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하는 여성 1000만 시대 일·가정 양립이 핵심이다
일하는 여성 1000만 시대 일·가정 양립이 핵심이다
  • 김경선 / 노동부 여성고용팀 팀장
  • 승인 2007.11.23 13:10
  • 수정 2007-11-23 13:1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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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등학교 사회교과서를 보면 어머니는 부엌에서 음식 준비를 하고 아버지는 책을 보고 있는 전통적인 가족의 모습이 나온다. 우리나라가 남성 생계부양자 모델(male bread-winner model)을 계속 고수해온 데 그 원인이 있을 것이다. 2007년 10월 기준으로 여성경제활동 참가율이 51.0%로 실업자까지 포함하면 여성경제활동 인구가 1026만2000명이며 취업자만을 기준으로 한다면 1000만8000명 수준에 이른다. 그러나 OECD 국가들의 평균이 60.8%임을 고려하면 과거에 비해 많이 증가했다고 하지만 아직 선진국 수준에 이르려면 한참 먼 수준이다.

그런데 이렇게 일하는 여성이 늘어나고, 일하고 싶어 하는 여성이 늘어난 것과 관련해 반드시 필요한 인프라가 ‘일·가정 양립’이다. 여기에서 인프라라고 하면 제도나 정부 정책의 전달체계뿐 아니라 사회 전반적인 인식체계, 직장문화, 가족문화 등 전반적인 것을 말한다. 여성과 일에 대해 고민하는 전문가들은 “모든 여성들이 일하는 기쁨과 보육하는 보람을 가질 수 있어야 한다”고 주장한다. 그렇게 되려면 마찬가지의 명제로 “모든 남성도 일하는 기쁨과 보육하는 보람을 가져야 한다”는 것이 성립돼야 한다. 다시 말하면 사회 전반적으로 남녀가 함께 일하고 아이를 함께 키우는 ‘dual earner, dual carer system’이 정착돼야 하는 것이다.  그렇게 되려면 현재 바뀌어야 하는 것이 매우 많다. 가정도 바뀌어야 하고, 회사도 바뀌어야 하고, 정부 정책의 틀도 바뀌어야 한다. 무엇이 우선적으로 바뀌어야 하는지 논쟁을 하는 것은 무의미할 것으로 본다. 다 같이 변화하려고 노력해야 각각의 노력들이 의미를 갖기 때문이다.

정부에서는 최근 남녀고용평등법을 개정해 ‘남녀고용평등과 일·가정 양립 지원에 관한 법률’안을 국회에 제출했다. 그 주된 개정 내용은 배우자출산휴가제의 도입과 육아기 근로시간단축제도 도입 및 그밖의 다양한 일·가정 양립지원 프로그램을 실시하는 기업에 대한 지원근거 마련 등이다. 정부가 배우자출산휴가를 도입한 것은 그 자체로 일·가정 양립이 될 것이라고 기대하기보다는 이를 법정 휴가제도로 하면 자연스럽게 가정 내에서도 남성들의 출산과 양육에의 참여가 촉진될 것이라고 기대하였기 때문이다. 또한 육아기 근로시간 단축제도 역시 현재 전일제 형태로만 육아휴직이 가능하고 정부가 고용보험기금으로 50만원을 지원해줄 뿐 무급휴직 기간이다보니 생계부담이 상대적으로 적은 여성들만 활용하게 되는 문제가 있다. 이에 시간제 형태로도 활용할 수 있도록 하여 육아휴직 활용률을 높이자는 데 그 목적이 있다. 이 법률이 개정되면 일하는 여성의 일·가정 양립 부담이 다소나마 줄어들 것이며, 사회 전체적인 분위기 전환의 계기가 될 것으로 기대된다.

한편, 기업의 경우도 단순히 여성인력의 활용 차원에서만이 아니라 근로자 전체의 직무만족도 제고와 생산성 향상을 위해 일·가정 양립에 관심을 기울여야 할 시기가 되었다. 2006년에 한 경영자 단체에서 실시한 설문조사 결과를 보더라도 응답 기업의 61.2%가 일·가정 양립이 기업 성과 향상에 도움이 된다고 응답한 것으로 나타났다.

근로자들의 가치관이 과거에 비해 일·가정 양립에 높은 가치를 두고 있기 때문에 기업 차원에서도 이에 대응할 필요성을 느끼는 것이다. 앞으로 유능한 젊은 인재들을 끌어들이기 위해서는, 그리고 이들을 계속 고용하면서 창의적인 사고를 통해 생산성 향상을 이끌어내려면 과거의 장시간 근로 위주의 방식에서 벗어나 일·가정 양립을 주된 가치로 내세우는 경영이 이루어져야 할 것이다.

최근 가정 내에서도 변화가 진행되고 있으며 이러한 변화의 속도는 더욱 빨라질 것으로 보인다. 학생들에 대한 의식조사에서 여학생보다는 오히려 남학생들이 맞벌이를 더 원한다는 결과가 나왔다고 한다. 생계부담의 책임을 혼자 지기가 부담스럽기 때문일 것이다. 결혼에 있어서도 여성의 직업이 중요한 고려 요소가 되고 있다. 그런데 생계부담을 같이 지기 원한다면 가족돌봄의 책임도 같이 져야 한다는 의식을 가져야 하는데 이러한 측면의 의식은 아직까지 그리 성숙하지 않은 것 같다. 지속적인 홍보와 교육이 필요할 수밖에 없는 것이다. 일하는 여성이 1000만이 넘는 시대, 이제 우리나라 교과서에도 함께 출근하고 함께 부엌에서 일하는 부모님의 모습이 그려져야 하지 않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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