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유 1만톤 유출’ 태안 앞바다 현장을 가다
‘원유 1만톤 유출’ 태안 앞바다 현장을 가다
  • 권지희 / 여성신문 기자 (=태안)
  • 승인 2007.12.14 15:26
  • 수정 2007-12-14 15:26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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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숨쉬는 건 ‘사람’ 밖에 없었다”

 

원유유출 사고 닷새째인 11일 자원봉사자들이 태안군 신두리해변에서 흡착포를 이용해 기름을 걷어내고 있다.   abortion pill abortion pill abortion pill
원유유출 사고 닷새째인 11일 자원봉사자들이 태안군 신두리해변에서 흡착포를 이용해 기름을 걷어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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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성신문 정대웅 기자
태안의 바다는 검었다. 푸른 물결은 온데간데 없고 검은 기름띠가 바다와 해안을 덮고 있었다. 비릿한 바다 내음도 없었다. 지독한 기름 냄새가 콧속을 후벼팠다.

지난 11일 오전 충남 태안군 신두리 사구 해안. 이날 오전 7시30분 환경운동연합 현장조사단과 함께 서울을 출발해 4시간 만에 도착해서 본 태안의 첫 모습은 한마디로 충격이었다.

기름유출사고가 발생한 지 닷새가 지났는데도 1만300톤의 기름이 남긴 흔적은 청정해역이던 태안의 본래 모습을 찾아볼 수 없게 만들어놓았다.

신두리 사구 초입에는 길목마다 소방차와 자원봉사자들이 뒤엉켜 재난지역임을 말해주고 있었다. 함께 간 조사단원들은 태안군에서 지원하는 방제복과 마스크, 면장갑, 장화를 재빠르게 챙겨 입고 조별로 흩어졌다. 태안군 소원면에 위치한 모항과 천리포·만리포 해수욕장의 조사를 담당한 팀에 동행했다.

“올해 꽃게 대풍… 물거품으로”



모항은 서해안에서 가장 뾰족하게 튀어나온 항구로, 이때까지만 해도 상대적으로 피해가 크지 않아 ‘예비지역’으로 분류돼 있었다. 

하지만 도착해보니 실제 피해상황은 신두리나 만리포해수욕장 못지않았다. 우선 아스팔트 도로공사 현장에서나 맡을 수 있는 역한 냄새가 코를 찔렀다. 항구를 둘러싼 바위에는 검은 기름때가 덕지덕지 들러붙어 있었다. 밤새 기름이 떠 있는 바닷물이 밀려왔다가 새벽에 빠지면서 남기고 간 흔적이었다.

현장에는 300여명에 달하는 군부대 장병들이 한창 방제작업을 하고 있었다. 웅덩이에 고여 있는 검은 물을 퍼올리고, 방석 크기만한 흡착포를 이용해 바위에 들러붙은 기름때를 닦아내느라 다들 손놀림이 바빴다. 길목마다 기름이 가득 찬 원통들이 즐비했다.

하지만 태안군 전역에서 쉽게 발견할 수 있는 자원봉사자들의 모습은 보이지 않았다. 환경운동연합 관계자들은 “정부가 해수욕장 등 쉽게 눈에 띄는 곳에 방제작업을 집중하고 있다”면서 분통을 터뜨렸다. 

장병들의 점심식사를 도와주던 주민 국응문(56·태안군 소원면 모항리)씨는 “당장은 어떻게 할 방법이 없으니까 군부대 작업에 협조하고는 있지만 앞으로 살아갈 길이 막막하다”고 토로했다. 국씨는 항구 맨 끝에서 ‘등대쉼터’를 운영하고 있다고 했다. 

“파도소리가 원래 ‘철썩 철썩’ 그러잖아요. 그런데 여기 태안반도에서는 이제 ‘저르륵 저르륵’ 그래요. 물 위에 기름띠가 30㎝는 족히 되니까 그런 둔탁한 소리가 날 법도 하죠. 올해 꽃게가 대풍이어서 배 한척당 1억원을 했네, 2억원을 했네 하던 게 엊그제 같은데 이제 다 끝났어요.” 그는 눈앞의 ‘검은 바다’를 바라보며 망연자실해 했다. 

