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명체가 살아가기 위해서는 외부의 자극을 감지하고 그 자극에 반응하는 것이 필수적이다. 우리의 몸에서 외부의 자극을 감지하고 이에 대해 적절히 반응하는 일을 담당하는 대표적 기관이 바로 신경계다.

신경계는 우리가 뉴런(neuron)이라고 부르는 신경세포들로 이루어져 있고 우리의 온몸에 퍼져 있다. ‘열손가락 중 깨물어 안아픈 손가락이 없다’는 속담은 모든 자식이 다 가슴 아프고 소중하다는 뜻이지만 생명과학자인 나에게는 모든 손가락에, 아니 온몸에 신경이 퍼져 있다는 것으로 해석되기도 한다.

우리의 신경계는 뇌, 그리고 뇌로부터 발달하여 척추를 따라 등으로 뻗어나간 척수로 구성되는 중추신경계 및 중추신경계로부터 나와 온몸 구석구석까지 퍼져나간 말초신경계로 이루어져 있다. 신경계를 우리 생활과 연결시켜 생각해보면 온 나라 구석구석까지 아주 잘 연결된 통신망이나 전산망이라고나 할까.

신경세포인 뉴런들은 시냅스라는 구조를 통해 서로 신호를 주고받는다. 시냅스는 신호를 주는 뉴런과 신호를 받는 뉴런의 두 신경세포로 구성되며 신호전달은 주는 쪽에서 받는 쪽의 한 방향으로만 진행된다.

시냅스의 신호전달은 요즘의 발달된 쌍방 통신망보다는 한쪽에서 신호가 오면 그 신호를 받아 다음으로 신호를 전달했다는 옛날의 봉화 시스템과 유사할 것 같다. 사람의 뇌는 약 1000억개 정도의 뉴런 신경세포로 구성되어 있다고 알려졌다.

또한 한개의 뉴런은 평균 1만개의 시냅스를 통해 다른 뉴런들에 의해 신호를 전달받아 이들 신호를 통합한 뒤 한개의 신호로 만들어 이것을 다른 뉴런에게 시냅스를 통해 전달한다고 한다. 즉 하나의 뉴런이 신호를 받는 대상이 매우 많음을 알 수 있다.

시냅스를 통한 뉴런 사이의 신호전달은 신경전달물질(neurotransmitter)이라는 화학물질에 의해 매개된다. 신경전달물질은 자극이 오지 않을 때는 뉴런의 말단의 주머니 속에 들어있다가 신경전달 신호가 오면 뉴런 밖으로 분비되어 시냅스의 신호를 받을 뉴런을 자극해 신호전달을 유발한다. 시냅스에서 뉴런간의 신호전달을 매개하는 대표적인 신경전달물질이 바로 아세틸콜린(acetylcholine)이라는 화합물이다.

노무현 대통령이 맞았다고 해서 우리나라에서 보톡스(botox)가 매우 유명해졌다. 이 보톡스가 얼굴 주름을 제거한다고는 잘 알려져 있지만 시냅스에서 뉴런간의 신경전달을 억제하는 물질임을 아는 사람은 많지 않다. 보톡스는 상품명이고 원래 이름은 ‘보톨리늄 톡신’(botulinum toxin)으로 소시지 등 부패한 육류에 기생하는 세균이 만들어내는 복어 독에 버금가는 매우 강력한 맹독이다. 이 독은 뉴런의 시냅스에서 다음 뉴런으로 신호전달을 매개하는 아세틸콜린이 분비되는 것을 막아 신경전달을 억제한다. 따라서 미세한 양의 보톡스를 주입하면 신경의 신호전달을 억제하므로 그 부분의 신경이 마비되어 찡그릴 수 없게 돼 마치 주름이 없어진 것처럼 보이는 것이다.

이 독은 처음에는 미량으로 얼굴 경련이 심한 사람에게 치료약으로 사용되다가 2002년 FDA의 승인을 받으면서 미용에 사용되기 시작해 급속히 퍼지게 되었다. 보톡스는 독도 잘 쓰면 약이 되고 인간에게 매우 유용할 수 있음을 보여주는 좋은 예라 하겠다.

맹독인 보톡스의 쓰임을 보면서 어쩌면 좋고 나쁨, 옳고 그름은 정형화되어 있는 것이 아니라는 생각을 하게 된다. 무엇이든 누구에 의해 어떻게 사용되는가가 중요한 것임을, 그래서 항상 결론은 그것을 사용하는 사람, 즉 우리의 문제임을 다시 한번 깨닫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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