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크린으로 보는 가족 안 남자의 모습

탕기(Tanguy)

에티엔 샤틸리에즈 감독 | 프랑스 | 108분 | 2006 | 드라마, 코미디

사회적 이슈가 되고 있는 ‘캥거루족’의 이야기를 다룬 영화. 나이가 서른이지만 좀처럼 독립을 하지 않으려고 하는 아들을 독립시키기 위해 부모는 사투를 벌이지만, 아들은 되레 자녀 양육의 의무를 다하라며 소송을 벌인다.

‘매니저 엄마’, ‘기러기 아빠’, ‘고등학교 4학년 자녀’로 대표되는 한국의 가족문화에서는 공감하기 힘들겠지만, 이 영화는 실제 사건을 모티브로 하고 있다. ‘탕기 신드롬’이라는 용어가 나올 정도로 흥행에 성공했다고 한다. 가족에게 느끼는 편안함과 익숙함은 ‘가족이니까’ 함부로 해도 괜찮다는 일그러진 가족주의로 쉽게 변질된다. 노력이 없는 가족관계에 지친 사람들에게 가족간의 적절한 거리와 예의가 무엇인지를 생각해보게 한다.

이준익 감독 | 한국 | 112분 | 2007 | 코미디

우리 시대 중년남성들이 지고 있는 삶의 무게를 다룬 영화. 가족을 위해 희생하느라 자아를 잃어버리는 이들은 비단 여성만이 아니라고 웅변하고 있다.

명예퇴직을 당해 자식과 부인의 눈치를 봐야 하고, 자식 교육비를 대기 위해 밤낮으로 일해야 하며, 기러기 아빠가 되는 것도 망설이지 말아야 하는 한국의 아버지들이 음악을 통해 자신의 삶을 찾아가는 과정을 따뜻하게 그렸다. 가장으로서의 의무와 자신이 추구하는 삶 사이에서 갈등하는 남성들의 모습에서 ‘남성가장이 부양하는 가족’이라는 근대적 가족상의 변화를 실감할 수 있다.

톰 듀이 감독 | 미국 | 96분 | 2006 | 드라마

‘탕기’와 마찬가지로 ‘캥거루족’의 이야기를 다룬 영화. 부모 집에 얹혀 살려고 하는 백수 아들과 그를 독립시키려는 부모에게 고용된 남자 길들이기 전문 컨설턴트의 사랑 이야기다.

어른이 되고 싶어 하지 않는 남자가 사랑을 통해 책임감과 관계맺음을 배우게 된다는 내용은 진부하지만 눈여겨볼 만하다. 출시된 DVD에는 감독을 비롯한 전 출연진의 최근 캥거루족에 대한 개인적인 생각과 실제 캥거루족 젊은이를 대상으로 한 인터뷰도 담겨 있다.

바람난 가족

임상수 감독 | 한국 | 104분 | 2003 | 드라마

변화하는 가족관계를 사실적으로 그린 영화. 가족이라는 이유로 습관적으로 함께 살고는 있지만 집 밖에서는 각자 바람을 피우고 있다. 잘 나가는 변호사인 남편은 자유분방한 애인이 있고, 아내는 옆집 고등학생과 바람이 났다.

남편의 아버지는 간암으로 투병 중이지만, 어머니는 초등학교 동창과 연애를 하고 있다. 애인에게 버림받은 남편은 고등학생의 아이를 임신한 아내를 찾아가 자신을 받아달라고 사정하지만 거절당한다. 초등학교 동창과 결혼하겠다는 어머니, 혼자서 아이를 낳아 키우기로 결심한 아내.

자립하는 여성들에 의해 강제로 독립하게 된 남편의 어깨가 쓸쓸하다. 가족의 가부장성이 약화되는 오늘날 진정한 가족의 의미가 무엇인지에 대한 질문을 던지고 있다. 

최종태 감독 | 한국 | 112분 | 2006 | 드라마, 코미디

아버지의 딸에 대한 사랑을 그린 영화. 소심하고 평범한 회사원인 남자주인공은 하나뿐인 딸이 복싱 유망주에게 폭행을 당하자 복수를 결심한다. 싸움 고수에게 40일 동안 고된 특훈을 받아 결국 복수에 성공한다는 내용. 부성애를 불가능한 것을 가능하게 하는 능력으로 신비화한다. 가족을 지켜내야 하는 우리 시대의 아버지상과 폭력에 노출되어 있는 청소년들의 상황이 겹칠 때 나타날 수 있는 형국을 잘 보여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