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권은 보편적·상호의존적인 것”
17일 인권위 배움터에서 열린 강연회에서 그는 ‘유럽 이사회의 기본적 사회인권 보호’라는 주제로 강연을 했다. 유럽 각국 사례를 자세히 설명하느라 예정된 2시간을 훌쩍 넘겼지만, 그는 강연 내내 열정적인 모습을 보여줬다. 강연 후 따로 만나 유럽 이사회가 인권을 위해 어떤 노력을 하는지 들어봤다.
“유럽 이사회가 채택한 두가지 조약은 매우 중요합니다. 바로 ‘유럽인권협약’과 ‘유럽사회헌장’인데, 이 둘은 서로 인간의 존엄성이 잘 지켜질 수 있도록 ‘사회권’을 보호하는 데 중요한 역할을 합니다. 모든 사람들이 합당한 조건에서 생활하고 일할 수 있도록 하는 것이죠.”
유럽인권협약에 따르면, 자신의 권리가 침해됐다고 생각하는 사람이면 누구나 유럽인권법원에 해당 국가를 제소할 수 있다. 이사회에 가입하려면 협약의 비준이 필수조건인데, 현재 47개국이 가입돼 있다. 협약에 따라 유럽인권법원이 향후 국내법과 관행을 개선하도록 시정명령을 내릴 수 있다. 물론 강제성은 없지만 상당한 정치적 압력으로 작용해 실질적 개선효과를 갖는다는 게 그의 설명이다.
그는 이탈리아 로마 출신의 체코 비장애 아이들 18명이 체코 당국에 의해 특수학교에 배치된 사례를 소개했다. 체코 당국은 아이들이 학업을 따라가지 못해 배치했다고 했지만, 사실 이 아이들이 집시 출신이기 때문인 것으로 밝혀졌다. 법원은 인종적 편견에 따른 간접차별임을 입증했다.
그는 한국의 인권상황에 대해서도 물었다. 한국은 첫번째 방문이라 오기 전 인터넷을 통해 관련 자료를 섭렵했는데, 맞는지 여부는 모르겠다며 웃었다.
“여성의 임금이 남성의 60% 수준이라고 들었습니다. 또 남편 뒷바라지를 하느라 일과 가정 양립이 힘들다고 하던데 정말 그런가요? 만약 그렇다면 정부가 나서 적극적으로 지원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최근 한국에서 차별금지법과 관련해 성적지향 등이 빠진 것에 대해서도 의견을 밝혔다.
“영국의 경우 몇년 전까지만 해도 동성애자들은 군대에 갈 수 없다고 했지만, 지금은 사회적으로 동등한 대우를 해줍니다. 차별 받지 않을 권리가 제대로 통용되는 사회야 말로 우리 법원이, 또 유럽 이사회가 지향하는 사회입니다.”
인권을 다루는 판사인 그에게 인권은 어떤 의미일까. 그는 “모든 인권은 정치적·경제적 권리에 관계없이 보편적이며 상호의존적이고 밀접한 관련을 지닌다”는 말로 인터뷰를 마무리했다.
스테이너 판사는
오스트리아 빈 출신으로 1985년 법학박사 학위를 받은 후 87년부터 2001년까지 로펌을 운영했다. 2001년 11월부터 유럽 인권법원 재판관으로 취임해 6년간의 임기를 마치고 최근 재판관에 재선출됐다. 현재 47명의 재판관 중 여성은 12명. 여성문제, 노동법, 외국인법, 해외강제노동, 아동폭력, 인권 등의 다양한 분야에서 활동하고 있다.
유럽 이사회는
프랑스 스트라스부르그에 본부를 두고 있는 정부간 조직이다. 2차 세계대전 직후인 1949년에 설립된, 유럽 통합을 추진하는 가장 오래된 조직이다. 현재 47개 회원국을 두고 있다. 유럽 사회가 당면한 문제에 대해 공동의 해결책을 모색하는 한편, 유럽의 문화적 정체성과 다양성 발전을 주요 목표로 설정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