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할수 있어 감사" 콧노래가 절로
대부분 IMF때 실직한뒤 공동체서 재기…
"앞으론 결식아동 불우이웃 돕기 힘쓰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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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성신문 정대웅 기자
매서운 겨울바람 때문에 자연스레 몸이 움츠러드는 새벽 4시. 동트기 전 어둠 속에서 서울 마포구 성산2동에 위치한 ‘맛을만드는사람들(이하 맛만사)’ 작업공간에 환한 불이 켜진다. 새벽부터 하얀 조리복으로 갈아입은 여성들이 분주하게 움직이고 있다. 오전 8시까지 이화여대에 납품할 샌드위치와 샐러드를 만들려면 전날 준비해놓은 재료로 서둘러 음식을 만들어야 한다.

우선 하루 전날 정성스레 껍질을 까놓은 감자와 계란을 삶는다. 양파, 양배추 등도 빠른 속도로 썰어내 샌드위치용 재료로 만든다. 감자를 식히는 데 시간이 걸리기 때문에 오전 7시쯤이 돼야 완성된 음식이 모습을 드러내기 시작한다. 이제 남은 일은 샌드위치를 먹기 좋게 잘라 포장 케이스 안에 넣는 것. 그렇게 오전 일과가 끝난다.

매일 이화여대에 샌드위치와 샐러드를 납품하는 4명의 여성들은 여성가장공동체 ‘맛만사’의 구성원들이다. 맛만사는 2000년 3월 서울 마포지역자활센터(이하 마포자활)의 도움으로 설립된 여성가장 자활공동체다. ‘자활공동체’는 저소득층에 우선적인 참여 기회가 제공되는 것으로, 경제활동에 직접적으로 참여하는 이들이 공동으로 경영 등에 대한 책임과 권한을 나눠 가지는 이익집단을 뜻한다. 마포자활이 지원하고 있는 공동체는 맛만사 외에도 ‘오곡나눔’, ‘알찬도시락’ 등이 있다.

마포자활센터의 도움으로 생겨나 6년간 센터 건물에서 음식을 만들어왔지만, 지난 4월 맛만사는 드디어 독립했다. 서울시 기초생활보장기금 중 일부로 전세금 융자를 받을 수 있었던 덕분이다. 처음에는 매일 이화여대에 김밥·샐러드·샌드위치를 납품하는 일만 해왔지만, 이제는 출장뷔페도 적잖이 책임지게 됐다. 어머니들의 후덕함과 정성스런 손맛이 묻어난 덕분인지 여성고객들의 주문이 많다고 한다.

“처음에는 요령이 없어서 50만원어치 주문을 받으면 재료비로 60만원을 썼지 뭐예요.(웃음) 원가도 모르고 손님들이 어떤 음식을 선호하고 어느 걸 덜 먹는지도 몰라서 무턱대고 음식을 많이 만들었어요. 이제는 어느 정도 방법을 익혔죠. 우리 음식 먹는 손님들한테 서빙도 하고, 맛있다는 말을 직접 들으면 그동안의 피로가 싹 없어진다우.”

김선옥 맛만사 대표는 여성가장들로 구성된 공동체에서 일하는 것만으로도 큰 힘을 얻는다고 전했다. 이들은 대부분 IMF사태 때 일자리를 잃고 어렵게 생계를 유지하다가 이 공동체에서 만났다.

여성가장에 대한 지원책이 적극적으로 마련돼야 한다는 주장은 계속 제기돼왔다. 하지만 여전히 여성가장들은 많은 경제적 어려움을 겪고 있는 실정이다. 남성부양자 모델에 기반한 노동 및 복지정책 때문이다. 지난해 성정현(협성대 사회복지학), 송다영(호서대 사회복지학) 교수가 전국 근로·빈곤 여성가장 1006명을 대상으로 조사한 결과, 여성가장 가족의 월평균 소득수준은 68만~91만원(22.9%)대가 가장 많은 것으로 나타났다. 이는 4인 가구 평균소득의 50%에도 미치지 못하는 수준이다. 50만원 미만도 6.1%나 됐다.

이런 현실 때문인지 맛만사 회원들은 “그저 일할 수 있다는 것만으로도 감사할 뿐”이라고 입을 모았다. 유강자(55)씨는 약 8년 전 일자리를 잃고 나서 구청에서 진행하는 조리사 교육을 받다가 맛만사와 인연이 닿았다. 맛만사의 맏언니이자 맛만사 창립 때부터 함께해온 류춘계(60)씨는 “계속 서서 재료를 만들고 오래 일하다보니 다리, 허리가 아플 때가 많다”며 “그래도 비슷한 처지에 있는 여성들끼리 생활 속의 이야기를 나누다보면 공감대가 생기기 때문에 힘을 많이 얻는다”고 전했다.   

