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력 부족하자 다양한 이방인 유입
지금은 경제난에 되레 차단 안간힘
프랑스는 이민의 나라다. 오래된 이민과 식민지 역사로 인해 지금의 인종시장이 이루어진 것이다. 프랑스 이민의 역사는 19세기 중반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1850년에서 1900년 사이에 다른 유럽 국가의 인구가 3배로 증가하고 있을 때 프랑스의 인구는 계속 제자리 걸음을 면치 못하고 있었다. 점점 산업화되어가는 사회에서 일손이 부족하게 된 것은 당연한 일이었다. 프랑스의 이민은 결국 국가의 일손 부족을 메우기 위해 시작되었다.
초기에 프랑스로 이민을 오기 시작한 나라는 이탈리아, 벨기에, 스위스 등 유럽의 이웃 국가였고, 프랑스 북쪽에 위치한 탄광지역에는 폴란드인들이 들어오기 시작했다. 이렇게 해서 시작된 프랑스 이민은 20세기에 들어오면서 더욱 활발해져 1901년에서 1917년 사이에는 프랑스에 정착한 외국인들이 거주지 신청만 하면 이민이 받아들여졌다.
제1차 세계대전 당시인 1914~18년에는 남자들이 징집되는 바람에 텅 빈 공장을 가동시키기 위해 북아프리카, 인도차이나, 중국에서 노동자들을 불러들이게 된다. 1917년에서 39년까지 이민국의 종류가 다양해지면서 폴란드, 체코슬로바키아 등지에서 이민자들이 몰려들었다. 또 정치 망명객이 등장한 것도 이 시기로 주로 러시아, 독일, 이탈리아, 스페인 등지에서 정치 망명객이 밀려들기 시작했다.
이민은 일손이 부족할 때 활발하다가 경제가 어려움을 겪을 때는 주춤하게 마련이다. 1928년에 발생한 전세계 경제공황으로 프랑스도 타격을 입게 되는데, 이때부터 이민자가 줄어들어 1931년까지 지속된다.
제2차 세계대전의 참화를 복구하기 위해 프랑스는 수많은 일손을 요구했고, 인도차이나 식민지를 잃게 된 1956년에서 72년까지 다시 일손 부족에 허덕이게 된다. 이렇게 해서 1960년대에 스페인, 포르투갈, 모로코, 튀니지에서 들어오는 이민자의 수가 증가하게 된다. 대신 그동안 대다수를 차지했던 이탈리아 이민자의 수는 급격히 감소한다. 2차 세계대전이 종전된 1945년에서 대략 30년 후인 75년까지 프랑스는 경제적으로 엄청난 성장을 이룩하게 된다. 프랑스인들에 의해 ‘30년간의 영광스런 시절’로 불리는 이 시기에는 이민자들의 위치도 별 어려움이 없었다.
그러나 75년 세계 오일사태 여파로 프랑스 경제가 서서히 쇠락하기 시작하자 이민자들의 위치도 불안해지게 된다.
프랑스인들의 ‘톨레랑스’는 외국인들에게도 해당된다. 프랑스에 정착해 사는 모든 외국인들은 프랑스인과 같은 사회보장 혜택을 받는다. 외국인도 국가에서 주는 주거보조금을 받고, 국립 대학교에 무료로 입학할 수 있으며, 병원 비용도 무료 혜택을 받는다. 외국인도 아이가 출생하면 국가에서 주는 아이 양육수당 보조금을 받는다.
아이 수가 3명 이상이 되면 이 보조금이 상당히 늘어나는데, 이런 시스템을 악용하는 외국인도 꽤 있다. 쉽게 아이를 낳는 아프리카인들이나 아랍인들이 이 경우에 속하는데, 이들은 오로지 아이 양육 보조금을 받을 목적으로 아이를 여럿 낳기도 한다. 이런 집의 남편들은 종종 가지고 있던 직업도 팽개치는 경우가 많다. 얼마 되지 않는 월급을 바라고 힘들게 일하며 사느니 국가에서 나오는 여러 수당만으로 편하게 사는 게 더 낫다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프랑스 경제가 활황이어서 모두가 잘 사는 동안에는 아무도 이들을 탓하지 않았다. 사람이 여유가 있을 땐 남에게도 관대해지는 법이다. 그러나 프랑스는 점점 가난해지고 있다. 현재 공무원인 프랑스 교사들 삶의 수준이 60~70년대 노동자의 삶의 수준보다 떨어지고 있는 형편이다. 프랑스는 현재 대략 8.5%의 실업률을 보이고 있는데, 200만명의 실업자들이 미래가 불투명한 생활을 영위하고 있다. 직업을 가지고 있는 사람들도 언제 해고될지 모르는 불안한 상황이라, 오늘의 프랑스인들의 위치는 이전 전성기와는 엄청난 차이가 있다.
이러한 프랑스인들에게 프랑스에서 온갖 혜택을 받고 있는 외국인들이 곱게 비치지 않을 수도 있다. 정치적으로 주로 극우파에 속하는 이들은 외국인 때문에 프랑스인들의 밥줄이 위태롭게 되었다고 느낀다. 당연히 프랑스 경제가 악화될수록 이런 불만의 소리도 높아지게 마련이다.
우파 소속의 사르코지 신임 대통령이 임기 초기부터 이민자들을 엄격하게 단속하겠다고 나온 것도 이같은 맥락에서다. 그는 ‘이민과 국가 아이덴티부’라는 새로운 부처를 만들어서 이민 단속을 법적으로 제도화하고 있는데, 이는 비시 정부 이래로 처음 있는 일이다. 사르코지 정부는 이민 규정을 점차 강화하고 있다. 이민을 오려는 자는 필수적으로 불어를 잘 해야 한다거나, 기존 이민자들이 가족을 불러들일 경우 진짜 가족인지 확인하기 위해 DNA 검사를 해야 한다는 등의 발언이 최근 정계에서 물의를 일으키고 있다.
최근에 사르코지는 기존의 ‘아프리카·오세아니아 박물관’을 ‘이민 박물관’으로 변경했는데, 정식 개관식 없이 박물관이 개관되었다. 개관식에 초대받은 많은 사람들이 반대 입장을 표명하느라 개막식에 참석하는 걸 거부했기 때문이다.
프랑스가 점점 이민 단속이 심한 나라로 되어가는 걸 프랑스인들은 슬프게 바라보고 있다. 극우파를 제외한 다수의 프랑스인들은 프랑스가 ‘이민의 나라’ ‘정치 망명객의 나라’로 남기를 희망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