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30대 여성의 로망‘칙빈(Chick-BIn)’ 바람이 분다
20·30대 여성의 로망‘칙빈(Chick-BIn)’ 바람이 분다
  • 채혜원 / 여성신문 기자
  • 승인 2007.11.16 11:20
  • 수정 2007-11-16 11:2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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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V 칙빈 열풍 주도하는 두 여성
칙빈은 ‘젊은 여성+재테크+자기계발’ 뜻
행복지수 높이는데 몰두하는 2635 세대

 

‘온스타일’(On style)과 ‘스토리온’(Story On) 채널은 대표적인 케이블 여성채널이다. 두 채널을 각각 총괄하는 김제현 팀장과 최인희 팀장은 매년 팀원들과 함께 프랑스 칸에서 열리는 국제방송영상전시회에 참석한다. ‘밉컴’(MIPCOM)이라고 불리는 이 행사에는 세계 각국의 프로그램 공급자와 수요자들이 총집합한다. 공급자들은 프로그램을 팔기 위해 총력을 기울이고, 수요자들은 참신하고 재미있는 콘텐츠가 없는지 눈을 부릅뜨고 찾는 자리다.

두 채널 관계자들은 밉컴 행사에 참석해 해외 트렌드를 파악할 뿐만 아니라, 여성 시청자들의 구미에 맞는 프로그램을 고른다. 전세계 여성들이 열광했던 TV드라마 ‘섹스앤더시티’를 비롯해 ‘도전 슈퍼모델’, ‘오프라윈프리쇼’ 등 젊은 여성의 감수성에 맞는 프로그램을 런칭할 수 있었던 것은 이같은 노력이 뒷받침되었기 때문이다.

이들 두 사람이 최근 프로그램을 편성하는 과정에서 동시에 주목하고 있는 현상이 있다. 바로 ‘칙릿’(Chick-lit)에 이어 열풍을 일으키고 있는 ‘칙빈’(Chick-BIn) 현상이다.

‘칙릿’은 지난해 출판시장의 최고 히트 상품. ‘악마는 프라다를 입는다’란 책은 한국에서만 출간 3개월 만에 16만부가 팔렸고, ‘쇼퍼홀릭’은 다섯번째 시리즈를 출간하자마자 뉴욕 타임스 베스트셀러 1위에 올라 화제를 불러일으키기도 했다.

칙릿 이후 무섭게 떠오른 신조어인 ‘칙빈’은 대한민국 여성들을 재테크에 열광케 하는 데 중추적인 역할을 했다. 실례로 지난해 ‘여자생활백서’(해냄), ‘여자의 모든 인생은 20대에 결정된다’(랜덤하우스) 등의 여성 자기계발서 판매량은 각각 30만부를 넘어섰다. 지난해 교보문고 베스트셀러에서 각각 14위, 17위를 기록했을 정도다. ‘대한민국 20대 재테크에 미쳐라’(한스미디어), ‘청소부밥’(위즈덤하우스) 등 남성 직장인을 겨냥해 출간된 재테크 책의 실구매자 60% 이상이 2635세대(26-35세) 여성으로 조사되기도 했다. 

이에 여성 시청자를 타깃으로 한 ‘온스타일’과 ‘스토리온’ 채널 모두 최근 ‘자기계발에 소홀하지 않은 여성’에게 주목하고 있다. 김제현 온스타일 총괄팀장은 ‘즐거운 싱글여성’이 핵심 타깃이라고 강조했다.

“비즈니스 지형마저 변화시키고 있는 2635세대 여성들은 자신의 행복지수를 높이는 데 몰두하는 계층입니다. 자신이 원하는 걸 이뤄내기 위해 끝없이 도전하죠. 때문에 자기계발을 위한 투자에 올인합니다. 그래서 트렌드에 민감하고 특히 해외 콘텐츠에 눈을 돌리게 되죠. 그래서 온스타일은 해외 콘텐츠를 실시간으로 공급하는 프로그램을 런칭해오는 것입니다.”

온스타일이 제공하는 해외 프로그램으로는 할리우드 스타들의 최근 소식을 접할 수 있는 ‘할리우드 E! NEWS’, 남성 모델들의 이야기를 다룬 ‘맨 헌트’, FBI 최고 협상전문가들이 펼치는 로맨스 드라마 ‘스탠드오프’ 등이 있다.

지난 2004년 개국한 온스타일은 3년 만에 여성채널로서 확고히 자리잡았다. 2635 여성들 사이에서는 ‘온스타일 홀릭’이라는 신조어가 생길 정도로 채널에 대한 충성도가 높다. 지난주 한국갤럽이 국내 최초의 미디어 평가 모델 ‘BEAM’으로 조사한 결과 ‘브랜드 가치가 높은 케이블 채널 TOP 10’에 드는 쾌거를 이루기도 했다.

온스타일이 20대 여성들에 보다 초점을 맞춘다면 스토리온은 30대 이상 여성 시청자들이 핵심 타깃이다. 지난해 영화채널로 시작한 이곳은 올해 초 30대 이상 여성 시청자층을 대상으로 차별화된 프로그램들을 선보인다는 목표로 재개국했다.

