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체 집값이 떨어지긴 한 겁니까?" 올 들어 아파트값이 떨어졌다고 하지만 일반인들에게는 별로 와닿지 않는다는 목소리가 높다. 대체 어디가 떨어진 거냐고 볼멘소리를 하기 일쑤다. 작년 하반기 집값 급등기에 느꼈던 상승 정도와 달리 약세장인 요즘 피부로 와닿는 체감효과는 막상 크지 않다는 얘기다.

실제로 올해 초 이후 아파트값 변동률을 보면, 작년 하반기와는 전혀 다른 분위기로 역전되면서 약세를 보이고 있는 것이 분명 맞다.

하지만 자세히 들여다보면 사정이 좀 다르다. 올 들어 하락한 폭은 지난해의 상승폭에 비하면 극히 미미한 수준에 그치고 있는 것.

부동산정보업체 스피드뱅크(www.speedbank.co.kr)가 지난해와 올해 3분기까지의 아파트값 상승률을 조사한 자료를 보면, 서울 강남구의 경우 지난해 3분기까지 22.22% 상승했지만 올해 하락률은 1.23%에 그쳤다. 작년 같은 기간 12.45% 올랐던 송파구도 올 들어 현재까지 3.43% 하락에 그쳐 작년 오름폭에 비하면 하락폭이 3분의 1 수준에 불과하다.

지난해 21.91%나 올라 서울에서 가장 높은 상승률을 보인 양천구는 올해 하락폭도 가장 컸지만 4.97% 떨어지는 데 그쳐 하락폭이 지난해 오름폭에는 크게 못미친다. 서울 전체 평균도 지난해 9개월여 동안 10.69% 상승했지만 올 들어 전반적인 침체 분위기 속에서도 0.94% 오르면서 여전히 플러스 변동률을 유지하고 있는 상태다.

결국 연초 정부의 1·11대책 발표와 함께 아파트값이 하락세로 돌아서긴 했지만 지난해 하반기에 치솟았던 상승분을 만회하기에는 아직 역부족인 상황이라고 볼 수 있다. 겉으로는 집값이 약세를 보이는 듯하지만 사실상 연초 이후 거래 역시 크게 줄었던 것을 감안하면 실제로 가격이 하락한 폭은 그리 크지 않았던 셈.

이처럼 지난해 상승폭에 비해 하락폭이 턱없이 낮은 것은 부동산시장의 전형적인 하방 경직성을 보여주는 대목이다. 부동산가격은 다른 일반 재화와는 달리 가격이 오른 다음 가격이 떨어질 때에는 변동이 더딘 특성을 보인다. 부동산시장의 특성상 좀처럼 하락세로 가지 않으려는 특성이 바로 그것이다. 오를 때는 토끼처럼 껑충 뛰어 큰 폭으로 오르지만, 정작 가격이 떨어질 땐 거북이처럼 그 폭이 작다는 것.

물론 우리나라 역시 특수한 상황이긴 하지만 과거 외환위기 등을 겪으며 주택가격이 폭락했던 사례가 있다. 일본 역시 과거에 300~400%씩 올랐다가 수백% 급락한 적이 있고, 최근 미국을 비롯한 여러 나라 역시 상승세 이후 깊은 주택시장 침체기조를 보이고 있다.

하지만 하방 경직성을 논외로 치더라도 부동산시장은 현물자산이기 때문에 적어도 재화의 가치가 소멸될 수 있는 것은 아니라는 점에서 수요자들에게 안정적인 투자처로 인식되고 있다.

흔히 주식시장은 상승과 하락의 변동폭이 급격해서 간혹 소액투자자인 개미들의 경우 최고점인 꼭지에 샀다가 하한가를 맞아 휴지조각이 돼버리는 일이 비일비재하다.

하지만 주식시장과 달리 부동산시장은 가치가 떨어질 수는 있어도 깡통이 되는 일은 없다는 인식이 더 큰 것이다. 하늘 높이 치솟은 주식과 펀드 수익률이 연일 신문지면을 장식함에도 불구하고, 여전히 부동산이 매력적으로 느껴지는 것은 바로 이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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