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극‘꿈꿔서 미안해’
연극‘꿈꿔서 미안해’
  • 김문환 / 서울대 미학과 교수, 연극평론가
  • 승인 2007.11.30 11:44
  • 수정 2007-11-30 11:44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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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극인의 일생 통해 묻는 ‘웰 다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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극단 산울림이 보여준 연극 ‘꿈꿔서 미안해’(윤대성 작, 임영웅 연출)는 한 연극인의 일생을 통해 ‘웰 다잉’의 문제를 다루고 있다. 두 저명 작가와 연출가가 처음으로 만난 공연이며  출연진 구성도 흥미로운데, 주인공 역을 맡은 전무송과 그의 딸 전현아, 그리고 사위인 김진만이 함께 출연하기 때문이다. 여기에 성병숙과 정상철 등이 가세해 일단 캐스팅만으로도 관객들의 관심을 모았다.

남편의 가출로 인해 오랫동안 혼자서 약국을 경영하며 집안살림을 도맡아온 아내는 아버지가 연습 중에 심장발작을 일으켜 병원으로 실려갔는데 집으로 모셔오겠다는 아들의 말을 듣고 냉담하게 반응한다. 남편의 그간 소행을 도저히 용서할 수 없기 때문이다. 여기에는 가출한 남편을 딸 또래의 여배우가 뒷바라지해왔다는 사실이 상승작용을 일으켰다.

결국 남편은 집으로 돌아왔지만 여전히 희극배우로서 살아가며, 하다못해 노인정 위문공연이라도 스스로 꾸며댄다. 또 한번의 심장발작으로 인해 병원으로 실려간 후 남편을 돌보아준 여배우가 애인과 동거 중이면서 그를 보살폈다는 사실을 알게 된 아내는 그간의 오해를 누그러뜨린다. 그리고 드디어 남편의 임종을 맞이하게 되자 남편의 연극 사랑을 적극적으로 살려주지 못한 자신의 과거를 뉘우친다.

연극인들 사이에서 실제로 전개되기도 하는 이와 같은 상황을 지켜보는 일반관객들의 반응은 대체로 이 상황을 수긍하는 쪽이다. 다만 상황을 좀더 극적으로 묘사하기 위해 작가는 남편의 가출이 아내의 거부로 인해 수동적으로 이루어진 것으로 변명하지만, 가정을 돌보지 못한 가장을 ‘꿈’을 이유로 전폭적으로 받아들이는 반응 또한 아닌 것 같다. 그러기에 이와 같은 갈등상황을 자신의 처지와 견주면서 나름대로 생각에 잠기도록 하자는 데 이 연극의 묘미가 있다. 극단적인 경우이기는 해도 한국의 가장들과 그 가족들이 일상적으로 겪어보았음직한 상황일 수 있기 때문이다.

방송에서 앞으로 곧 남자는 평균 95세까지, 여자는 평균 100세까지 살게 되리라고 말한 의사가 거짓말을 한 것이 아니라면, 앞으로는 적어도 은퇴 후에 이어질 제2의 생애를 어떻게 살아가야 할지 묻는 질문과도 상통하는 문제의식이기에 서두에서 ‘웰 다잉’이라는 표현을 써본 것이다.

부분적으로는 몰리에르의 ‘수전노’의 한 대목을 재현하기도 하는 연기 설정을 통해 연극을 좀더 흥미롭게 만들려는 배려가 엿보이는데, 그리 썩 잘 어울려 보이지는 않는다. 또한 무대 전환을 위한 기능을 겸한 노래는 곡 자체로서는 무난했으나 피아노의 반주음이 지나치게 강해 곡을 싸안지 못한 아쉬움이 남는다.

그러나 전반적으로 단순한 한판 놀이로 얼버무리는 공연이 다반사인 오늘의 연극계에서 생각할 거리를 제공해주는 안정된 무대를 제공했다는 것 하나만으로도 이 공연은 그 의의를 인정받을 만하다. 비단 환갑 줄에 들어선 관객들뿐 아니라, 아직 젊다고 생각하는 관객들에게도 이 연극이 던지는 질문의 무게는 결코 가벼워 보이지 않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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