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족공동체 회복을 촉구한다”
가부장적 전통의 장벽에도 불구하고 앞서간 선배들의 부단한 투쟁과 희생에 힘입어 놀라운 속도로 발전해온 한국 여성운동은 이제 대중운동으로서의 확산이라는 대전환기를 맞이하게 되었으며, 그 깊이와 넓이의 성숙을 다지는 시대적 요청 앞에 서게 되었다. 따라서 여성신문의 창간은 여성들만의 울타리를 넘어 평등과 자유가 균형을 이룬 사회를 갈망하는 우리 시대 민주 의지의 소산이며, 미래 사회를 향한 함께 가는 여성의 비전이고, 인간 회복의 역사를 실현할 민족언론의 출발임을 우리는 믿는다.
[2] 조국 해방을 맞은 지 43년, 남녀평등에 입각한 민주헌정이 출범한 지 40년이라고는 하나 아직도 여전히 우리 사회에 팽배해 있는 남성 우월주의적 성차별 제도와 봉건적 인습은 국력의 절반인 여성을 남성에 예속된 존재로 왜곡시켜 왔으며, 여성의 삶과 의미를 복종의 미덕과 현모양처 이데올로기에 묶어둠으로써 민족 자주·자립의 역사 발전을 불가능하게 만들어왔다.
이러한 우리 시대의 부조리를 우리 자녀 세대까지 물려서는 안된다는 자각과 더불어 새로운 역사의 부름 앞에 서있는 우리 여성들은 ‘이미 시작되었고 아직 완성되지 않은 여성 해방의 역사’를 위하여 여성신문사 설립을 결의하면서, 다음과 같은 여성신문 편집 원칙을 고수할 것을 재천명하는 바이다.
[3] 첫째, 여성신문은 여성의 희망과 비인간화를 조장하는 여타의 가부장권 문화를 철저히 배격함은 물론, 이를 초래한 정치·경제·사회·문화적 제 요인들을 여성 해방적 시각에서 분석 비판하고 그 대안을 모색하는 언론 기능을 수행한다.
둘째, 여성신문은 가정과 사회에서 ‘일하는 여성의 모습’을 긍정적이고 적극적으로 부각시킴으로써 과거지향적인 여성상을 넘어 역사 주체로서의 여성, 정치·경제 주체로서의 여성, 사회·문화 주체로서의 여성관을 재정립해갈 것이다.
셋째, 여성신문은 기성세대의 막중한 임무인 자녀교육에 따른 제도 변화와 민주적 가정문화 창달을 위한 여론 형성에 특별한 관심을 쏟을 것이며, 세계 여성들의 삶과 고민을 함께 나누는 장을 마련함으로써 인류 공동체 형성에 기여하고자 한다.
넷째, 여성신문은 한국 여성운동의 다양한 흐름과 실천적 주장을 수행하고, 서로의 연대의식을 고양시키며, 여성문화 운동의 방향과 이론 정립에 따른 언론 기능에 충실함은 물론, 여성의 잠재능력이 정치역량으로 직결될 수 있도록 여론을 주도할 것이다.
다섯째, 여성신문은 우리의 일상생활을 둘러싼 갖가지 환경오염과 가정폭력 및 성폭력, 공해문제, 그리고 자원고갈 문제와 소비자 보호운동, 반핵운동 등을 생명보호운동 차원애서 적극적으로 취급할 것이다. 그리하여 여성신문은 사회 변화를 이끄는 공기로서의 언론 기능, 대안을 모색하는 창구로서의 언론 기능, 인간회복 의지로서의 언론 기능, 더 나아가 새 역사 창조의 동반자적 의미로서의 언론 기능과 사명을 다할 것을 다시 한번 다짐하는 바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