쉽지 않은 길을 걸어온 만큼 지금은 자신들보다 더 어려운 처지에 있는 결식아동, 불우한 이웃 등을 돕기 위한 활동을 계획 중이다.

“우선 사무실의 남은 공간에 홀을 마련해 결식아동들이 언제든 와서 맛있는 밥을 먹을 수 있도록 도울 예정이에요. 앞으로는 다양한 음식축제에도 참여하고 도시락문화가 발달해 있는 일본도 방문해 음식사업자로서의 전문성도 키워가고 싶어요. 건강이 허락하는 한 언제까지나 이곳에서 일을 할 겁니다.”

동료들이 포부를 밝히자 인터뷰 내내 쑥스러워하던 신경숙씨가 감자를 깎으면서 갑자기 가수 윤수일의 노래를 흥얼거린다.

“♪이제와~서 후회해도 소용없는 일이지~만♩그 시절 그 추억이 또다시 온다 해도 사랑만은 않겠어요♬”

함께 일하던 어머니들도 구수한 노래가 듣기 좋은지 함박웃음을 터트린다. 초겨울의 매서운 추위는 찾아왔지만, 맛만나 사무실에는 여성들만이 모여 만들어내는 따스함이 가득했다.

맛만사 : 02-393-2322, 010-5399-3144

자활공동체 어디서 누가 지원하나

협동조합 방식의 민주적인 운영으로, 일하는 사람 모두가 주인인 사업체를 뜻하는 ‘자활공동체’. 이 공동체는 전국 곳곳에 위치한 약 242개의 지역자활센터를 통해 다양한 지원을 받고 있다. 국민기초생활보장법 제18조에 따르면 수급자, 그리고 이와 생활수준이 유사한 자는 상호협력해 자활공동체를 설립·운영할 수 있고 지역자활센터를 통해 지원을 받을 수 있다.

정석구 ㈔한국지역자활센터협회장은 “200여개 지역자활센터들은 전국 각지에서 가난한 사람들이 노동할 수 있도록 지원함으로써 각자 자기 삶의 주체로 살아갈 수 있도록 뒷받침하고 있다”며 “센터들의 결사체인 한국자활후견기관협회는 내부적으로 회원 기관들과 서로 협력하고 연대하는 구심체이면서 대외적으로는 정부, 기업, 시민사회단체들과의 협력과 연대를 증진시켜가는 매개체”라고 설명했다.

대부분의 지역자활센터들은 수급지역의 지자체로부터 인정을 받은 공동체를 대상으로 교육, 워크숍, 직업현장 배치 등을 실시하는 형태로 자활공동체들을 지원하고 있다. 

전국의 지역자활센터들 중 가장 활성화된 곳으로 꼽을 수 있는 곳은 대구다. 남구, 중구, 북구 지역으로 나뉜 지역자활센터에서 약 20개가 넘는 자활공동체를 지원하고 있다. 이 중 북구 지역자활센터에서는 건설의장공사 전문업체인 녹색마을공동체, 도시근로자가구 월평균소득 60% 이하의 출산가정에 산모 도우미를 파견하는 아가마지공동체, 친환경적인 약품을 사용해 청소용역 및 대행을 수행하는 깔끄미공동체 등을 지원하고 있다.

경기 수원 우만지역자활센터는 마이크로크레딧(무담보무보증 소액대출)을 실시하는 신나는조합(www.joyfulunion.or.kr)과 함께 사회적 기업도 지원하고 있다. 이 기관은 지난해 12월13일 국내 최초 미용 프랜차이즈형 사회적기업 ㈜조이비전을 설립해 눈길을 끌기도 했다. 이러한 시도는 자활·자립 의지가 있는 사회취약계층의 직업훈련과 공동체 창업지원 등을 통해 빈곤·취약계층의 안정적 일자리를 창출하기 위한 노력을 바탕으로 이뤄졌다.

청소년을 대상으로 한 자활공동체 지원도 이뤄지고 있다. 전국에 있는 약 30개의 청소년자활지원관을 통해 청소년 자활 지원이 이뤄지는데, 공동체 형식으로 지원을 실시하고 있는 곳은 강원도 태백과 서울 강서 지역. 태백에서는 창업동아리 형식으로 모임을 꾸려 저소득층이나 자퇴·휴학 등을 이유로 학교에 나가지 못하고 있는 청소년들이 취업을 준비할 수 있도록 돕고 있다. 지난해에는 ‘리폼동아리’를 꾸려 여러 리폼제품들을 만들고 팔아 수익금으로 용돈도 벌고 교육비를 마련하는 데도 성공했다.

서울 강서청소년자활지원관의 한복남 청소년사업팀장은 “여성청소년들이 학교 다닐 때부터 네일아트 등의 기술적인 훈련을 받도록 도와주고 졸업과 동시에 취업을 할 수 있도록 지원하고 있다”며 “아이들이 창업에 의지가 있을 때 자본상의 문제를 겪지 않도록 사업을 진행하고 있다”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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