력이 ‘흑묘’든 ‘백묘’든 선택을 한 것으로 분석하기도 한다. 정책에 있어서 ‘실용’이 무엇을 의미하는지는 흥미로운 분석주제이다. ‘실용’이 적어도 세간의 주목을 받고 있는 이유는 자유, 평등, 평화, 지속가능성 등 우리 사회의 주요 가치에 대한 논의가 일상의 삶과 언어 속에 충분히 대중적으로 녹아들지 못하고, 이데올로기와 진영의 논리에 부유하여왔기 때문이 아닐까 싶다.

하지만 ‘실용’도 그것이 결합하게 되는 가치가 있다. ‘실용’이 반(反)관료주의와 결합한다면 그것은 조직의 허례허식과 조직 이기주의를 뛰어넘는 합리적 선택이 될 수 있다. 때문에 잊지 말아야 할 것은 누구를 위한, 어떠한 가치와 연관된 ‘실용’인가를 여전히 되물어야 한다는 점이다. 가치의 중요성은 바로 ‘실용’이 가치를 배제할 때 빠질 수 있는 또 다른 포퓰리즘을 극복하는 방향타이기 때문이다. 실용이 단지 손에 만질 수 있는 물자가 많아 편리해지고, 보기 좋은 건축물이 많아 내 눈으로 직접 확인될 수 있는 것들만이 진실이라는 것을 의미한다면 지금까지 우리 사회에서 어렵게 성장해온 귀한 가치들이 힘을 잃고, 사회 구성원들 사이에 물질에 대한 쟁투와 양극화가 더 가속화될 수도 있다.

때로는 환경을 위하여 물질적으로 불편할 수 있으며, 때로는 성평등을 위하여 이전에 들이지 않았던 비용을 더 들이기도 해야 한다. ‘실용’ 그 자체가 절대적인 가치기준으로 놓이게 될 때 미래는 더 왜곡될 수도 있음을 경계해야 한다. 앞으로 ‘실용’이 좋은 가치들과 결합해, 이 가치들의 정착 방법론으로 발전적인 방향에서 사용되기를 기대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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