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문화가족’그러나 정책에 ‘다문화’는 없다
‘다문화가족’그러나 정책에 ‘다문화’는 없다
  • 채혜원 / 여성신문 기자
  • 승인 2007.12.07 14:01
  • 수정 2007-12-07 14:01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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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재 결혼이주여성 11만명… 부처마다 경쟁적 사업
대부분이 ‘한국인’으로 만드는 ‘동화교육’에 치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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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문화’가 한국 사회의 뜨거운 화두로 떠올랐던 한 해가 저물어가는 지금, 정부가 시행하고 있는 다문화사업에는 정작 ‘다문화’가 실종돼 있다는 목소리가 높다.

1990년부터 2005년 사이에 한국 남성과 결혼한 외국 여성은 15만9942명으로 매년 급증하는 추세를 보이고 있다. 2005년의 국제결혼은 총 결혼 건수의 13.6%나 차지했으며 이 중 한국 남성과 외국 여성의 결혼은 76.1%로 나타났다. 2007년 현재는 11만명의 결혼이주여성이 국내에 있다. 이렇다보니 다문화사회 관련 논의들은 국제결혼가정을 꾸리고 있는 ‘결혼이주여성’에게 초점이 맞춰져 전개됐다. 

정부는 지난해 4월 ‘여성이민자 가족 및 혼혈인, 이주자 사회통합 지원방안’을 발표하면서 결혼이주여성들을 위한 논의의 물꼬를 트기 시작했다. 여성가족부에서는 결혼이민가족지원센터를 설립했고, 교육인적자원부에서는 지역인적자원개발센터를, 농림부에서는 방문교육도우미 지원사업을 실시하는 등 각 부처마다 경쟁적으로 다문화 관련 사업을 벌이고 있다. 

하지만 전문가들은 다문화 지원사업의 대부분이 이주민에 대한 한국어, 한국역사, 한국전통문화 교육 등에 집중되어 있는 점을 지적한다. 이런 사업들은 이주민들을 우리 사회의 구성원으로 인정하는 것이 아니라, 하루 빨리 한국인으로 만들려는 ‘동화’(同化) 교육에 불과하다는 것이다.

특히 여성학자들은 정부가 결혼이주여성을 ‘저출산 고령화 문제를 해결하는 대상’으로만 보고 사업을 펼치고 있는 점을 비난하고 나섰다.

김현미 연세대 사회학과 교수는 정부 차원에서 말하는 ‘다문화가족’이 여전히 한국적 가부장제에 기반을 두고 가족의 재생산만을 목적으로 하고 있다고 꼬집었다. 김 교수는 “한국정부의 다문화가족 지원사업이 ‘한국인 아이를 출산하는 여성 만들기’에 초점을 맞추고 있다”며 “실제 결혼이민자에 대한 통합 지원방안의 기본틀이 저출산고령화사회위원회에서 성립됐다”고 말했다.

이어 김 교수는 결혼이주여성들이 ‘한국 국적의 아이의 엄마’ 자격에서만 국민기초생활보장법 등 각종 법의 혜택을 받을 수 있는 점에 대해서도 지적했다. 그는 “결혼이주여성은 국가의 ‘다문화가족’ 시나리오 안에서 묵묵히 아이를 낳고 노동력을 공급하는 ‘가족 내 이방인’이 아니다”라며 “이들을 ‘한국 남성의 배우자’가 아니라 한국 여성의 지위를 열망하는 적극적 행위자로 이해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황정미 한국여성정책개발원 연구원 역시 한국 사회가 이주여성을 ‘결혼’이라는 프리즘을 통해 편협적인 시각으로 바라보고 있는 점에 주목했다. 그는 “결혼이주여성이 결혼하지 못한 농촌총각 문제의 해법으로만 간주되고 출산과 가사노동 수행자로만 인식되는 경향이 있다”며 “취업 욕구와 경제적 동기를 가지고 있는 점에 대해서는 전혀 인식되지 못하고 있다”고 말했다. 지난해 농림어업 종사자 남성과 외국인 여성의 국제결혼은 총 3525건으로 전체 국제결혼의 41%를 차지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복지분야에서도 결혼이민자가족 지원사업이 보완되어야 한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현재 지자체나 시민단체, 지역주민자치단체 등에서 산발적으로 이뤄지고 있는 프로그램은 ‘한국어 교육’이라는 단일화된 방법으로 운영되고 있다. 여성결혼이민자들의 영유아 자녀들을 위한 보육프로그램과 초·중·고등학생을 위한 보충교육 지원도 턱없이 부족한 실정이다. 이에 대해 강경미(화원종합사회복지관) 사회복지사는 “여성결혼이민자들의 자녀를 위한 보육프로그램을 지역 내 어린이집에서 실시하고, ‘우리마을 문화제’ 등의 축제를 열어 각 나라의 전통문화를 접할 수 있는 기회를 마련하는 등의 노력이 시급히 이뤄져야 한다”고 전했다. 

정진성 서울대 사회학과 교수는 지난달 30일 ‘국제결혼 이주여성, 쟁점과 전망’이란 주제로 열린 서울대 여성연구소 국제학술대회에서 “이주여성만을 향한 지원이 아니라 국민 전체에 대한 다문화·인권교육이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정교수는 경쟁적으로 다문화 관련사업을 펼치고 있는 정부 각 기관들간의 조정, 시민단체들과의 협력 또한 필요한 시점이라고 지적했다. 정부 각 기관과 지자체에서 결혼이민여성들을 위해 지원하는 서비스는 여성단체, 상담소 등이 기존에 시행해온 사업과 중복되거나 실정에 적합하지 않은 경우가 있기 때문이다.

다문화주의에 대해 심도 깊은 연구를 해온 철학자 윌 킴리카는 “다문화사회에서는 다양한 문화를 인정하는 국가정책을 지지하고 자신과는 다른 사람과 함께 생활하면서 소통할 수 있는 ‘다문화 시민’의 역할이 중요하다”고 말했다. 킴리카의 지적대로 국민 전체가 ‘다문화 시민’으로서의 역할에 충실할 때 비로소 다문화사회의 면모를 갖출 수 있다는 것이 전문가들의 결론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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