부부가 직접 나와 그동안 말 못했던 고민을 털어놓고 패널들과 이야기를 나누는 ‘이 사람을 고발합니다’, 주부들의 성(性)에 대한 이야기를 허심탄회하게 나눠보는 ‘박철쇼’, 30~40대 여성 연예인들이 스타일과 트렌드에 대한 정보를 전해주는 ‘토크&시티’ 등의 프로그램을 방영하고 있다. 이혼 후 비로소 자신의 인생을 찾아가는 여성 이야기를 다룬 미국 드라마 ‘스타터 와이프’도 새로 런칭했다.

새로운 프로그램 편성 시도는 재개국 이후 30대 이상 여성들의 지지를 받는 데 성공했다. 최인희 스토리온 총괄팀장은 여성 시청자들의 하루가 다른 뜨거운 반응에 스스로도 놀라고 있단다.

“부부가 직접 나와 성에 대한 이야기를 나누는 코너인 ‘이 사람을 고발합니다’ 같은 경우는 사실 반신반의로 시작했어요. 실제 부부들이 TV에 참여해 자신들의 이야기를 할 수 있을까 고민했습니다. 하지만 참여율이 높을 뿐만 아니라 너무나 솔직하게 자신들의 이야기를 털어놓더라고요. 그동안 여성들이 이런 얘기를 할 통로가 없었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앞으로 스토리온 프로그램은 이렇게 30대 이상 여성들의 소통 경로로 자리매김할 계획입니다.”

온스타일과 스토리온 채널이 개국한 이유는 트렌드를 여성의 눈으로 풀어보자는 취지였다. 때문에 제작과정에서도 발 빠르게 변화하는 여성들이 중심에 서있다.

김제현·최인희 팀장은 앞으로도 ‘나 자신(myself)’을 가장 중시하는 여성들을 주시할 것이라고 입을 모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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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칙빈 열풍 배경] 여성들의 가치관과 노동시장의 변화



칙빈 열풍의 원인은 크게 두가지로 요약된다.

첫번째 원인은 외환위기 이후 대두된 청년실업 문제다. 고학력 실업자들이 증가하면서 취업준비생인 청년세대들에게 ‘자기계발’은 생존의 필요조건으로 부상했다. 신입공채보다 경력채용이 증가하고 있는 추세는 직장인들에게마저도 자기계발이 필수요소로 작용되는 결과를 낳고 있다.

황정미 한국여성정책연구원 연구위원은 “높기만한 취업관문을 뚫기 위해 가장 노력을 해야 하는 계층이 바로 여성인 점에 주목해야 한다”고 설명했다. 고용시장에서의 성차별이 여전히 공공연한 현실에서 여성들은 더욱 자기계발에 사활을 걸 수밖에 없다는 것이다. 또한 남성들에 비해 상대적으로 네트워크가 취약한 여성들은 자기계발에 대한 부담을 관련 책을 읽거나, TV 프로그램을 찾아보는 방법으로 덜어내고 있다고 덧붙였다.  

지난 6월 한국여성학회 학술대회에서 ‘성별화된 자기계발 담론과 여성주체’에 대해 논문을 발표했던 정가영(연세대 사회학과 석사과정)씨는 “현재 20대 여성들은 남성들에게 위협적이지 않으면서도 노동시장에서 제몫을 제대로 해내야 한다는 이중고를 겪고 있다”며 “끊임없이 소비주체로 부추기면서도 주체적인 여성으로서의 역할도 강조하는 사회·문화적 환경 속에서 여성들은 불안을 경험한다”고 주장했다.  

두번째 원인은 커리어와 자기계발을 중시하게 된 여성들의 가치관 변화다. 이런 여성들의 변화가 단적으로 가져온 결과는 바로 싱글족의 증가다. 지난해 발표된 통계청 자료에 따르면 결혼연령 상승, 이혼 증가 등으로 혼자 거주하는 ‘1인 가구’가 5년새 43% 늘어난 것으로 집계됐다. 전체 가구 수 중 1인 가구가 차지하는 비율은 지난 1990년 9%에서 95년 12.7%, 2000년 15.5%, 2005년 20%로 계속 증가하는 추세다. 혼인 상태별로는 비혼 1인 가구가 142만7000가구(45%)로 가장 많고, 사별이 100만2000가구(31.6%), 이혼 37만3000가구(11.8%) 순이었다.

아울러 한국에서 지난 10년간 혼인 건수는 20% 이상 감소한 반면, 이혼 건수는 2배 이상 늘었다. 미국 인구조사국의 조사에서도 ‘비결혼 가구’가 전체 가구의 절반 수준인 50.3%로 나타났다. 여기에서 ‘싱글’은 자발적 비혼을 포함해 비자발적인 만혼(晩婚)도 포함하고 있지만, 대한민국에서 싱글 인구가 700만명에 이른다는 것은 엄청난 변화다.

미국 인기 드라마 ‘섹스 앤 더 시티’의 주인공 캐리가 한 에피소드에서 “커플들은 결혼, 임신, 출산 등으로 온통 축하받을 일뿐이지만 싱글들은 생일 말고는 축하받을 일이 없다”고 했던가. 이제 캐리의 말도 옛말이 됐다. 여성들은 싱글임에도 충분히 행복해하고 스스로를 축하할 일을 찾으며 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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