호르몬 신경전달 물질 사랑등 인간감정 조절
호르몬 신경전달 물질 사랑등 인간감정 조절
  • 송기원 / 연세대 생화학과 교수
  • 승인 2007.12.14 14:28
  • 수정 2007-12-14 14:28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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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떤 사회조직이든 구성원들간의 의사소통이 그 조직의 사활을 결정하며 크고 복잡한 조직일수록 더욱 더 효율적인 의사소통 구조가 필수적이다. 그래서 현대사회에서는 의사소통 능력이 매우 중요한 능력으로 인정되고 있다. 이와 마찬가지로 생명체라는 매우 복잡한 조직도 외부의 자극을 감지하고 그 자극에 대한 조화된 반응을 이끌어내기 위해 생체 내부에서의 신호 전달을 통한 의사소통이 필수적이다. 우리 몸에서 외부 자극을 감지하고 이에 적절히 반응하기 위하여 생체 내 의사소통에 관여하는 대표적 기관이 바로 신경계와 다양한 호르몬을 분비하는 내분비계로 두 기관은 함께 협력하여 기능을 수행한다. 

호르몬은 우리가 보통 호르몬 샘(gland)이라고 부르는 조직의 세포에서 분비되어 혈액을 타고 온몸으로 돌아다니거나 주변 가까운 세포로 퍼져 우리 몸의 의사소통에 관여하는 물질이다. 많은 호르몬이 신경세포인 뉴런의 자극과 반응에 영향을 미치는데, 대표적인 것이 뇌의 특정 신경세포에서 분비되는 엔돌핀과 멜라토닌 등이다.

엔돌핀은 그 이름에서 알 수 있듯이 생체 내 진통제(endogenous morphin의 줄인 말)로서 우리가 고통을 견딜 수 있게 해주는 신경호르몬이다. 또한 멜라토닌은 생체시계를 조절해주는 호르몬으로 우리가 낮에 일하고 밤이 되면 잠이 오게 해주는 바, 시차적응이 잘 안될 때 멜라토닌을 먹어주는 것은 생체시계를 조절하려는 이유 때문이다.

신경세포간의 신호전달은 이런 호르몬뿐만 아니라 다양한 신경전달물질(neurotransmitter)이라는 화학물질에 의해 매개된다. 지난 칼럼에서 보톡스에 영향을 받는 뉴런간의 신호전달을 매개하는 대표적인 신경전달물질로 아세틸콜린(acetylcholine) 이야기를 했는데, 그 외에도 우리의 인지·학습·운동 능력 등에 매우 중요하다고 알려진 도파민(dopamine)이나 분노·식욕·기분 조절에 매우 중요한 것으로 생각되는 세로토닌(serotonin) 등이 대표적인 신경전달물질이다. 

신경전달물질은 자극이 오지 않을 때는 뉴런의 말단 주머니 속에 들어 있다가 신경전달 신호가 오면 뉴런 밖으로 분비되어 가까이에 있는 뉴런을 자극해 신호전달을 유발하고 다시 재흡수되어 다음 자극이 올 때 반응할 수 있도록 재활용된다. 그래서 우울증이나 강박증 환자의 경우 대체로 세로토닌의 농도가 낮고 그 농도를 높이기 위해 프로작(prozac) 같은 세로토닌의 재흡수를 막는 약들을 치료에 사용한다. 

최근의 과학적 결과들은 뇌의 신경호르몬 및 신경전달물질이 신경세포들과 복잡하게 상호작용하여 인간의 감정을 조절한다는 증거를 제시하고 있다. 그래서 너무나 로맨틱하지 못하지만 사랑까지도 뇌에서 호르몬과 신경전달물질에 의해 조절되는 반응으로 설명하기도 한다. 실제로 사랑에 빠진 사람의 뇌에는 도파민과 노어에피네프린이 매우 높고 세로토닌이 매우 낮다고 알려졌다. 이들 호르몬과 신경전달물질의 농도 변화에 의한 증상이 바로 황홀경, 식욕 및 수면욕 감퇴, 대상에 대한 강박, 심장박동 증가 등 상사병과 정확히 일치한다고 한다.

이런 이야기를 하는 이유는 인간의 숭고한 정신세계를 폄하하거나 인간이 단지 물질반응의 합이라고 믿기 때문이 아니다. 우울증 같은 감정의 병도 신경세포의 신경전달물질 작용에 이상이 생겨 발생할 수 있으므로, 몸이 아플 때처럼 약 먹고 치료 받아야 한다고 이야기하고 싶어서다. 우리는 몸의 병에는 매우 예민하면서 더 무서운 마음의 병에는 너무 무심한 듯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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