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성들이여, '아이디어(지식재산권)'로 돈을 벌자

'생각이 에너지다'라는 한 대기업의 광고 문구처럼 생각만으로 경제활동을 하는 이들이 있다. 바로 한경희 대표처럼 생활 속 아이디어를 특화시켜 발명품을 만들고, 이를 통해 대기업 사원보다 더 많은 수입을 벌어들이는 발명가들이다. 특히, 아직도 많은 여성들이 사회적인 편견과 가사·육아에 대한 부담으로 선뜻 직업을 갖지 못하고 있는 상황에서 여성발명인들의 활약은 더욱 빛을 발한다. 

특허청 출원 매년 큰폭 증가

실제로 여성들의 발명활동은 꾸준히 증가해 왔다. 지난해 특허청에 여성이 출원한 특허, 실용신안, 상표, 디자인 등의 수는 총 1만9591건으로, 2002년 1만2501건보다 7090건이 늘었다. 출원된 발명 아이디어 중 심사를 거쳐 지식재산권을 획득한 건수 또한 5632건(2002년)에서 9958건(2006년)으로 큰 폭 증가했다.

특히, 이들 중에는 웬만한 대기업의 임원급 연봉보다 더 높은 수입을 벌어들이는 이들이 적지 않다. 지식재산권은 부동산이나 유가증권과 마찬가지로 대차대조표상에서 '자산'으로 분류돼 기술 매각을 통해 이익을 챙기거나 빌려줄 수도 있기 때문. 업종에 따라 다르지만 '바람에 날리지 않는 탄력밴드가 부착된 모자'를 개발한 주부 전용진씨는 실용신안 등록 후 모자업체에 이를 빌려주는 대가로 1억5000만원을 벌어들였다.

또한, 앞서 언급한 한경희생활과학의 한경희 대표처럼 뛰어난 사업 수완을 발휘해 CEO의 자리에까지 오른 이들도 많다. 친환경 음식물쓰레기 처리기를 발명해낸 ㈜루펜리의 이희자 대표이사, 생선을 구울 때 프라이팬을 덮는 일회용 종이덮개 팬캡을 발명한 박희경 사장 등이 모두 주부로서 체감한 생활 속 불편을 개선하기 위해 발명을 시작했다가 CEO가 된 주인공들이다.

한미영 여성발명협회(이하 여발협) 회장은 "생활 속 작은 아이디어를 발전시켜 실용신안을 받으면 자신의 기술을 사용할 수 있는 권리를 주는 조건으로 아무런 생산활동을 하지 않고도 수익을 창출할 수 있게 된다"며 "발명을 하는 것이야 말로 가사와 육아를 병행하면서 경제력을 키울 수 있는 좋은 방법"이라고 설명했다.

한국지식재산연구원의 하홍준 박사도 "음식물쓰레기 처리기나 스팀 청소기 등 여성만의 신선한 아이디어가 돋보이는 여성발명품은 생활의 질을 높이고 나아가 우리 사회의 경쟁력도 끌어올리고 있다"며 그 중요성을 강조했다.

생활의 질·사회경쟁력 높여

그러나 지식재산권이 있다고 모두 성공할 수 있는 건 아니다. 직접 사업을 일구거나 자신의 아이디어를 실제 제품으로 만드는 것 등 어려운 관문이 한두 가지가 아니기 때문이다. 특히 자금력과 정보력, 인맥이 부족한 여성의 경우에는 더하다.

이에 따라 전문가들은 여성들이 지식재산권을 획득하고 효과적으로 활용할 수 있도록 정부와 관계단체의 다각적인 지원이 필요하다고 입을 모은다.

한미영 여발협 회장은 발명에 대한 시각부터 변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는 "'발명은 고도의 기술이 필요하고 산업적인 것'이라는 편견 때문에 실생활에 적용될 수 있는 여성들의 아이디어가 높이 평가받지 못하는 일이 다반사"라며 "심사관들 사이에서부터 실생활에 필요한 생활과학을 발명으로 높이 평가하는 분위기가 조성돼야 한다"고 지적했다. 이를 위해 여성심사관의 수를 확충하는 등의 시책이 마련돼야 한다고 한 회장은 덧붙였다.

그는 또한 "사업 추진 비용이나 지식재산권 침해소송 비용이 필요하더라도 여성은 자신의 명의로 된 부동산이 없어 금융기관에서 대출을 받기가 어려운 게 현실"이라며 "한국발명진흥회 등에서 실시하고 있는 특허사업 지원에 여성할당제를 도입하는 등 금전적인 지원도 고려돼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여성지식재산권 설명회의 강사로 활동하고 있는 오기영 대전 대신고등학교 교사는 "여성들은 자신의 아이디어가 하나의 권리가 될 수 있다는 사실조차 모르는 경우가 많다"며 지식재산권 설명회의 활성화를 강조했다. 오 교사는 또한 "중소기업청과 특허청이 공동으로 프로그램을 마련해 여성의 지식재산권이 이윤창출까지 이어질 수 있어야 한다"고 지적했다. 현재 특허청은 여성발명인협회를 통해 여성지식재산권 전국순회설명회, 여성발명경진대회, 여성발명정보지 발간, 무료 변리상담, 여성발명교실 등을 진행하고 있다.

한미영 회장은 "발명은 새로운 것을 만들어내는 것뿐만 아니라 불편한 것을 조금이라도 개선하고자 하는 생각 그 자체"라며 "여성들 스스로 변화와 혁신을 두려워하지 말고 창조적인 사고를 통해 도전해볼 것"을 강조했다.

지식재산권, 어떻게 획득하나

지식재산권이 혹자에게는 좋은 수입원이 되고 있지만, 대부분의 여성들은 좋은 아이디어가 있어도 무엇부터 어떻게 해야 할지를 모르는 경우가 많다. 특허와 실용신안 등 자신의 아이디어를 제안하는 '출원'에서부터 심사관의 평가를 통해 '등록'되기까지 준비해야 할 서류와 기다리는 시간 등이 복잡하기 때문이다. 

우선, 자신의 아이디어가 이미 등록이 돼 있는지를 특허정보무료검색서비스(www.kipris.or.kr)를 통해 알아봐야 한다. 이 후 자신의 아이디어를 글로 쓰고, 도면에 그려 특허청에 제출해야 하는데, 직접 방문하거나 특허청 홈페이지(www.kipo.go.kr)를 통해 온라인상으로 제출하는 방법이 있다.

이때 출원에서부터 등록까지 보통 20만원(3년 기준) 정도의 비용이 들며, 이는 제출서류의 분량에 따라 달라진다. 또 온라인을 통해 제출하면 평균 2만원 정도를 절약할 수 있다. 출원부터 등록까지는 일반적으로 9개월 정도의 시간이 소요된다.

복잡한 전 과정을 변리사에게 맡기는 이들도 많다. 도안, 서류작성부터 지식재산권의 등록까지 모든 절차를 알아서 해주기 때문에 편리하지만, 보통 150만원(실용신안은 보통 80만원선)의 비용이 들어 경제적인 여유가 없는 여성들에게는 비현실적이다.

여성발명협회(www.inventor.or.kr)에서 개최하는 지식재산권 설명회에 참가하거나 회원으로 가입해 무료 변리상담, 시제품 제작비용 할인 등의 혜택을 받는 것도 좋은 방법이다. 여성발명협회와 한국발명진흥회(www.kipa.org)에서는 보유하고 있는 지식재산권을 유사 업종에 중개해주는 역할도 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