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성정치인 웃고, 여성비정규직 울고
남북 여성계 정부차원 첫 만남 가져
그동안 비정기적으로 민간교류를 이어왔던 남북 여성계가 7년 만에 다시 열린 ‘2007 남북정상회담’(10월2~4일)에서 정부 차원의 첫 만남을 가졌다. 또 노무현 대통령을 수행할 특별수행원으로 정현백 한국여성단체연합 공동대표, 김화중 한국여성단체협의회 회장, 김홍남 국립중앙박물관 관장 등 3명의 여성계 인사가 방북 길에 올랐다.
가장 큰 성과는 지난 2000년 1차 남북정상회담 때와는 달리 여성의제가 공식 분과에서 논의됐다는 점이다. 남북 여성계는 회담 이틀째인 10월3일 평양 인민문화궁전에서 간담회를 갖고 남북 여성의 활발한 교류를 위해 정기적인 모임을 가질 것을 비롯해 ▲모자보건 및 영유아 지원사업 ▲일본군 위안부 문제 공동조사사업 ▲여성관련 법·제도 공동조사 및 연구 등의 의제를 논의했다.
이번 남북정상회담을 계기로 남북 여성간의 지속적 교류를 위한 정부 차원의 창구가 마련돼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다. 전문가들은 통일과정에서 여성의제를 지속적으로 풀어가기 위한 ‘남북교류여성협의회’(가칭)를 구성할 것을 제안하고 있다.
2. 제17대 대선 여성 정치인들 대약진
중견정치인 도약 ‘여성대통령’ 예고
올해 17대 대선에서는 그 어느 때보다 여성정치인들의 활약이 두드러졌다. 헌정사상 가장 많은 여성들이 대권에 도전했고, 비록 본선에는 진출하지 못했지만 당내 경선과정에서 정치역량을 검증받으며 중견정치인으로 발돋움하는 등 향후 ‘여성대통령’ 탄생의 기반을 다졌다는 평가를 받았다.
이같은 ‘대선 여풍’의 선봉에는 박근혜 전 한나라당 대표가 있었다. 그는 당내 경선에서 아깝게 고배를 마셨지만 이명박 후보와의 표차가 1.5%포인트에 불과했다. 이후 본선과정에서도 그의 말 한마디에 이명박 후보의 지지율이 소폭 움직이는 등 이번 대선과정을 통해 중량감 있는 정치인으로 자리매김했다.
심상정 민주노동당 의원도 빼놓을 수 없다. 초선 비례대표인 심 의원은 당내 경선과정에서 ‘심바람’을 일으키며 권영길 후보와 결선투표까지 가는 기염을 토했다. 당시 권 후보는 52.74%, 심 후보는 47.26%의 지지를 얻어 향후 민주노동당을 이끌 정치인으로 성장했다는 평가다. 한명숙 전 총리는 대통합민주신당 예비경선을 통과했지만 범여권 후보단일화를 위해 스스로 대권 도전을 접어 아쉬움을 남겼다.
이외에도 추미애 전 민주당 의원, 장상 전 민주당 대표 등이 대권에 도전했다.
3. 2008년부터 ‘가족관계등록법’ 시행
호주제 완전폐지·1인 신분등록부로
새해 1월1일부터 성별에 관계없이 자신만의 신분등록부를 하나씩 갖는 ‘가족관계등록제도’(가족관계 등록 등에 관한 법률)가 시행된다. 2005년 헌법재판소의 위헌판결로 호주제가 폐지된 지 2년 만에 제정된 대체법안이다. 남성(호주)을 기준으로 해당 가족의 출생·혼인·사망 등을 기록·관리하던 기존의 호적제도는 역사 속으로 사라지게 됐다.
가장 큰 특징은 여성도 자신의 성(姓)과 본(本)을 자녀에게 물려줄 수 있다는 것이다. 물론 새 법도 아버지의 성과 본을 따르도록 하는 부성주의를 원칙으로 하고 있지만, 부부가 합의한 경우 혼인신고와 출생신고를 할 때 각각 확인서를 제출하면 가능하다. 혼인관계 중이라도 법원의 허가를 받으면 변경할 수 있다. 부계 혈통주의에 기반한 가부장적 가족관계의 경직성을 완화시키고, 남녀가 평등한 가족시대에 한발 다가서는 계기가 마련됐다는 평가다.
새로 도입되는 개인별 가족관계등록부에는 본인의 성명·성별·생년월일·주민번호 외에도 결혼 또는 이혼 사실 등이 기재된다. 지금까지 여성은 결혼과 동시에 남편의 호적에 편입되고, 이혼하면 친아버지의 호적으로 복귀해야 했지만 앞으로는 개인의 신분등록부에 기록하면 된다.
정부 남성감독 범죄 근절대책 마련
그동안 공공연한 비밀이었던 체육계 남성감독들의 여성선수에 대한 성범죄 실태가 수면 위로 떠올랐다.
올해 6월 소속 여성선수를 성추행한 우리은행 한새여자프로농구팀 박명수 전 감독이 구속된 데 이어, 농구계의 ‘대모’로 불리는 박찬숙 대한체육회 부회장이 본지를 통해 “남성감독에게 성폭행을 당해 임신한 뒤 반강제로 퇴출당하거나 충격으로 자살을 시도한 선수도 있다”고 고발하고 나선 것이다.
