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성창업경진대회, 기능성 탁월한 제품들 두각
그러나 창업자 수가 증가하는 만큼 실패하는 이들 또한 적지 않다. 창업의 대부분을 차지하는 숙박·음식업과 도·소매업의 경우 2002년에서 2004년 사이에 각각 3만여개와 13만5000여개가 도산했다. 특히 여성창업 비율이 높은 미용실은 매년 1만여개가 폐업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남성중심 업계에서 기술로 승부
이러한 가운데 기술력을 겸비한 신선한 아이템으로 창업에 도전하는 여성들이 있어 주목을 끈다. 단순히 획기적인 아이디어를 내는 것에서 그치지 않고 기술화를 통해 사업화에까지 이르고 있는 것.
지난 15일 경기도 과천시 서울지방중소기업청에서 진행된 ‘2007 여성창업경진대회’(주최 중소기업청, 주관 한국여성경제인협회) 수상식 현장. 예비창업자 또는 창업 후 1년이 되지 않은 여성창업 기업을 대상으로 우수한 비즈니스 모델을 선정해 시상하는 자리다. 이 대회에서는 아직 시작단계지만 성공 가능성이 높은 여성창업자들이 대거 소개됐다. 특히 남성이 고용주의 대부분을 차지하는 제조업계에서 선진기술을 가진 여성창업자들의 도전은 한층 빛을 발했다.
대상에 뽑힌 ‘리팩21’(대표 임효연)이 대표적인 케이스. ‘선반기능을 가진 조립식 파레트 겸용 박스’라는 제조업 아이템을 보유한 리팩21은 그 사업성을 인정받아 중소기업청장상과 상금 1000만원을 받았다. 선정 배경은 이 업체가 보유한 독자적인 아이템 기술력. 물건을 보관하거나 운반할 때 필요한 박스를 조립형으로 만들어 필요에 따라 원하는 크기로 변경이 가능하고, 여기에 선반 기능까지 더했다. 또한 박스의 재질도 플라스틱, 목재, 철망 등 다양하다. 현재 임효연 대표가 개발한 부품 하나 하나가 특허로 출원돼 있어 삼성전자와 같은 국내 대기업은 물론 외국과도 계약을 성사시키고 있다.
최우수상을 수상한 태경테크(대표 김미경)도 마찬가지. 태경테크의 주력 아이템은 ‘전열교환기용 필터 자동교환장치’다. 환기시 실내의 오염된 공기를 내보내고 열손실을 최소화할 수 있도록 센서에 의해 필터가 자동 교체되는 제품으로 특허 출원을 받은 상태다.
기존 포화시장도 다양성으로 뚫어
여성창업자들은 화장품, 유아용품, 식료품, 의류 등 이미 포화된 여성 전용시장에서도 색다른 아이템으로 승부수를 띄우고 있다.
특히 주부로서의 경험에 기술력과 사업성을 가미한 식료품업에서 두각을 나타내고 있다.
아이스화이버(대표 임보미)의 고구마·단호박 등을 플레인 요구르트, 견과류 등과 조합한 ‘천연식이섬유 식품’과 ㈜세바바이오텍(대표 임혜원)의 ‘생리적 유효성분을 특화한 청국장 스프레드’가 그것. 특히 청국장 스프레드는 지방 축적을 저해하고 냄새가 나지 않는 청국장으로 특허 출원을 눈앞에 두고 있다.
이밖에 ▲쑥 천연염색 아토피 적용 침구류 및 소품(최우수상-들풀생활·대표 최정숙) ▲RFID(Radio Frequency Identification·무선주파수 인식기술)를 이용한 유아교육 콘텐츠(우수상-리노컴·대표 송화녕) ▲음식물 폐기물 중간수집 종량제 관리장치(장려상-그린조아산업·대표 김경란) ▲천연소재와 천연염색을 이용한 영유아 및 임신·수유복(장려상-아이옷·대표 김희자) ▲느타리버섯에 함유된 트레할로스와 생약재를 이용한 UV 차단 기능성 한방화장수(장려상-솜니허브·대표 임의원) ▲RFID/USN을 이용한 유아용 펜던트(장려상-윤미진) 등도 있다.
이에 대해 전문가들은 “여성창업의 기술화·다양화는 높은 시장 경쟁력을 가져다줄 것”으로 전망했다.
이상헌 창업경영연구소 소장은 “창업의 성공 여부는 아이템 선정에 상당 부분 달려 있다”며 “소비자의 욕구가 다양해지는 만큼 자신만이 선보일 수 있는 색다른 아이템을 갖춰야 성공 가능성이 높다”고 설명했다. 그는 이어 “여성창업이 과거와 같이 먹고 살기 위한 생계형 창업이 아닌, 차별화된 지식과 기술로 제품과 소프트웨어를 개발하는 지식기반 창업으로 나아가고 있는 것은 높이 평가할 일”이라고 덧붙였다.
이번 대회의 심사위원인 중소기업연구원 김승일 박사도 “웬만한 아이템은 이미 시장에서 경쟁력을 보장할 수 없을 정도로 포화상태”라며 “여성들이 생활과 밀접한 경험을 전문화된 아이템으로 발전시키는 것은 산업 발전이나 여성들의 자아실현 모두를 위해 바람직한 현상”이라고 전했다.
이와 함께 전문가들은 아이템뿐만 아니라 여성들의 정보력과 비즈니스에 대한 냉정한 태도 또한 성공창업을 위한 필수 요소라고 지적했다.
한편, 올해로 8회째를 맞은 ‘2007 여성창업 경진대회’는 지역 예선과 사업성, 기술성, 경영능력 등에 대한 관련 전문가의 엄격한 심사를 거쳐 최종 10개의 아이템을 선정했다. 수상 업체는 여성비즈니스지원센터 우선 입주, 신용보증서 발급 우대 등의 혜택을 받게 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