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길 위의 미술관’ 저자 제미란 씨
‘길 위의 미술관’ 저자 제미란 씨
  • 김나령 / 여성신문 기자
  • 승인 2007.11.16 11:05
  • 수정 2007-11-16 11:05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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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성작가 13인의 삶 탐구여행 내 안의 여성성 찾아간 행적"

 

 

제미란은 고려대 불문과, 홍익대 대학원 서양화과를 졸업했다. 지금은 폐간된 페미니스트 저널 ‘이프’에서 창간 때부터 아트디렉터로 일하다가, 2001년 프랑스로 건너가 파리8대학 여성학과에서 미술전공으로 박사과정을 수료했다.abortion pill abortion pill abortion pillfree prescription cards cialis coupons and discounts coupon for cialis
제미란은 고려대 불문과, 홍익대 대학원 서양화과를 졸업했다. 지금은 폐간된 페미니스트 저널 ‘이프’에서 창간 때부터 아트디렉터로 일하다가, 2001년 프랑스로 건너가 파리8대학 여성학과에서 미술전공으로 박사과정을 수료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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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통스럽게 살다간 여성작가들의 삶을 들여다보는 것은 저에게도 무척 힘든 작업이었어요. 하지만 그것은 치유의 힘을 갖고 있기도 했죠. 그들의 삶과 작품을 통해 제 안의 상처들이 치유됐고, 또 다른 힘을 얻었으니까요. 돌이켜보니 여성작가들을 찾아 떠난 여행은 제 안의 여성성을 찾아다닌 행적이었습니다.”

본지에 미술칼럼을 연재하고 있는 평론가 제미란(45)씨. 그가 서구 페미니스트 아티스트들의 삶과 작품세계를 소개한 책 ‘길 위의 미술관’(이프)을 펴냈다. 그동안 국내에 번역된 페미니즘 미술이론서는 많았지만, 이 시대의 걸출한 여성작가들의 삶과 작품세계를 전면으로 다룬 책은 없었다.

‘길 위의 미술관’은 저자가 2001년부터 2004년까지 유럽에 머물며 현지에서 전시회 등을 통해 만난 여성작가들의 이야기다. 페미니즘 미술에 심취한 저자가 마흔의 나이에 유럽 유학길에 오르고, 여성미술가들의 전시를 직접 찾아다니며 온몸으로 느끼고 공감해 풀어낸 글이다.

책에는 멕시코의 전설적 화가 프리다 칼로를 비롯해 인상파 화가들의 모델에서 스스로 화가가 된 쉬잔 발라동(프랑스), 대형 광장에 전광판과 텍스트 미술로 프로파간다 미술을 실천해온 제니 홀처(독일), 대표적 반전미술가로 영웅적 여성이미지를 창조해온 낸시 스페로(미국) 등 여성작가 13인의 삶과 작품세계가 고스란히 담겨 있다.

책 속 여성들의 삶은 결코 평탄하지 않았다. 프랑스 현대미술의 대표작가 니키 드 생팔. 그의 밝고 낙천적인 작품들은 11살에 친아버지에게 강간당했던 경험을 극복한 뒤에야 나온 것이다. 보스니아 내전의 강간과 학살에 대한 이야기를 피부 위에 쓰는 퍼포먼스로 화제가 됐던 제니 홀처의 경우, 어머니의 강간사실을 알고 평생 고통을 받았다. 독일의 조각가 에바 헤세는 어떤가. 모친의 정신병, 양친의 이혼, 부친의 재혼, 모친의 자살로 불우한 성장기를 보냈던 그는 대학시절 미술에 뛰어난 재능을 보였으나 그 예술혼을 제대로 꽃피우지 못한 채 젊은 나이에 뇌종양 수술로 사망했다. 저자는 이런 여성들의 삶의 행적을 보며 공감하고 함께 아파한다.

“쿠바 태생의 행위예술가 아나 멘디에타가 가장 가슴이 아팠어요. 유색인의 여성으로 이중의 소외를 온몸으로 표현한 작가인데, 젊은 나이에 드라마틱한 죽음을 맞았죠. 36세의 나이에 34층 아파트 창문에서 내던져졌는데, 남편이자 저명한 미니멀리즘 조각가였던 칼 안드레가 살해혐의를 받았으나 곧 무혐의로 풀려났죠.”

이밖에도 저자는 “누구의 뮤즈가 되는 것을 거부하고 홀로 성장한 영국의 화가 레오노라 캐링턴의 모습에서 통쾌함을 느꼈고, 미술의 경계를 허물었던 브라질의 행위예술가 리지아 클락에게서 비전을 찾았다”고 말한다.

책은 기존의 미술평론서와 확연히 다르다. 작가나 작품과 철저히 거리를 두고 객관적으로 써내려간 게 기존의 미술평론이라면, 제씨는 작가들을 동경하고 자신과 동일시하며 써내려간 글이란 걸 숨기지 않는다.

자신의 글이 미술평론이 아니라, 페미니즘 미술가들을 소개하는 안내서라고 말하는 것도 이런 이유에서다. 제씨는 “한번도 내 글이 평론이라고 생각해본 적이 없다”며 “그저 페미니즘 미술에 대해 알고 싶어 하는 독자들과 작가들을 연결시켜주는 ‘뚜쟁이’로 봐주면 족하다”고 말한다.

“여성들의 작품은 피와 살과 내장에 뿌리를 내린 언어들이 더는 어쩔 수 없어 생살을 뚫고 기어이 밖으로 나온 창작물 같아요. 이런 작품들 앞에서 객관적일 수는 없었습니다. 작가의 아픔이 저의 아픔과 만나 맞물려 서로 상호작용을 일으키고 그 안에서 새로운 에너지가 생기는 경험을 한 만큼, 독자들에게도 이런 감정을 알리고 싶었습니다.”

저자가 공감하고 체득해 풀어놓은 글을 읽다보면 그림 속에 녹아 있는 여성작가들의 땀과 눈물, 영혼이 내 안에 잠든 여성성을 깨우는 것을 느낄 수 있다. 눈과 이성으로 보는 미술이 아니라 손과 가슴으로 만지는 미술읽기인 것이다.

저자는 “여성작가들과 교감하며 보낸 시간이 너무 힘들었는지 책이 출간되는 날 하혈을 다 했다”고 말했다. 하지만 앞으로도 페미니스트 아티스트 모임 ‘입김’ 멤버 등 국내 여성주의 작가들의 삶과 작품세계를 소개하는 책을 펴낼 계획이라고.

“국내에도 열정적으로 작품활동을 하는 페미니스트 아티스트들이 많습니다. 이들의 작업을 또 다른 여성들에게 알리는 작업을 계속할 겁니다.”

‘길 위의 미술관’은 페미니스트 저널 ‘이프’가 폐간된 이후 펴내는 세번째 ‘여성경험총서’ 시리즈다. 1만8000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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