“다시 일어서자” 곳곳 굵은 땀방울



오후 2시 천리포해수욕장에 도착했다. 오전에 빠졌던 물이 조금씩 차오르고 있었다. 하지만 시커멓게 변한 모래사장을 가리기에는 역부족이었다. 해안가에 살아있는 생물이라곤 자원봉사를 하러 온 ‘사람’밖에 없는 듯했다.

마을 이장인 박영준(67·소원면 의향리 천리포)씨는 “하늘을 메울 듯 날아다니던 갈매기들이 사건이 터지자마자 자취를 감추었고, 바닷고기들도 검은 물을 먹고 뭍으로 떼밀려오고 있다”고 전했다. 그는 “모든 생태계가 죽어버린 이곳에서 어떻게 살아남을지 걱정”이라고 하소연했다.

이웃 만리포해수욕장도 상황은 크게 다르지 않았다. 전날에는 우럭과 아나고, 가오리, 미역 등 양식을 하던 바다생물들이, 이날 오전에는 맛조개 등 어패류들이 검은 기름을 덮어쓴 채 뭍으로 쓸려나왔다고 했다. 갯벌을 정화시킨다는 갯지렁이가 모래사장에 얼굴을 내민 채 죽어 있는 모습이 눈에 들어왔다.

주민 정병영(61·소원면 모항3구)씨는 “서해에서 제일 깨끗한 해수욕장인데 이제는 기름바다가 되어버렸다”며 “제일 큰 수입원이었던 관광객도 끊기고 다 죽게 생겼다”고 허탈해 했다.

불행 중 다행인 것은 자원봉사자들의 발길이 끊임없이 이어지고 있는 점이다. 11일 당일에만 1만3000여명의 자원봉사자가 힘을 보탰다.

환경호르몬 대책마련 시급

2세·3세 전이 가능성 높아

환경운동연합 활동가들은 만나는 주민들에게 똑같은 질문 하나를 던졌다. “마을에 결혼을 앞두고 있거나 임신한 사람, 아이들이 살고 있느냐”고 물었다. 열에 아홉은 노인들만 있다고 답했다.

이선효 환경운동연합 환경교육센터 부장은 “기관지로 흡입되는 휘발성 유기화학물은 장시간 인체에 축적될 경우 성장을 저해하는 병을 유발한다”며 “성인은 내성이 있어서 견딜 수 있지만, 만약 환경호르몬에 노출된 성인이 아이를 낳을 경우 2세, 3세에게 전이될 수 있다”고 경고했다.

실제로 9일 만리포에 응급구조센터가 설치된 이후 매일 100여명의 환자들이 이곳에서 약을 타가고 있다. 대부분 두통이나 구토를 호소하고 있으며, 원인을 알 수 없는 피부병에 걸린 사람도 있다. 활동가들도 반나절쯤 있었는데도 어지럼증을 느낀다고 호소했다.

서해의 갯벌은 생태의 보고이자 자연정화 기능을 가진 ‘살아숨쉬는 생명체’다. 인간의 부주의가 얼마나 큰 재앙을 불러올 수 있는지 태안에서 생생하게 확인할 수 있었다. 언제쯤이면 지난 여름, 푸르던 그 바다를 다시볼 수 있을지….

가슴이 먹먹했다.

‘함께 태안을 살립시다’

환경운동연합은 태안반도 기름 방제작업에 참여할 장기 자원봉사자를 모집한다. 또 ‘3만원으로 기름 1드럼 제거하기’ 모금운동도 벌이고 있다. 드럼통과 수거장비, 수거료를 모두 포함한 금액으로, 배를 소유한 현지 어민들에게 직접 지급돼 기름 제거비용으로 사용된다.

·연락처 = 환경운동연합 ‘서해안 기름유출 시민대책단’ 02-735-7000, kfem.or.kr

·장기 자원봉사 신청 =  web@kfem.or.kr (이름과 연락처 기입 필수) 

·계좌번호 = 우리은행 1005-801-085917, 기업은행 038-071602-01-0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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