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능성적과 자살…예방책은 있다
수능성적과 자살…예방책은 있다
  • 홍강의 / 한국자살예방협회장, 국가청소년상담원 이사장, 서울의대 명예교수
  • 승인 2007.12.21 11:12
  • 수정 2007-12-21 11:12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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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능시험과 그 결과 발표 전후가 되면 어김없이 우리를 찾아오는 비보가 있다. 수험생의 자살이다. 올해는 쌍둥이 자매가 함께 아파트에서 투신해 우리를 더 놀라게 하였다. 죽음을 결심한 이유는 물론 수능 성적이 나쁘다는 것이다.

그러나 수능 성적이 나쁜 사람이 한둘인가. 그런데 어떤 친구는 죽음을 택하고, 어떤 친구는 실망과 충격을 잘 이기고 차선의 선택을 받아들이는가. 성적이 나빠 죽고 싶다는 한 고3 학생에게 쏟아진 댓글들은 매우 감동적이다.

자신도 수능 성적이 형편없이 기대 이하로 나와 “절망하고 있지만 죽음을 선택하는 것은 말이 안된다”, “참고 이기고 더 열심히 해보라”, “상처받을 부모도 생각해보라”는 또래들의 충고와 상담은 전문가 못지않다.

같은 실패의 충격에서 자살을 시도하는 청소년과 잘 이겨나가는 청소년이 다른 점은 무엇인가.

자살하는 청소년은 수능 성적에 엄청난 의미를 부여한다. 그래서 성적이 나쁘면 인생의 끝이라고 생각한다. 한편 그들의 자아능력, 특히 어려움을 참고 견디며 대처해나가는 능력은 부족하다.

둘째, 자살하는 청소년은 평소 부모와의 관계가 부정적이다. 청소년이 두려워하는 것은 성적 자체보다 부모의 꾸지람과 실망이다. 힘들 때 위로와 정서적 지지를 주어야 할 부모가 오히려 청소년을 절망의 늪으로 밀어넣는다.

셋째, 자살을 시도하는 청소년은 좀더 충동적이라는 점이다. 어떻게 해결해 나갈까 잘 따져보지도 않고 죽어야 되겠다는 충동적 결론을 내리고 실행에 옮긴다.

충동을 느낄 때 뛰어내리면 그만이다. 그러나 친구나 부모 등 누군가의 대화나 도움의 손길이 있으면 순간적 자살충동은 극복할 수 있다.

넷째, 자살은 우울증과 같은 정신장애가 있는 청소년에게 많이 일어난다. 수능 성적이 나빠 자살했다고 하나 따져보면 그것은 방아쇠 역할일 뿐 잠재해 있는 우울증이 주원인인 것이다.

자살은 힘든 위기를 스스로 극복할 수 없다는 무기력감과 해결될 가능성이 없다는 절망감이 함께 있을 때 일어난다. 따라서 예방책으로서 우선 평소 부모와 긍정적이고 지지적인 좋은 관계를 가져야 한다. 그래야만 청소년들이 평소 자신감을 갖고 공부에 매진하며, 곤경에 빠졌을 때 부모에게 도움을 청할 것이다.

청소년 이전에 이미 가정과 학교에서 인내심, 대처능력, 분노 조절능력 등 자아 강건성이 길러졌어야 한다.

평소에 정신건강도 살펴보자. 과잉한 시험 불안, 우울증은 미리 치료해야 한다. 대학입시제도의 개선이 청소년 자살 예방에 도움이 될 것이다.

그러나 오늘과 같은 경쟁사회에서 경쟁은 피할 수 없다. 최선을 다하고 결과를 수용하고, 필요한 차선의 선택을 할 수 있는 태도를 길러주어야 한다. 이러한 태도는 부모와 학교, 사회가 먼저 실천해야 한다.

‘일류대학을 못가면 인생 실패이고, 내 자식도 아니다’라는 부모의 태도와 물질만능, 학력지상, 경쟁·자본주의적 가치관이 우리 사회에 만연하는 한 우리 청소년이 자살이라는 비극적 선택을 포기하기는 매우 힘들 것이다.

매년 이때가 되면 특히 고3, 재수생이 있는 가정에서는 우리 청소년 자녀에게 특별한 관심을 기울이자. 그들이 얼마나 힘들고 불안하며, 실망의 늪에서 허우적대는 것은 아닌지. 그들은 진솔한 대화를 통한 이해와 공감을 기다리고 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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