말도 탈도 많은 중간광고
말도 탈도 많은 중간광고
  • 양문석 / 언론개혁시민연대 사무총장
  • 승인 2007.11.23 13:11
  • 수정 2007-11-23 13:11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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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청권 훼손은 분명…이해관계 첨예해 합의 난망
지상파·방송위 프로그램선택권 시민단체에 개방을
시민단체 활동가라는 직업이 어떤 때는 참으로 무거운 짐을 잔뜩 실은 지게를 지고 험한 산으로 올라가는 느낌으로 다가온다.

특히 말 많고 탈 많은 언론관계 시민단체의 활동가는 언제나 이종매체간의 이익싸움에 동원되는 예비군처럼 취급당할 때가 많아 더욱 그렇다. 기자실 통·폐합 때도 그랬고, 중간광고 논란에서도 어김없이 우리는 지게를 지고 산으로 가도록 강요를 당한다.

소신대로 하면 된다는 말은 참으로 ‘말하기 쉬운 말’이다. 소신이 뭔가? 충분한 자료 검토와 상황, 그리고 역사적 맥락과 매체에 대한 이해를 총괄하여 한눈에 읽을 수 있을 때 소신이 나오는 것이지, 말초적 감각으로 소신이 나오는 것은 아니다. 수많은 학습과 더불어 치열한 논의와 논쟁의 결과로 소신이 나오는 것이다. 특히 언론개혁시민연대처럼 48개 단체의 연대체일 경우, 그 소속단체의 입장이 각기 다르고, 특히 시민단체와 언론관계 직능단체의 입장이 어긋날 때 소신과 입장을 갖는 것은 더욱 어렵다.

중간광고, 방송광고 제도의 일부를 수정하는 논의였다. 지금 우리 방송법은 60분짜리 드라마 한편에 대해서 광고를 6분 할 수 있다.

15초짜리 광고물 4개면 1분, 24개면 6분이다. 시청자들이 보는 드라마가 60분 분량이라고 하면 실제 드라마를 보는 시간은 54분이고 광고는 6분이다. 즉 드라마 보기 전에 15초 분량의 광고 12개를 보고, 끝난 후 12개를 보게 된다. 그런데 중간광고를 도입하게 되면 60분 분량의 드라마에 한해 아마도 1분의 중간광고가 허용될 전망이다.

그러면 15초 분량 4개 또는 30초 분량의 광고 하나와 15초 분량 광고 2개 정도가 들어간다. 반면 드라마 앞뒤 광고는 기존 12개에서 10개로 2개 줄어든다. 이것이 소위 말하는 중간광고의 핵심 내용이다.

이것을 도입할 것이냐 말 것이냐의 논쟁이다. 신문과 케이블TV는 5000억원 이상의 방송광고 이익이 추가로 발생할 것이며, 이는 신문광고 수입에 치명상을 입힐 것이라며 반대한다. 지상파방송은 1000억원 미만의 추가 수입이 발생해 지금의 지상파 재원위기를 돌파하는 데 핵심적인 역할을 할 것이며, 이 돈으로 제대로 된 공공성 짙은 프로그램을 만드는 데 투입할 것이라고 공약한다. 시청자단체는 중간광고 도입은 명백한 시청권 훼손이라며 방송위의 결정을 성토하고 나선다. PD연합회 등 직능단체는 중간광고 도입에 찬성하지만 이 돈이 직원의 임금이나 복지에 사용돼서는 안되고 반드시 프로그램 제작비로만 전용되어야 한다고 주장한다.

이런 논쟁에서 언론개혁시민연대의 입장을 밝히라고 이쪽 저쪽에서 강요한다. 입장? 다른 사안 같으면 사무처의 입장을 그대로 공개하겠으나, 워낙 이해관계가 첨예한 사안이라 10여개 단체 대표로 구성된 운영위원회를 개최했으나 합의에 이르지 못한다.

하지만 분명한 건 시청권 훼손임에 대해서는 부인하지 않는다. 두 갈래로 나뉜다. 시청권 훼손이기 때문에 중간광고 도입에 반대한다는 쪽과 시청권 훼손을 보완할 수 있는 대안이나 조건을 지상파와 방송위원회가 내놓아야 한다는 쪽으로 나뉜다.

개인적으로는 후자에 속한다. MBC 노사 합의가 대표적인 조건부의 일환이다. 임금과 복지에 중간광고로 인한 추가수익을 사용하지 않겠다, 임금피크제 강화, 명예퇴직 시행, 프로그램 평가제 도입으로 자구노력을 계속해나가겠다, 중간광고 수익의 50% 이상을 보도·시사교양·다큐멘터리 등에 투입하겠다, 드라마 축소와 어린이 시간대에는 중간광고를 포함해서 프로그램 전후 광고도 하지 않겠다, 장애인 방송 접근권을 대폭 확대하겠다, 수신환경 개선에 적극 노력하겠다, 지역방송을 활성화시키는 데 재원의 일부를 사용하겠다, 사회공헌을 강화하겠다 등이 지난 13일 MBC 노사가 합의해 공표한 내용이다.

하지만 우리는 여기서 더 나아가 편성위원회 구성 및 심의실 개방 등 방송 프로그램이 방송사 구성원에 의해서 일방적으로 짜여지고 심의되는 것이 아니라 학계와 시민사회의 목소리를 담아 함께 만들어가자는 요구를 한다. ‘지상파 2.0 시대’를 요구하는 것이다. 이것을 방송사가 어떻게 수용할지를 보고, 조건부 도입으로 가닥을 잡을 것인지 아니면 전면 반대로 나설 것인지를 판단하고자 한다.

이번 주와 다음 주가 고비다. 무거운 짐 실은 지게를 내려놓고 싶다. 지상파와 방송위의 결단을 요구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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