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장하는 날
김장하는 날
  • 박효신 / 전 온양민속박물관장
  • 승인 2007.12.14 14:36
  • 수정 2007-12-14 14:36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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명절 때보다 북적이는 시골마을
도시친인척 부탁에 몇번씩 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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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일요일 사촌언니와 형부를 모시고 천안에 볼 일이 있어 다녀오는 길이었다.

“동생, 새로 난 길 알지? 글루 가. 온양으로 들어서면 길 막혀.”

“알았어요. 그 길은 정말 차가 없더라구. 언제가 밤 9시쯤 가는데 전체 도로 위에 내 차 한대뿐이더라니까.”

천안을 지나 예산, 홍성, 군산으로 빠지는 21번 국도가 얼마 전 천안을 막 벗어나면서 한 20㎞ 구간이 자동차 전용도로로 새로 개통되었다. 온양온천 복판을 지나자면 자칫 좁은 길에 차가 얽히고 설켜 애를 먹는데, 이 길은 한산하기 그지없어 예산까지의 시간이 많이 단축되었다. 그런데 그렇게 한산하기만 하던 길이 그날은 정말 이변이 생겼다.

“언니, 저쪽 좀 봐! 웬일이래?”

천안 쪽으로 올라가는 길이 완전 주차장이다. 이 도로 개통 이래 저런 모습은 처음이다. 거슬러 내려가는 나는 휑 뚫린 길을 여유만만하게 달리고 있는데 반대편 길은 추석이나 설 명절 고속도로 정체 그 이상이다. 차들의 정체행렬은 예산까지 이어지고 있었다.

“와~ 굉장하다. 저 정도면 서울까지 오늘 안으로 못들어간다. 앞에서 사고가 났나? 막힐 이유가 없는데….”

그때 언니가 아무렇지도 않게 말한다. 

“김장 해가는 차들이여. 지금이 딱 올라가는 시간이구먼. 토요일 밤에 내려와서 아침 먹고 절인 김치 씻어서 김칫속 넣어서 가지고 온 김치통에 채워놓고 점심 먹고 떠나니께….”

“잉? 정말 그런가베…. 희한하네….”

“올해는 김장값이 올라 더 심한 것 같구먼.”

“배추 한통에 3000원이래.”

“배추뿐 아니라 양념값이 다 작년 같지 아녀.”

그렇다. 언제부터인가 시골마을은 명절 때보다 더 북적이는 것이 김장 때이다. 명절 때는 길이 막히니까 시골 부모님에게 올라오라 하는 경우가 점점 늘고 있지만 김장 때는 재료를 싸짊어지고 올라갈 수 없는 노릇이니 어쩔 수 없이 도시에서 내려와야만 하는 것이다. 직접 내려와 가져가는 것뿐 아니라 김장철이면 한산하기만 하던 시골 우체국이 아주 바빠진다. 전국으로 나가는 김장 택배 때문이다. 한 집에서 세번씩 김장을 하는 일도 허다하다. 도시에서 맞벌이하는 일가친척들 여기저기서 부탁을 해오고, 그걸 절대 거절하지 못하는 것이 또 시골 인심이다.

“철이 엄마, 어디 가는 거야?”

“배추좀 뽑으려구. 밭에 비닐 씌워 놓았는데 얼지 않았나 모르겄네.”

“김장 했잖아. 팔려구?”

“아니…, 동서의 동생이 선생인데 동서 집에서 우리집 김치 맛을 보고 졸라댄다니 어떡혀. 올게 벌써 세번째 김장하네….”

“돈이나 많이 달라구 그래. 한번 하기두 힘든데….”

“돈은 무슨…, 재료 다 있으니 해주는 거지…. 근데 나이가 있어 그런지 이제는 예전 같지 않고 좀 힘들구먼.”

우리 동네 홍씨 할아버지 댁은 매년 400~500포기씩 김장을 하는데 할아버지 형제가 8남매에 자식이 8남매, 최소 열여섯 집 것을 해대니 김장하는 날은 영락없는 김치공장이다. 온 가족이 화목한 이 집은 전전날부터 식구들이 모이기 시작해 홍씨 할아버지 총지휘하에 각자 맡은 바 역할이 잘 배분되어 아들, 며느리, 딸, 사위 모두 김장 선수들이라서 보고 있으면 정말 재미있다.

나도 밭에 심었던 배추를 뽑아 작업에 들어갔다. 지난 석달, 모종을 심어놓고 농약을 치지 않으려고 매일 아침 핀세트 들고 나가 배추벌레며 달팽이를 잡아주며 돌보던 녀석들이다. 마당에 묻어둔 독에 동치미 간을 맞추고 허리를 펴고 들녘을 둘러보니 베어낼 것 다 베어내고 드디어 속살을 드러낸 대지가 참 아름답다.

“금년 한해 농사도 끝났네.”

이제부터는 농부들의 휴식시간, 그러나 나는 벌써 2월이 기다려진다. 밭에 거름 내고 과일나무 전지작업에 들어가는 허리 휘는 봄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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