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혼여성생태공동체 모임 ‘정착과 유목사이’
비혼여성생태공동체 모임 ‘정착과 유목사이’
  • 박정아 / ‘정착과 유목 사이’ 구성원
  • 승인 2007.11.23 11:32
  • 수정 2007-11-23 11:32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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늘, 건강한 홀로서기를 꿈꾸고 익히다

 

비혼여성의 생태공동체 모임인 ‘정착과 유목 사이’는 올해 7월 여성주의 포털사이트 ‘언니네’에 살롱을 열면서 첫 온라인 모임을 시작했다. 특별히 주도해서 모임을 이끄는 사람은 따로 없다. 참여하는 사람들이 그때 그때 배우고 싶은 것, 나누고 싶은 일들을 온라인카페에서 제안하고 그것이 모임의 뜻에 맞는다고 생각되어지면 풀어내는 방식으로 꾸려지고 있다. 그래서 늘 다양한 사람들로 문화가 만들어지고 놀이가 풍요로워지는 것이 이러한 유기적 모임의 장점이기도 하다.

그래도 우리를 하나로 묶어주는 중심 생각은 있다. 그것은 바로 비혼여성으로서의 주체적인 삶, 생태 친화적인 건강한 살림, 그리고 귀농을 해서 만들 작은 공동체이다. 결혼하지 않고 건강한 홀로서기를 하고, 세상과 바른 관계를 맺고 싶은 여성으로서는 너무나 자연스러운 과정이기도 하다.

비혼여성 생태공동체 모임은 이윤과 자본 축적을 위해 사람들의 일상과 자원, 자연을 통제하려는 자본주의를 반대한다. 또 자본주의보다 더 오랜 역사를 가지고 차별과 억압을 정당화해온 가부장제와 가부장제의 대표적인 제도인 ‘결혼’에 의문을 품는다. 비혼여성 생태공동체 모임은 이러한 삶의 양상에 대한 문제의식을 가진 여성들이 한데 어울려 서로가 가진 힘과 기운으로 새로운 삶의 양식을 위한 지혜를 모아보려는 시도다.

현재 오프 모임에서는 10명 안팎의 여성들이 모여 귀농을 준비하고 농사를 연습하며 책읽기와 다양한 문화활동을 하고 있다. 한달에 두번 주말을 이용하는 정기모임에서 읽은 책은 주로 귀농, 채식, 에코 페미니즘, 대안소비 등에 관련된 주제들이었다. 책에 대한 느낌과 생활 속의 반성, 또 앞으로 공부하고 싶은 주제들을 이야기하다보면 자연스럽게 몸으로 할 수 있는 활동들이 떠오른다.

공동체 회원들은 대부분 텃밭에서 키운 배추와 야채들로 젓갈이 들어가지 않은 채식 김치를 만들어 먹고, 두부를 만들고, 천연염색을 하고 바느질을 해 필요한 물건을 직접 만들어 쓴다. 산에도 함께 가고, 좋은 영화를 감상하고, 글도 나누면서 우리는 서로의 쓸쓸함을 달래주는 친구가 된다. 살림의 규모를 줄이고, 먹을거리의 양을 줄이며, 인간과 자연이 평화롭게 공존할 수 있는 구체적인 방법이 있다면 서로에게 주저 없이 배우고 각자 실천해보고 있다.

그동안의 활동 중 가장 행복하고 유익했던 경험은 바로 지난 9월 추석 연휴 때 떠났던 여행이었다. 우리는 4박5일간의 여행을 계획하고 훌쩍 떠났다. 조상을 위해 제사상을 차리고 친지를 위해 밥상을 차려야 한다고 배웠던 명절 연휴에 우리는 오로지 자신만을 위한 여행을 했다. 여행 주제는 ‘평화, 침묵, 배려하지 않음’. 여기에서 배려하지 않는다는 것은 혼자 여행하는 것처럼 서로 자유로울 수 있도록 배려하지 않는다는 뜻을 담았다.

걸을 수 있는 만큼 걷고, 쉬고 싶은 만큼 쉬고, 자고 싶은 곳에서는 잤다. 저녁이면 김과 누룽지를 끓여 먹고, 바느질을 하고, 시를 읽고 노래를 했다. 머물러 살고 싶은 곳을 둘러보고 만나고 싶었던 사람을 찾아가 문을 두드렸다. 미리 준비해간 알뜰한 식량, 든든한 이동수단인 걷기, 두툼한 침낭이 우리의 여행을 건강하게 지켜주었다. 최소한으로 아낄 것을 각오하고 준비했던 여행경비도 돌아온 후엔 제법 남아 더욱 유익하게 쓸 수 있었다.

여행을 마치고 나니 우리 사이에 진지한 교류가 있었고, 자랑하고 싶은 추억이 남았고, 현명한 살림을 했다는 만족감이 우리 안에 가득했다. 이번 여행 경험은 이후의 모임에 지속적으로 좋은 에너지가 되어주고 우리 한 사람 한 사람의 생활 속에서 자신감으로 피어오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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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착과 유목 사이’가 가고 싶은 곳은 농촌이다. 이미 준비된 친구들은 하나둘씩 귀농을 하게 되었고, 곧 우리는 작은 농촌공동체의 일원이 될 것이다. 함께 모여 마을 안에서 다양한 것을 배우고 만들고 어울리면서 새롭게 부여된 숙제를 찬찬히 풀어나갈 계획이다.

여성들만의 ‘생태공동체’를 꾸린다는 것이 그렇게 어려운 일일까. 사실 여성공동체에 대한 논의는 오래전부터 있어왔다. 여성들만이 모여 사는 마을을 만들어 병원과 학교를 짓고, 텃밭과 과수원과 농장을 꾸리는 곳. 그리고 여성들을 위한 일터, 서점, 극장, 공원, 시장, 도서관이 있는 곳을 상상해보면 너무나 즐겁다. 우리는 이 상상을 조금씩 실천해보고자 한다.

현재 우리는 도심에 살면서 틈틈이 나는 시간에 만나 이야기하고 놀이하고 공부한다. 지속적으로 공동체에 대한 구상을 하고, 살림을 고민하며, 여성으로 잘 사는 방법들을 공부할 것이다. 그리고 자신을 사랑하고, 자신의 요구에 솔직하고, 자신을 세상 속에 온전히 자리잡도록 도우는 일을 계속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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