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7대 대선 ‘여성정치인’이 움직였다
17대 대선 ‘여성정치인’이 움직였다
  • 이수경 / 여성신문 기자
  • 승인 2007.12.14 15:12
  • 수정 2007-12-14 15:12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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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7년 경선후보부터 대변인 활약까지
박근혜, 최종 당 대선후보까진 못했어도 가능성 남겨
심상정·한명숙외에 ‘빅3’ 후보 ‘입’들 정국 이끌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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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7년 17대 대통령선거 과정에서는 무엇보다 여성들의 활약이 두드러졌다. 어느 때보다 대선을 향해 달린 여성후보들이 많았고, 비록 본선 진출이라는 파란을 일으키지는 못했지만 향후 ‘여성대통령’ 탄생의 기반을 다지는 훌륭한 밑거름이 됐다. 또 각 후보 캠프에는 여성 특유의 ‘부드러움’과 이면의 ‘날카로움’으로 대선판을 이끌고 있는 여성들이 대거 포진해 있다.

이같은 ‘여풍’의 선봉에는 당내 경선에서 아깝게 고배를 마셨지만 이후 본선 과정을 거치면서 더욱 큰 면모를 보이며 여전히 ‘칼자루’를 쥐고 있는 박근혜 한나라당 전 대표가 있다. 또 마찬가지로 경선에서 패했지만 이후 삼성그룹의 분식회계 의혹에 매서운 칼날을 휘두르고 있는 심상정 민주노동당 의원도 빼놓을 수 없다.

박 전 대표는 그야말로 선거를 한달여 앞둔 시점까지도 이명박 후보의 애를 태웠다. 정가에서는 박 전 대표의 입을 주시했고, 그의 말 한마디에 이 후보의 지지율이 소폭 움직이는 모습까지 보였다.

이회창 후보도 적극적인 구애활동을 펼칠 정도로 영향력을 가진 박 전 대표가 지난달 30일부터 본격적인 유세활동에 나섬으로써 이명박 후보는 ‘천군만마’를 얻은 셈이 됐다.

당내 경선과정에서 ‘沈바람’을 일으키며 주목을 받은 심상정 민노당 의원은 공동선대위원장의 역할과 함께 삼성 비자금 특검문제를 주도하며 ‘삼성 저격수’로 활발히 활동하고 있다. 

엄태석 서원대 교수는 “누구보다도 박근혜 전 대표는 이번 선거를 통해 ‘큰 그릇’으로, 중량감 있는 정치인으로 우뚝 섰다”며 “상황에 따른 빠르고 올바른 판단과 흔들리지 않는 모습 등으로 당은 물론 후보까지 살려냈다”고 평했다.

심상정 의원에 대해서는 안타까움을 표했다. 엄 교수는 “진보정당임을 표방하는 민노당이 세번 연속 대선후보가 같다는 점은 창피한 일”이라고 지적하고 “심 의원은 능력이나 의지 어떤 면에서도 부족하지 않다. 기회를 줬더라면 좋았을 것”이라고 말했다.   

범여권의 마지막 남은 희망인 ‘후보단일화’의 한가운데도 여성이 있다. 예비경선에는 통과했지만 스스로 대권 도전을 접었던 한명숙 전 총리는 정동영 후보 캠프의 공동선대위원장이자 문국현 후보와의 단일화를 위한 공동협상기구의 위원장직을 맡아 활약했다.

하지만 예비경선 통과 후 주도권 획득보다는 단일화를 선택하면서 ‘큰 정치인’이 되기에는 역부족이라는 모습을 보였다는 지적도 있다.

대권주자로 나섰던 이들 이외에도 여성정치인들의 활약은 곳곳에서 눈에 띈다.

박영선 대통합민주신당 의원은 이명박 후보의 ‘아킬레스건’인 BBK 주가조작사건의 저격수로 통한다. 박 의원이 MBC 기자 신분으로 지난 2000년 BBK 사무실에서 이 후보를 만나 인터뷰를 한 동영상이 네티즌들 사이에서 큰 반향을 불러일으켰다. 특히 이 후보측이 해당 취재화면에 대해 미국 법정에서 ‘증거배제’ 신청을 했다는 사실이 알려지며 더욱 관심이 증폭됐다. 박 의원은 또 정 후보의 부인 민혜경씨에 이어 찬조연설 2번타자로 나서기도 했다.

이명박-정동영-이회창, 이른바 ‘빅3’의 ‘입’ 역할을 하며 대선정국을 이끌고 있는 대변인들 역시 모두 여성이다.

정동영 후보의 대변인은 1987년 평민당 시절 정치에 입문해 당 부대변인과 청와대 비서관까지 두루 거친 경력 20년의 김현미 의원이다. 경선 때부터 대변인을 맡아 새벽 5시에 출근하는 ‘새벽 별 보기운동’을 한 지 벌써 8개월이 됐다. 속 시원하고 날선 논평으로 지지자들의 마음을 후련하게 해주고 있다.

지난 2002년 대선 당시 이회창 후보의 정책특보를 맡으며 정치판에 발을 디딘 이명박 후보측의 나경원 대변인은 똑소리 나는 말솜씨뿐 아니라 빼어난 외모로 주목받고 있다. 특히 BBK 관련 파상공세에 창과 방패를 적절히 구사하고 있다는 평이다.

무소속 이회창 후보 캠프의 경우, 대변인과 부대변인직 모두 여성이 차지하고 있다. 이혜연 대변인은 본격적으로 정치에 뛰어든 지 한달도 채 안된 정치 초년생이다. 방송 시사토론 분야 프리랜서 작가 출신으로 간결한 어휘와 문장, 따뜻하고 부드러운 모습으로 이 후보의 ‘대쪽’ 이미지를 누그러뜨린다는 평을 받고 있다. 조용남 부대변인은 한국혁신전략연구원 전문위원과 ㈔양성평등실현연합 운영위원을 지냈으며, 국회에서도 근무한 경험이 있어 현실정치 감각이 뛰어나다.

이와 관련, 엄태석 교수는 “10여년 전부터 여성대변인들이 나오기 시작했지만 근래에는 정말 ‘여성대변인 전성시대’라고 할 만큼 활약이 두드러지고 있다”며 “대변인이 한 정당의 ‘입’이자 ‘얼굴’이라고 할 수 있다는 점에서, 또 대선을 앞둔 중요한 시기라는 점에서 그만큼 여성정치인들의 지위가 상승했다고도 볼 수 있다”고 말했다. 하지만 엄 교수는 ”한편으론 현재 상황 자체가 험한 말을 많이 해야 하는 만큼 여성정치인들의 이미지를 훼손시킨다는 점에서는 좋지 못하다”고 우려를 표하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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