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고]‘희망수다방’에 길이 있다
[기고]‘희망수다방’에 길이 있다
  • 이기원 / 수원여성회 공동대표
  • 승인 2007.12.14 15:14
  • 수정 2007-12-14 15:14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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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다’라는 단어에서 떠올려지는 이미지는 흔히 ‘여자들이 모여서 쏟아내는 생산적이지 않은 이야기’ 정도로 그다지 긍정적이지 않다. 하지만 많은 여성들이 경험한 수다는 서로에 대한 소통이기도 하고, 치유이기도 하고, 연대의 첫발이기도 했다. 그래서 올 봄부터 시작한 활동이 있었으니 그것이 바로 ‘희망수다방’이다.

‘희망수다방’은 소외되어 있는 빈곤여성들이 자조모임을 통해 서로 만나 소통하며 힘을 얻고, 나아가 자신들의 문제를 지역사회에 의제화할 수 있도록 우선 ‘모둠‘을 만드는 활동이다. 한국여성단체연합이 여성가족부와 공동협력으로 진행한 사업이기도 하다.

수원여성회는 올해 빈곤의 여성화 해소를 위한 실질적 활동으로 여성한부모 돌봄서비스 지원사업을 추진했다. 10여년 전 IMF사태 때 여성가장 겨울나기 지원사업을 진행한 경험을 토대로 시작된 여성한부모 지원활동은 ‘지원’을 위한 사업만이 아닌 여성한부모의 힘을 모으는 ‘당사자운동’을 위한 조직화의 중요성을 놓치지 않으려고 노력했다. 이를 위해서는 보육, 가사, 간병의 돌봄서비스 지원과 함께 여성한부모 모임을 ‘수다방’이라는 그릇에 담아 차근차근 진행했다.

모임은 대부분의 구성원이 일을 하고 있기 때문에 매달 5명에서 10명 내외로 토요일이나 평일 저녁 시간대에 모여서 진행됐다. 모임 때는 여성한부모로 살아가는 데서 느끼는 어려움들을 나누었다. 초반에는 당사자 모임 자체가 익숙지 않아 모든 게 서먹했다. 하지만 ‘속이 시원하다’, ‘나만 그런 줄 알았는데…’, ‘서로 힘을 주고 받자’ 등 개인적인 어려움을 함께 나누면서 ‘공동의 힘듦’을 확인하는 연대의 공간으로 서서히 자리 잡아 갔다.

‘희망수다방’을 통해 만난 여성한부모의 이야기는 내가 얼마나 머리로만 여성한부모의 문제를 생각했는지 반성하는 자리기도 했다. 사실 희망수다방의 큰 성과는 빈곤의 여성화의 상징인 한부모가족 여성들의 생생한 이야기를 들을 수 있는 시공간이 마련되었다는 점이다. 이들은 척박한 세상 살기의 어려움을 토로하는 장을 넘어, 공동의 문제들에 대해 논의하기 시작했다. 자녀양육문제, 주택문제, 건강문제, 일자리문제 등을 본인의 입으로 말하기 시작한 점은 ‘당사자운동’의 중요성이 드러나는 대목이다. 

물론 희망수다방을 진행하면서 무언가 대안을 모색하거나 구체적 활동까지 이끌어내진 못했다. 하지만 어떤 의제를 만들어내야 하는 목적보다 양부모 중심의 사회에서 엄마 혼자서 아이를 키우는 사람들이 모여 본인들의 이야기를 시작했다는 것만으로도 큰 의미가 있다고 본다.

올해 희망수다방은 모임 회장과 총무를 선출해 모임을 정례화하는 것으로 마무리 지으려고 한다. 내년에는 희망수다방이 어떤 이름과 내용으로 바뀌어 진행될지 모르지만 올해보다 더 신나고 즐거운 당사자 모임으로 자리 잡을 것이라 기대해본다.

희망이란 원래부터 있는 것이라고 보기도 어렵고, 없는 것이라고 보기도 어렵다. 그것은 지상(地上)의 길과 같다는 글귀를 떠올려보았다. 수원에서는 여성한부모를 위한 모임의 첫발을 희망수다방으로 시작했지만, 앞으로 여성한부모 희망의 길은 이곳에 참여한 엄마들의 발걸음으로 새롭게 열어나가게 될 것이다.

올해처럼 작지만 소중한 당사자 모임들이 앞으로 많이 생겨나길 기대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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