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명희 한국소비자원 원장

NGO 출신으로는 처음으로 제11대 한국소비자원 원장으로 임명돼 화제를 낳았던 박명희(59) 신임 원장이 취임 2개월을 맞았다. 전국녹색소비자연대 공동대표를 맡아 활발한 소비자운동을 벌였던 그는 초고속인터넷 사업자의 고객정보 불법유출과 관련한 집단소송과 미국산 소고기의 수입 중단 등을 주도한 인물이다.

지난 16일 서울 염곡동 집무실에서 박 원장을 만났다. 취임 이후 직원들과 1대 1 면담을 통해 각자의 개성과 업무스타일을 파악하고 있다는 그는 이제야 한숨 돌리고 여유가 생겼다는 말로 인터뷰를 시작했다.

“올해는 여러 가지로 의미가 큰 해입니다. 우선 소비자원 관할이 재경부에서 공정거래위원회로 이관됐습니다. 그만큼 소비자 권익을 확보할 수 있을 것으로 내다보고 있습니다. 앞으로 두 기관의 업무 연계를 통해 소비자 안전에 대한 시장 감시와 신속한 대응체계를 마련할 계획입니다.”

올해 출범 20주년을 맞은 소비자원은 변화와 혁신을 통한 재도약을 위해 안팎으로 분주하다. 특히 지난 3월 시행된 소비자기본법에 따라 ‘집단분쟁조정제도’가 도입된 것은 획기적인 변화라는 평가를 받고 있다. 소비자단체에서 소비자운동을 직접 주도해온 박 원장도 집단분쟁조정제도가 소비자 피해를 근원적으로 구제할 수 있다고 자신했다.

취임 직후인 9월 초 아파트 새시 보강빔을 미설치한 업체에 대해 손해배상 결정을 내린 후로 지금까지 7건의 사건이 추가 접수돼 진행 중이다. 상황이 이렇다보니 기업들도 잔뜩 긴장한 상태다. 박 원장은 제도 활성화를 위해 홍보를 강화하고, 소비자 고발 프로그램 등과 연계해 소비자들의 집단 피해사실을 파악하는 데 주력할 뜻을 내비쳤다.  

소비자 권리의 중요성을 누구보다 강조하는 그이지만 소비자의 권리를 남용하는 일명 ‘블랙컨슈머’(black consumer)에 대해서는 엄격하게 대응할 생각이다. 이를 위해서는 대상별로 소비자 교육과 정보제공 기능을 강화하겠다고 강조했다.

“똑똑한 소비자와 마찬가지로 책임 있는 소비자를 키우는 것이야말로 국가경쟁력의 밑바탕이 됩니다. 막무가내 식으로 환불과 억지보상을 요구하는 태도는 건전한 소비환경을 만드는 데 걸림돌이 된다는 걸 기억해야 합니다.”

박 원장은 NGO 경력을 최대한 살려 자유로운 조직문화를 창출하는 데도 앞장설 계획이다. 기관의 혁신은 조직 내부에서 시작된다는 것을 철저하게 확신하고 있기 때문이다. 특히 업무의 전문성을 키우기 위해 실무자가 프레젠테이션을 하도록 한 것도 박 원장 부임 후 일어난 가장 큰 변화다. 처음에는 어리둥절했던 직원들도 이제는 자기 분야에서 최고 전문가라는 생각으로 프레젠테이션에 임할 정도다. 또 상담직에 종사하고 있는 20~30명의 비정규직원도 정규직으로 전환해 업무 효율성을 높일 계획이다. 

“21세기는 다양한 의견이 모여 조율되는 시민사회입니다. 특히 소비자 관련 정책들은 민생과 직결되기 때문에 정부, NGO, 학계 등 다양한 주체들이 모여 소비자 주권을 실현하는 데 앞장서야 합니다. 이런 네트워크를 만들고 운영하는 코디네이터 역할을 충실히 할 수 있도록 임기 3년간 열심히 뛰겠습니다. 성년을 맞은 소비자원이 우리 사회의 긍정적인 변화를 어떻게 주도할지 지켜봐주십시오.”

박명희 원장은

서울대 가정교육과를 졸업하고 대학원에서 소비자학으로 석사학위를 받았다. 고려대에서 소비자학 박사학위를 받은 후 1982년부터 동국대 가정교육과 교수로 재직해왔다. 한국소비자학회 회장, 공정거래위원회 소비자정책자문위원장 등을 지냈다. 2002년부터 전국녹색소비자연대 공동대표를 맡아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