별거중 부양의무 지속
영국·프랑스·독일 시행

파탄주의 이혼법을 택한 나라에서는 별거제도가 이혼의 전 단계로 활발하게 시행되고 있다. 별거의 효과는 이혼의 효과와 같지만, 부양의무는 혼인의 효과와 같기 때문이다. 일각에서는 별거제도를 도입·시행하는 국가의 경우 상대적으로 이혼이 어렵기 때문에 별거제도가 활성화될 수밖에 없다고 주장한다.

영국은 1969년 이혼법이 제정됐으며, 파탄주의를 시행하고 있다. 이혼소송은 혼인한 날로부터 1년이 지나야만 제기할 수 있다. 하지만 별거에는 따로 제한을 두지 않는다. 부부 중 한 사람이 이혼의 원인이 되는 사실을 근거로 법원에 재판을 청구할 수 있다. 다만 이혼청구와 달리 혼인 파탄 여부를 판결의 근거로 하지 않고, 간통, 유기, 불합리한 행동 등이 입증되면 별거 판결을 내린다. 별거 판결은 부부간의 동거의무를 면제해주는데, 만일 별거 기간 동안 남편이 아내와 강제로 성관계를 갖게 되면 강간죄로 기소된다. 이외에도 부양의무는 지속되지만, 별도의 유언이 없는 경우 이혼과 마찬가지로 상대 배우자의 재산에 대한 상속권이 없다.

프랑스 민법(제299조)에 따르면 별거는 부부의 동거의무만 종료되고 혼인관계는 해소되지 않기 때문에 부부간의 부양의무는 그대로 존속된다. 때문에 배우자는 상대방에게 자녀에 대한 친권과 양육비 등을 청구할 수 있다. 만약 별거상태에서 부부 중 한 사람이 사망하면 법률에 의해 생존배우자에게 상속권이 인정된다. 다만 별거 판정의 원인이 생존 배우자에게 있을 시에는 상속권을 상실하게 된다. 법정 별거 기간이 3년 이상 지속된 후 이혼 청구를 할 수 있다.

독일은 76년 개정한 이혼법에서 파탄주의를 이혼 원인으로 채택하고 있다. 혼인의 파탄을 인정하는 사유로는 ▲1년의 별거와 합의 ▲합의가 없는 경우에는 3년 이상의 별거 ▲1년 미만 별거의 경우 혼인의 유지가 신청인에게 가혹한 경우 등이다. 부부 중 한 사람이 별거를 청구하면 법원은 친권, 자녀양육비, 부양비, 배우자의 개인물건 사용, 주택사용 등의 명령을 내린다. 또 별거 기간 중에도 부모 중 한 사람이 자녀에 대한 친권을 주장하는 경우 이혼과 마찬가지로 가정법원이 친권자를 정한다. 별거 기간 중에는 상속권이 인정되지 않는다.

이혼제도를 가장 늦게 도입한 이탈리아는 이혼의 중간단계로 재판상 별거제도를 활용하고 있다. 이탈리아에서 이혼을 하려면 3년의 별거 기간이 필수다. 설사 합의에 의한 별거였다 하더라도 법원의 인가를 받지 않으면 별거로 인정받지 못한다. 자녀의 양육, 생활비 지급 등에 관해 부부가 함께 합의해야 하며, 법원은 당사자를 직접 소환해 심사한 후 인가 여부를 결정한다. 단, 배우자가 15년 이상 장기간 수형생활을 하거나 특정 성범죄를 저지르는 등 혼인을 계속하기 곤란한 범죄를 저지르면 별거를 거치지 않고 곧바로 이혼을 청구할 수 있다.

미국의 별거제도는 일부 주에서 채택하고 있다. 뉴욕은 1년, 펜실베이니아는 2년, 아이다호는 5년 등으로 다양하다. 법원은 별거 기간이 지나면 특별한 사정이 없는 한 이혼 판결을 내린다. 뉴욕의 경우 이탈리아와 마찬가지로 재판상 별거제도를 두고 있는데, 별거 합의 내용 안에 자녀의 양육, 재산 등 전반적인 내용을 공정하게 써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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