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꿈꾸는 조각보, 아시아 여성들’이라는 문구는 언니네 사이트(www.unninet.net)에 매달 게재되는 @asia팀(작년까지 국제연대팀이었다) 칼럼의 이름이다. 언니네트워크의 @asia팀은 한국의 여성주의자로서 어떻게 아시아, 그리고 아시아 여성들과 만나고 관계 맺을 것인지, 그 다채로운 색깔의 조각보를 어떻게 그려낼 수 있을지 고민해왔다. 마침내 2007년 언니네트워크의 ‘내 안의 아시아, 우리가 만드는 아시아’ 프로젝트가 여성재단의 여성활동가 글로벌 리더십 육성지원사업에 선정되어, 우리의 조각보에 크게 한 땀을 놓을 수 있었다.

처음 시작은 이전부터 계속해오던 세미나에서부터 시작되었고, 곧이어 6월에는 온라인 토론회 ‘E-gen, Talk! Talk!’를 통해 필리핀, 말레이시아 여성주의자들을 온라인상으로나마 만날 수 있었다. 약 2시간 동안 채팅창을 통해 영어로 진행된 온라인 토론회에서는 언니네트워크와 우리가 방문할 말레이시아, 필리핀의 여성단체들이 참여해 각국의 여성주의 이슈와 각 단체의 활동에 대해 이야기를 나누었다.

지난 8월 말 현지 단체 답사 일정에 맞추어 방문한 말레이시아와 필리핀의 각 여성단체들은 각국의 상황, 그리고 각 단체의 특색에 따라 너무나도 다채로운 모습이어서 단순히 ‘아시아 여성단체’라는 세 단어로 묶을 수는 없었다. 이슬람이 국교인 말레이시아에서 SIS는 코란의 재해석을 통해 여성의 권리를 신장시키고자 노력하고 있었다. 또 같은 말레이시아에 있는 Women’s Development Center(이하 WDC)는 ‘Fiesta Feminista’라는 일종의 여성학 포럼과 미디어 리서치 활동 등을 통해 여성주의를 널리 알리고자 애쓰고 있었다. 군부정권의 독재와 함께 빈부격차가 심한 필리핀에서는 여러 여성단체의 연합이자 필리핀 최초의 여성 정당인 ‘GABRIELA’가 주로 빈민여성과 여성노동자의 권익을 위한 운동을 하고 있었다. 동시에 ‘Isis’는 라디오나 블로그 등을 통한 미디어 교육에 주력하고 있었다. 이 외에도 말레이시아 최초의 여성 쉼터인 ‘Women’s Aid Organization(WAO)’이나 필리핀 마닐라의 빈민여성단체인 ‘Samakana’, 레즈비언 단체인 ‘Lesbian Advocacy in Philippines(LeAP)’ 등 우리가 만난 여러 단체들은 다양한 모습을 띠고 있었다.

이 여러 가지 색채들 앞에서 우리는 우리가 상상했던 아시아의 조각보가 얼마나 단조롭고 추상적인 것이었는지 깨달았다. 아시아의 그녀들은 단순히 우리의 상상에 따라 아시아의 이곳 저곳에 짜맞출 수 있는 것이 아니었다. 그녀들은 각자의 상황과 목표에 따라 행동하고 있었다. 우리는 이렇게나 다양하고 서로 다른 여성들과 과연 어떤 방식으로 연대해야 할 것인지, ‘연대’란 과연 무엇인지 다시 한번 근본적인 고민에 빠질 수밖에 없었다.

누구는 적합한 방식을 찾을 때까지 할 수 있는 것은 다 해보자고 한다. 누구는 우리 단체의 정체성을 좀더 확고히 한 후 좀더 구체적인 목표를 잡고 연대해보자고 한다. 누구는 더 이상은 서구라는 다리 없이 아시아만의 인프라를 구축해야 한다고 한다. 이렇게 아직 우리의 고민은 진행 중이다. 그러나 분명한 것은 이번 방문이 없었다면 우리의 조각보는 아직도 흑백의 상상 속에만 놓여 있을 것이라는 사실이다. 이제 색이 물들어가기 시작한 아시아 여성의 조각보를 더 채워나가기 위해 여력이 된다면 올해의 프로젝트를 이어 내년에도 연계 프로젝트를 진행할 계획이다. 이러한 우리의 노력과 그녀들의 노력이 한 올 한 올 얽혀 계속해서 새롭고 더 많은 연대를 만들어낼 것이라고 믿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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