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입법예고한 차별금지 법안은 논란 소지에 실효성 있는지 의문.
우리 사회의 암묵적 차별에 대한 구체적 대안 상세히 제시해주길

대통령 선거에서 제시되는 공약들은 새로 출범하는 정부의 정책을 추진하는 근거가 되기 때문에 중요한 의미를 갖는다. 어김없이 이번 선거에서도 여성정책 공약들이 제시될 것이며, 여성단체를 비롯하여 여기저기에서 공약 검증작업들을 거치게 될 것이다.

이전의 선거공약들은 여성정책을 담당할 기구를 마련하고 새로운 여성정책들을 만드는 일에 초점이 두어졌다. 지난 10년간의 여성정책을 통해 여성들의 대표성을 향상시키기 위한 적극적 조치가 소기의 성과를 거두었고, 호주제, 성매매, 성폭력, 가정폭력 등 차별이 가장 가시적으로 드러나는 영역에 대한 시정조치들이 제시되었다. 이러한 여성정책들의 실효성은 아직도 과제로 남아있기는 하지만, 여성에 대한 차별을 사회적으로 인정하고 차별에 대한 감수성을 어느 정도 높였다는 점에서 긍정적이다.

그러나 최근의 사회·경제적인 변화 속에서 차별의 양태는 비단 여성들의 것만이 아닌, 계급, 계층, 인종, 종교, 성적지향, 연령, 국적 등 여러 가지 삶의 조건들과 맞물려 나타나고 있다. 물론 이를 반영하여 여러 분야에서 차별을 금지하는 법이 마련되고 있다. 하지만 얼마 전 법무부에서 입법예고한 차별금지법안은 인권위에서 권고했던 20개 차별 금지의 범위에서 성적지향, 학력, 병력, 출신국가, 언어, 범죄, 가족형태 및 가족상황 등 7개 조항을 삭제시켜 논란이 되고 있다. 또한 시정명령 및 이행강제금, 징벌적 손해배상 제도 등이 누락되어 있어 차별 금지의 실질적 효과에 대한 의문도 일고 있다.

그동안 우리 사회는 암묵적으로, 때로는 드러내놓고 동성애자, 이혼경력이 있는 자, 학벌이 낮은 자, 이주노동자들에게 편견을 보여왔다. 그 편견이 고용에서부터 일상생활에 이르기까지 얼마나 당사자들에게 차별의 고통을 주었는지는 굳이 설명할 필요가 없을 정도다.

또한 심각한 사회적 문제가 되고 있는 비정규직 문제에 대한 해결책으로 제시된 비정규직 보호 관련 3개 법안도 고용차별을 해소하기에는 아직도 풀어야 할 과제들을 안고 있다. 그 법이 통과되자마자 사기업은 물론 공기업에서도 2년 이상 근무한 비정규직원의 정규직화 조항을 회피하기 위하여 대량해고를 감행했다. 비정규직 사원을 정규직으로 전환한 기업들도 있어 사회적으로 환영을 받은 바 있지만, 정규직 전환 대상은 여성이 다수이며 별도의 직군으로 운영되어 원래의 정규직과 임금 및 직무를 구별하고 있으므로 이 또한 논란이 되고 있다.

고용은 보장하지만 임금이나 근로조건에서는 차이를 남겨두겠다는 것인데, 과연 비정규직이 수행하는 직무는 정규직이 수행하는 직무와 이질적인 것인지, 이 직무들은 과연 어떻게 평가되는 것인지 등이 논란이 되고 있다.

이번 선거에서 제시될 공약들에서는 아직 해결되지 않았고, 갈수록 복잡한 양상을 띠고 있는 우리 사회의 차별문제에 대한 심도 있는 접근을 찾아보고 싶다. 현재 우리 사회의 차별을 어떻게 진단하고 있으며, 이에 대한 구체적인 대안은 무엇인지를 보다 상세하게 제시하는 공약이 필요하다.

대부분의 후보들이 공통적으로 일자리 창출, 일-가정 양립, 저출산 대책 등 고용 및 경제 관련 공약들을 제시할 것이며, 차별을 해소하고 양성평등 사회를 위해 애쓰겠다는 의지를 표명할 것으로 예견된다. 일부 후보들은 언론이나 토론회 등에서 공약 사항으로 여성일자리 창출이나 여성가족부의 통·폐합 등(여성신문 957호)의 의지를 밝힌 바도 있다. 구체적인 내용은 한달 정도 남은 선거 기간에 드러나겠지만, 월 급여가 100만원을 넘지 않는 2년 미만의, 노동법 사각지대에 있는 일자리의 양산과 함께 시민의 의사를 수렴하지 않고 부처간의 이견과 갈등을 조장하는 정부조직의 통·폐합을 염두에 둔 것은 아닐 것이다. 

기존의 여성정책과 차별금지 정책들을 꼼꼼하게 평가하여 계승할 것은 계승하고, 부족한 점을 채운다면 이보다 중요한 공약은 없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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