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골의 情 ‘과한 관심’
시골의 情 ‘과한 관심’
  • 박효신 / 전 온양민속박물관장
  • 승인 2007.11.30 13:33
  • 수정 2007-11-30 13:33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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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파눕자 이웃들이 살펴주고 먹여주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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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 열흘, 어찌나 심하게 앓았는지 이대로 죽을 수도 있겠다 싶어 유언장까지 썼다. 처음 하루 이틀은 그저 체한 줄로만 알고 소화제만 먹으며 버티었다. 그런데 그저 체한 것이 아닌 것 같았다. 열이 심하게 오르고 두통이 심했고, 무엇보다 참을 수 없는 건 심장이 마구 부풀어 올라 금방이라도 빵 터져버릴 것만 같았다.

가슴은 답답하고 눈만 감았다 하면 꿈인 것도 같고 환상인 것도 같은 복잡한 형상들이 마구 뒤엉켜 식은 땀으로 온몸이 범벅이 되었다. 이러고 사흘이 지났지만 귀 어두운 어머니는 딸이 어느 정도 아픈지 짐작을 하지 못하고 있었다. 사흘째 물 한모금 마시지 못하고 몸져누워 있는데, 자주 방문하는 이웃 내외가 들렀다.

“요새 좀 바빠서 와보지 못했더니 아니 웬일이래요? 빨리 병원에 가야지 안돼요.”

내 모습을 보고 놀란 내외는 나를 바로 차에 싣고 읍내 병원으로 달렸다. 병원에 도착한 나는 걷지도, 앉아 있지도 못할 정도로 거의 탈진상태였다. 진찰 결과 단순히 체한 것이 아니라 장유착이란다. 당분간 보리차 외에는 아무것도 먹지 말라고 했다. 내외는 다음날도 나를 병원에 싣고 가려고 들렀다. 아무것도 먹질 못하니 병원에 가서 영양제라도 맞자는 것이었다. 영양제를 맞는 3시간 동안 내외는 나를 지켜주며 기다렸다가 집으로 싣고 와 눕혀주고 돌아갔다. 

“아니 왜 안보이나 했더니 많이 아프다며?”

그동안 나의 아픈 소식은 온 동네에 퍼져 걱정된 이웃들이 들러주었다. 이웃들의 도움으로  열심히 병원 치료를 받은 덕에 일주일째 나는 어느 정도 편안해졌다.

“오늘부터는 죽부터 조금씩 드셔도 되겠어요.”

의사가 이제 단식을 하지 않아도 된다고 했으나 나는 여전히 아무것도 먹을 수가 없었다. 모든 것이 입에 써 한 숟가락도 당기질 않았다. 그렇다고 이것저것 해서 디미는 사람도 없고….

“이제부터는 굶어 죽게 생겼네.”

배는 고파 죽겠는데 입에서 받는 것이 없어 계속 굶고 있던 차, 늦은 저녁에 철이 엄마가 냄비를 하나 들고 찾아왔다.

“아무것도 먹질 못한다고 해서 이것 좀 먹어보라고 가져 왔네…. 녹두죽이여.”

“녹두죽? 내가 녹두죽 좋아하는 거 어떻게 알고….”

“전에 보니 녹두죽 맛있게 먹드구먼. 지금 막 해가지고 오능겨. 뜨끈할 때 먹어봐.”

이날 나는 열흘 만에 처음으로 입에 음식을 떠넣었다. 기운이 없어 숟가락도 무거웠지만 맛있었다. 다음날은 나를 병원으로 실어나르던 내외가 냄비를 들고 들렀다.

“이거 맛있나 모르겠네. 전복 쬐끔 넣고 전복죽 끓여봤는데….”

열흘 동안 내가 꼼짝을 못했으니 엄마 역시 먹는 게 말이 아니었다.

“어머니도 좀 드셔 보세요.”

모처럼 먹어보는 별미에 엄마가 더 좋아하신다. 그리고 다음날 마을 끝에 사는 아줌마가 송이 넣고 수프를 끓였다며 또 한 냄비 들고 왔다. 정말 맛있었다. 이렇게 특별한 음식으로 몸보신을 해가며 나는 회복되어갔다.

“일부러라도 하는 단식을 나는 열흘 동안 했으니 장 청소는 끝내주게 되었을 테지?”

그래서인지 몸은 더욱 가벼워지고 오늘은 뒷산을 한바퀴 돌며 운동도 했다.

도시생활을 하다 시골로 내려온 사람들이 아주 힘들어하는 것 중 하나가 ‘동네 사람들의 과한 관심(?)’이라고 한다. 조용히 살고 싶어 내려왔는데 온 동네 눈치 보며 사는 게 싫다면서 포기하고 올라가는 사람도 있다. 그러나 나는 시골살이 처음부터 그 ‘과한 관심’이 참 좋았다.

동네분들은 나 사는 것 궁금해 수시로 구실 만들어 들여다보고, 이것저것 참견하는 것 좋아하고, 나 역시 남 사는 것에 늘 호기심이 발동해 이장댁 세간살이 얼마나 늘었나 가끔 안방부터 훑어보고, 철이네 부부싸움은 어떻게 되었나 공연히 철이네 마당 기웃거려 보고…. 이게 시골살이의 맛인 걸….

이번에 나는 이웃들의 그 ‘과한 관심’ 덕에 살아났다. 서울에서는 꿈도 꿀 수 없는 일이 아닌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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