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문화 매력적…다음 소설 영감 얻을 것"
"바둑의 나라 한국 궁금…사찰·굿전시관등 방문"
30주 연속 프랑스 전체 도서 베스트셀러 1위를 차지하며 '프랑스 출판계의 이변'으로 불리고 있는 소설 '고슴도치의 우아함(아르테 펴냄)'의 저자 뮈리엘 바르베리(38)가 한국 독자들을 찾았다. 뮈리엘은 지난 2일 서울 힐튼호텔에서 열린 기자간담회에서 "일본 등 다른 아시아 국가보다 프랑스에서 덜 알려진 '바둑의 나라' 한국이 궁금해 이렇게 방문했다"며 환하게 웃었다.
뮈리엘은 한국에 머무는 5박6일 동안 만화가 김동화씨를 만나고, 덕수궁 등 고궁을 거닐어보고 강화 전등사를 방문하게 된다. 바둑애호가인 만큼 경기도 안성의 바둑판공장도 방문할 계획이다. 무형문화재 김금화씨의 굿 전수관 '금화당'도 찾는다.
뮈리엘은 "프랑스에서 한국 만화가 김동화씨의 '황토빛 이야기'를 읽었는데 간결함이 주는 미학에 반했다. 간단한 것에서 인생의 깊은 의미를 끄집어내는 것이 한국 등 아시아문화의 특징인 것 같다"고 말했다. 그는 "김 화백을 만나 이야기를 나누고 한국 전통사찰, 굿 전수관 등을 방문해 한국문화를 흠뻑 느껴 다음 소설의 영감을 얻을 계획"이라고 덧붙였다.
뮈리엘의 소설 '고슴도치의 우아함'은 파리 제7구 고급아파트의 수위 아줌마 르네와 자살을 결심한 천재소녀 팔로마의 만남을 통해 인생의 참의미를 되새겨보는 내용이다. 전직 철학교사답게 소설에는 철학과 예술의 경계를 넘나들며 인생의 의미를 성찰하는 메타포가 가득하다.
한편, 르네 아줌마가 수위로 있는 아파트에는 팔로마란 천재소녀가 산다. 12세 소녀 팔로마는 5세에 학교에 입학한 천재로 일부러 점수를 낮추려 해도 매번 1등을 하는 소녀다. 소녀는 어른들의 무능함, 인생의 부조리함 등을 일찌감치 깨닫고 자살을 결심한다. 하지만 소녀는 르네 아줌마를 만나고 삶이 살아볼 가치가 있음을 느낀다. 아파트에 어느 일본인 신사가 이사를 오자 르네 아줌마의 인생에도 변화가 생긴다. 르네는 생전 처음 자신의 지적 수준을 타인에게 드러내게 되고 두 사람은 계급을 넘어 친구가 된다.
뮈리엘은 "처음 출간하려고 했을 때 내용이 철학적이고 어렵다며 모두 말렸는데 뜻밖에 성공하게 돼 어리둥절하다"면서도 "프랑스는 외부적으로는 자유분방해 보이나 계급이나 배경을 중시하는 나라로 문화엘리트주의가 강한데, 이에 일침을 가한 게 긍정적으로 작용한 것 같다"고 말했다.
이 소설은 현재 프랑스에서 50만부, 국내에서 5만부가량 판매됐다. 내년에는 프랑스의 신예 여감독 모나 아샤슈티레에 의해 영화화될 계획이다. 뮈리엘은 고교 철학교사 출신으로 첫 소설 '맛'이 지난 2003년 국내에 소개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