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래엔 CSR이 새 무역장벽"
국제적 대세…기업 경쟁력 보완해줘
지난 9월18일 서울 여의도 전경련회관에서는 국가인권위원회, 전국경제인연합회, 한국기업시민센터 공동 주최로 '기업의 사회적 책임(CSR·Corporate Social Responsibility) 국제동향과 한국 기업의 대응방안'을 주제로 한 국제 컨퍼런스가 열렸다.
이날 회의에는 CSR컨설팅 비영리법인인 미국 비에스알의 애런 크레이머 대표, 영국의 컨설팅회사인 어카운터빌리티의 앨런 나이트 대표, CSR 자문을 전문으로 하는 마이클 라이트 미국 변호사, 안경환 국가인권위원회 위원장, 남영찬 SK텔레콤 부사장 등이 참석했다.
참석자들은 "ISO(국제표준화기구), 유엔 글로벌 콤팩트 같은 CSR 활동지수에 대한 국제기준이 제정·도입됨에 따라 기업들도 이에 대한 대응전략이 필요하다"고 입을 모았다. 특히 다가올 미래에는 CSR 이행 여부에 따라 무역장벽으로 작용하거나 불이익을 받을 수 있기 때문이다. 또 CSR 기업을 선호하는 소비자들이 늘면서 특히 전세계인을 상대하는 다국적기업들은 더 이상 외면해서는 안될 과제가 됐다고 강조했다.
CSR(기업의 사회적 책임)이란
사회적 성과, 사회공헌, 기업윤리, 윤리경영 등으로 불린다. 핵심요소에 인권, 환경, 노동, 사회, 투명성, 지배구조 등이 들어가 있다. 안경환 국가인권위원회 위원장은 "특히 인권적 측면에서 기업의 사회적 책임을 주목하고 있다"면서 "원자재구입, 생산, 판매, 마케팅, 지역사회공헌 등 기업활동의 전 과정에서 인권적 가치를 구현하는 것이 바로 기업의 사회적 책임"이라고 말했다.
경제의 세계화 과정과도 관련이 깊다. 메이저 다국적 기업이 현지에 진출하는 과정에서 현지 주민의 인권과 노동문제, 환경문제가 표출되면서 CSR문제가 부각됐기 때문이다.
한국 기업들의 경우 CSR의 의도를 잘못 이해하고 있다는 지적도 제기됐다. 토론자로 나선 이장원 한국노동연구원 선임연구위원은 "지역봉사나 기부금 등의 자선활동을 CSR와 동일시해서는 안된다"고 지적했다. 얼마 전 분식회계 스캔들로 인해 파산한 에너지기업 엔론의 경우에도 자선활동을 강조한 대표적 기업이었기 때문이다. 이 연구위원은 "자선활동은 CSR의 극히 일부분이라는 점에서 기업들은 구입, 생산, 경영, 판매를 포함한 모든 비즈니스 과정에서 CSR를 신중히 고려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왜 CSR인가
기업활동이 전세계를 무대로 이뤄지면서 기업의 영향력이 한 국가는 물론 전 지구적 차원에서 날로 확대되고 있다. 이로 인해 기업의 활동방식에 따라 사회 전체에 커다란 파급효과가 미치고 있다. 이에 기업 스스로도 글로벌경영의 성공을 위해 기업의 사회적 책임이 더 이상 회피할 수 없는 기업의 중요한 경영전략이라고 판단하고 있다.
유엔을 비롯해 OECD 등 국제기구는 기업이 그 위상에 걸맞은 국제적인 행동규범을 가져야 함을 역설하면서 가이드라인을 제정하고, 이에 기업이 부응할 것을 요구하고 있다.
애런 크레이머 대표는 "CSR는 이미 '미국산' 혹은 '유럽산'이 아닌 세계적인 현상이 돼가고 있다"면서 "자선사업 중심의 방식에서 기업의 모든 활동과 통합된 비전으로 발전했다"고 말했다. 그에 따르면 CSR는 기업의 경쟁력을 보완해주는 강력한 무기다. 특히 그는 이제는 CSR를 '할 것인지 말 것인지'의 문제를 넘어 효과적인 CSR를 실행하기 위해 '어떻게' 해야 하는지에 대한 논의로 발전하고 있는 점에서 고무적이라고 평가했다.
이밖에 앨런 나이트 대표는 "CSR는 어디까지나 기업의 자발적 합의를 전제로 하지만 정부를 포함해 공공분야가 적절히 잘 대응하면 훨씬 더 효과가 클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