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1회 여성 소믈리에 대회 현장&수상자 3인

이날 대회는 와인만화 ‘신의 물방울’을 국내 출판한 ㈜학산문화사와 ㈜와인나라 공동주최로 열렸다. 전문성을 갖춘 여성 소믈리에 발굴과 함께 와인 대중화를 위해 마련됐다. 이날 대회는 국내 최초로 열린 여성 소믈리에 대회답게 참가자들의 호응도 높았다.

예선을 거쳐 본선에 오른 9명은 이날 오전부터 4시간 동안 블라인드 테스팅, 테이블 서비스, 디켄팅(와인의 향을 살리기 위해 다른 병에 옮기는 것) 기술 등 소믈리에로서 종합적인 자질을 심사받았다. 예선을 치른 지 불과 일주일 만에 본선을 치러 준비기간이 짧았음에도 불구하고 뛰어난 기량을 보여주었다는 게 전체적인 평가다.

대회 직후 정미경(1위), 김명주(2위), 오수빈(3위)씨를 만나 대회 에피소드, 소믈리에를 꿈꾼 계기, 앞으로의 계획 등을 들어봤다.

갤러리 현대가 운영하는 와인 레스토랑 두가헌에 근무하는 경력 3년차의 소믈리에 정미경(31)씨. 정씨는 이날 대회에서 메뉴에 어울리는 와인을 매칭하는 게 가장 어려웠다고 말했다. 레스토랑에서는 손님한테 적절한 와인을 추천하는 베테랑 소믈리에이지만, 즉석에서 받은 코스요리에 따라 바로바로 와인을 추천하는 게 결코 쉽지 않았다고.

“에피타이저로 푸아그라(거위간)가 나왔어요. 메인 디시는 허브를 곁들인 양갈비, 디저트는 초콜릿 무스, 마지막으로 고르곤졸라 치즈가 나왔죠. 식사 전부터 단맛을 주면 전체적인 입맛을 잃을 것 같아 산뜻하고 드라이한 느낌의 프랑스 알사스 지방의 화이트와인을 추천했습니다.”

정씨가 처음부터 소믈리에를 꿈꿨던 것은 아니다. 첫 직장인 조선호텔에서 호텔리어의 꿈을 키우다 일반 금융회사로 이직했다. 그러던 중 2003년 말 영국에 본사를 둔 와인 아카데미인 WSET(Wine and Spirit Education Trust)에 등록하게 됐다.

“소믈리에라는 직업이 겉으로 보기에는 굉장히 매력적이에요. 간혹 교육기관만 이수하면 곧바로 소믈리에가 될 거라고 생각하는데 절대 아니죠. 레스토랑에 들어오면 최소 1~2년간은 접시 닦고 청소하는 게 보통이에요.”

정씨는 “소믈리에가 여성전문직으로 자리 잡을 수 있는 환경이 조성됐으면 한다”고 바람을 전했다.

본선 진출자 중 유일하게 주부 출전자로 나선 김명주(40)씨. 중학교 1학년생 자녀를 둔 김씨는 이제 막 소믈리에로서의 첫발을 내디뎠다. 10년 전 가나아트센터가 운영한 보르도아카데미에서 와인을 공부하기 시작했지만, 본격적으로 시작한 것은 지난해 와인나라아카데미에서 3개월간 소믈리에 마스터 과정을 이수하면서부터다.  

“상을 받으리라곤 전혀 예상치 못했다”는 김씨는 “이번 대회를 계기로 제2의 인생을 열 계획”이라며 밝게 웃었다.

이날 대회에서 김씨는 블라인드 테스팅이 비교적 쉬웠다고 말했다. 잔에 담긴 와인을 맛본 후 국가, 품종, 빈티지(포도 수확연도)를 정확히 맞춰야 하는데, 평소 와인을 즐겼던 경험치가 쌓여 좋은 성과를 냈다고 겸손하게 말했다.

김씨에게 와인의 정의를 한마디로 내려달라고 하자 대뜸 “단비”라고 답했다.

“메마른 일상이나 지루한 생활을 촉촉이 적셔줄 단비가 아닐까요? 평소 못했던 얘기도 와인이 곁들여지면 술술 나오잖아요. 달콤한 향만큼이나 삶을 달콤하게 만들어주니까요.”

김씨는 와인 초보자들에게 조언의 말도 건넸다.

“와인을 제대로 알고 마시면 1만원짜리 와인도 10만원 이상의 값어치를 갖게 됩니다. 형식에 구애받을 필요는 없지만, 간단한 와인 상식을 알고 나면 와인의 참맛을 느낄 수 있을 겁니다.”

서울 강남 신사동에 위치한 와인바 클라레의 오수빈(25)씨는 낮에는 학생, 밤에는 소믈리에로 활약 중이다. 성균관대에서 프랑스어를 전공하는 오씨는 어학공부차 프랑스로 떠났었다. 세계적인 와인 생산지인 보르도 지역에 있는 와인교육기관 카파 포르마시옹(CAFA)에서 9개월간 수학한 게 인연이 돼 소믈리에의 길을 걷게 됐다. 1986년 설립된 이곳은 엄격한 학사관리로 유명하다.

“와인은 사람하고 공통점이 많아요. 생김새, 성격 등 사람도 다양하듯이 와인도 수천, 수만가지 맛을 갖고 있습니다. 또 자주 접하다 보면 친근해지죠. 이런 매력 때문에 와인을 공부하게 됐나봐요.(웃음)”

오씨에게도 이날 대회에서 가장 어려웠던 종목은 바로 음식과 와인을 매칭하는 일이었다. 약한 맛에서 강한 맛으로, 화이트에서 레드로 간다는 기본원칙 아래 음식에 어울리는 와인을 하나씩 추천했다.

“메인인 양고기는 꽉찬 느낌이라 중후한 느낌의 포이약 지방의 샤토 클레르 밀롱 2002년산을 추천했어요. 또 초콜릿 무스엔 달콤한 느낌을 배가시킬 수 있도록 바뉠스 지방의 도멘 에투왈 그랑크뤼를 추천했고요.”

오씨는 경력 18개월차의 새내기 소믈리에다. 때문에 대회 수상의 기쁨보다는 현장 경력을 더 쌓아 탄탄한 실력을 갖추고 싶다는 바람을 강조하기도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