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프리카 여성들에게 희망을”
“아프리카 여성들에게 희망을”
  • 권지희 / 여성신문 기자
  • 승인 2007.12.14 14:50
  • 수정 2007-12-14 14:5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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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말리아의 유목민 소녀에서 세계 패션모델로
여성 할례 문제 이슈화…유엔인권대사로 활약

 

와리스 디리(42)는 ‘현대판 신데렐라’로 불린다. 세계 최빈국인 소말리아의 유목민 마을에서 태어나 나오미 캠벨과 어깨를 나란히 하는 세계적인 패션모델로 성공했기 때문이다.

그러나 와리스는 여느 ‘성공한 흑인 여성 모델’과는 다른 길을 걸었다. 1997년 25세가 되던 해 여성 할례, 즉 여성 성기 절제술을 받았음을 고백한 것이다. 뉴욕의 패션계를 누비는 슈퍼모델이 던진 이 충격적 발언은 전세계에 여성 할례의 심각성을 일깨우는 계기가 됐다.

와리스는 소말리아어로 ‘사막의 꽃’인 자신의 이름처럼 성인식이라는 이름 아래 폭력적인 할례를 당하고 있는 아프리카 여성들에게 희망의 존재가 되고 있다.



강제결혼 피해 맨몸 야반도주

가정부로 일하며 영어 독학도



와리스는 1965년 아프리카 동북부에 위치한 이슬람 국가 소말리아의 작은 유목민 마을에서 태어났다. 가난한 살림으로 인해 학교에 갈 엄두도 내지 못했고, 신발도 없이 낙타를 기르고 가축들을 돌보며 지냈다.

5세 때 그는 어머니의 손에 이끌려 늙은 노파에게 성기 절제술을 받았다. 소말리아에서 태어난 여성이라면 누구나 치러야 하는 일종의 성인식으로, 성기 일부를 잘라낸 후 남은 부분을 질긴 실로 봉합하는 수술이었다. 여성이 결혼 전 순결을 지켰다는 것을 증명하고, 남성은 ‘순결한 신부’를 취하는 대가로 장인에게 지참금을 지불하는 오래된 관습이었다. 

수술은 마을의 주술사 노파에 의해 녹슨 칼로 행해졌다. 다행히 와리스는 생의 고비를 넘겼지만, 그의 친언니와 사촌언니 둘은 비위생적인 수술의 후유증으로 세상을 떠났다.

외리스가 15세가 되자 그의 아버지는 낙타 다섯 마리를 받고 60세 노인에게 시집보냈다. 소말리아 유목민들에게 낙타는 가장 가치가 높은 재산이었고, 가장 좋은 지참금이기도 했다. 그러나 신혼 첫날밤 자신의 남편을 확인한 와리스는 맨몸으로 야반도주를 감행한다.

가까스로 소말리아의 수도 모가디슈에 당도한 와리스는 이모들의 집을 전전하며 가정부 일을 했다. 글을 읽지도 쓰지도 못하는 흑인 여성이 할 수 있는 일은 많지 않았다. 그러던 어느 날 영국 주재 대사로 부임하게 된 이모부 가족을 따라 영국 런던으로 가게 된 와리스는 더 나은 삶을 꿈꾸며 독학으로 영어를 배운다.

사진작가 발탁으로 모델 데뷔

공개고백후 여성인권운동 앞장



4년 후 이모부 가족이 소말리아로 귀국하고, 와리스는 여권을 잃어버렸다는 핑계를 대고 런던에 그대로 남는다. 다시 가정부 일을 하고 싶지 않았기 때문이다. 친구의 도움으로 맥도널드 점원으로 일하던 와리스는 어느날 사진작가 말콤을 만나게 되고, 그때부터 모델로서의 삶을 살게 된다.

‘엘르’, ‘얼루어’, ‘글래머’, ‘보그’ 등 유명 패션잡지에 등장하고, 파리와 밀라노의 패션쇼 출연에 이어 레블론과 로레알의 화장품 모델로 전세계에 얼굴을 알렸다. 그는 ‘흑진주’ 나오미 캠벨과 어깨를 나란히 하는 슈퍼모델로 성장했다. 결혼도 하고 아이도 낳았다.

그러나 그는 고심 끝에 97년 패션잡지 ‘마리클레르’와의 인터뷰에서 자신이 성기 절제술을 받았음을 고백했다. 그는 자신의 저서 ‘사막의 꽃’(2005)을 통해 “많은 시간이 지났지만 할례는 여전히 나를 힘들게 하는 경험이며, 지금도 이 고통을 겪고 있을 전세계 수많은 어린 여성들을 위해 나서야 한다고 생각했다”고 밝혔다.

와리스의 고백은 지금까지 약 1억5000만명의 여성이 할례를 받았고, 지금도 여전히 1년에 200만명, 하루에 6000명의 여성이 할례를 받고 있다는 사실을 전세계에 알리는 계기가 됐다. 그때부터 와리스는 언론 인터뷰를 비롯해 학교나 지역 사회단체 등 여성 할례 문제를 알릴 수 있는 곳이라면 어디든지 가서 강연을 하기 시작했다.

유엔은 97년 여성 성기 절제술을 근절하기 위한 노력의 일환으로 와리스를 아프리카 여성의 인권보호를 위한 특별대사로 임명했다. 와리스는 아프리카뿐 아니라 세계 곳곳에서 행해지고 있는 할례 관습을 근절하기 위해 활동하고 있으며, ‘와리스 디리 재단’을 설립해 후원을 호소하고 있다.

와리스는 2004년 독일 함부르크에서 열린 ‘세계 여성의 상’(The Women’s World Award) 시상식에서 ‘세계 사회상’(World Social Award)을 받았다. 또 2007년에는 프랑스 정부가 수여하는 ‘레종 도뇌르 훈장’을 받았다.

저서로는 ‘사막의 꽃’(2005)과 20년 만에 고향을 방문해 보고 듣고 느낀 이야기를 엮은 산문집 ‘사막의 새벽’(2007)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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