이를 계기로 관행처럼 굳어졌던 체육계의 성범죄를 몰아내자는 자성의 목소리가 터져나왔다. 그동안 여성선수들은 아무리 억울해도 후보선수가 되거나 트레이드 명단에 올라가지 않기 위해 생사여탈권을 쥐고 있는 감독에게 복종할 수밖에 없었다.
정부는 이르면 내년 3월 체육계 성폭력 근절을 위한 종합대책을 내놓을 방침이다. 이번 종합대책에는 감독·코치·선수를 대상으로 성희롱 예방교육을 의무화하고, 여성감독과 여성코치를 일정비율 할당한다는 방안이 포함될 것으로 전망된다.
여성계 찬반논란…역사 재평가 지적도
신사임당이 여성 첫 화폐인물로 선정됐다. 한국은행은 오는 2009년 상반기에 발행되는 5만원권의 앞면에 신사임당의 초상을 싣기로 했다. 그의 작품 ‘묵포도도(墨葡萄圖)’가 배경으로 실린다. 이에 따라 조선시대 ‘이씨 남자’ 일색인 화폐인물에 처음으로 여성이 등장하게 됐다.
한국은행은 선정 이유에 대해 “신사임당은 여성·문화예술인으로서 대표적인 상징성을 보유하고 있다”고 밝혔다. 특히 “우리 사회의 양성평등의식 제고와 여성의 사회참여에 긍정적으로 기여하고, 문화 중시의 시대정신을 반영하며, 자녀의 재능을 살린 교육적 성취를 통하여 교육과 가정의 중요성을 환기하는 등의 효과가 기대된다”고 덧붙였다.
그러나 여성계에서는 찬반 논란이 일었다. 일각에서는 “여성계가 현대여성들에게 비전을 제시할 여성 모델을 찾아내지 못했음을 보여주는 사건”이라며 역사 속 여성인물에 대한 재평가 작업을 서둘러야 한다고 지적했다.
여성 비정규직 문제 사회 쟁점으로
집단 해고된 이랜드 여성 비정규직 노동자들의 농성이 6개월째 계속되고 있다. 사건이 발생하자마자 전국적으로 이랜드 불매운동이 일어나는 등 이랜드 사태는 지난해 KTX 여성승무원에 이어 우리 사회 비정규직 문제의 ‘상징’으로 자리잡고 있다.
발단은 지난 7월부터 시행된 비정규직 보호법이다. 법에 따르면 비정규직을 2년 이상 고용하면 정규직으로 의무 전환해야 한다. 그러나 이랜드 그룹은 비정규직 여성계산원 380명을 전원 해고하고, 대신 인건비도 절감하고 법망도 피해갈 수 있는 외부 용역업체에 위탁했다. 비정규직법을 악용한 대표적 사례로 꼽힌다.
이에 대해 57개 시민사회단체들이 지난 7월 ‘나쁜 기업 이랜드 불매 시민행동’을 조직해 불매운동에 나선 데 이어, 8월에는 전국여성노동조합·한국여성노동자회·한국여성민우회·한국성폭력상담소·한국여성단체연합 등 5개 여성단체가 ‘여성에게 좋은 기업 만들기 실천단’을 결성해 ‘여성소비자 이랜드 불매 캠페인’을 벌이고 있다.
‘누드사진’ 보도한 신문 폐간운동도
올해 한국을 뒤흔든 대표사건은 ‘학력위조 파문’에서 ‘권력형 비리’로 확산된 신정아 사건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특히 신씨의 학력위조 사건은 다른 유명인사들의 가짜 경력이 무더기 폭로되는 데 결정적 계기가 됐다는 점에서 단순한 개인비리가 아닌 ‘학벌주의’라는 사회적 병폐를 드러내는 단초가 됐다는 평가다.
동국대 조교수 임용 때부터 학력위조 의혹을 받아오던 신씨는 지난 7월 광주비엔날레 공동 예술감독으로 선정되면서 의혹이 더욱 증폭됐다. 결국 캔자스대 학·석사학위와 예일대 박사학위를 위조한 사실이 밝혀졌고, 예술감독직과 교수직을 박탈당했다. 이후 한달간 10여명의 사회지도층 인사가 가짜 경력을 고백하고 나서는 등 제2, 제3의 신정아가 줄을 이었다.
8월 말 신씨가 변양균 청와대 전 정책실장과 연인 사이였고 신씨의 교수 임용 등에 변 전 실장이 개입한 사실이 드러나면서 사건은 ‘권력형 비리’와 ‘성 스캔들’로 탈바꿈했다. 여성단체들은 “사회적 지탄의 대상이 되는 순간 온 국민이 다 보는 일간지에 누드사진이 버젓이 실리는 남성공화국에 살고 있다”며 신씨의 누드사진을 게재한 문화일보를 상대로 폐간운동을 벌이기도 했다.
올해 여성계가 일군 가장 큰 성과는 ‘일본군 위안부 결의안’이 국제사회에서 잇따라 통과된 것이다. 미국 하원의회가 지난 7월 결의안을 통과시킨 데 이어, 네덜란드 하원의회, 캐나다 연방 하원의회, 유럽의회에서 잇따라 결의안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