취업 성공기 3인3색

"세계 각국을 돌아다니며 다양한 사람들을 만날 수 있는 외국계 항공사에 매력을 느끼고 고3 때부터 준비했어요. 인터넷에서 승무원 카페를 검색해 자료도 찾고, 승무원에게 직접 전화해 어떻게 준비해야 하는지도 물어봤죠. 영어가 중요하다고 해서 대학도 영문과로 갔고, 재학 시절에는 어학연수나 워킹 홀리데이를 꾸준히 다녀오며 영어에 대한 감을 잃지 않으려 노력했어요."

세계 최초의 항공사이자 유럽 100여개 도시를 연결하는 KLM 네덜란드 항공에서 3년째 승무원으로 근무하고 있는 한상순(27)씨. 그는 7000여명의 승무원 중 한국인이 40여명에 불과한 외국계 항공사 KLM에서 당당히 경력을 쌓고 있다.

한씨는 "KLM에 입사한 것은 오랜 시간 꾸준히 노력한 결과"라고 말했다.

"영어실력을 쌓다가 4학년이 되면서 본격적으로 구직활동을 시작했죠. 합격하기 전까지 10개월 동안 공채 공고가 난 외국계 항공사에는 모두 다 응시했어요. 아랍에미리트 항공, 카타르 항공, 싱가포르 항공 등 여섯 군데를 쳤는데 다 떨어졌죠. 많이 실망하고 불안하기도 했지만 승무원을 희망하는 다른 친구들과 함께 꾸준히 스터디를 하며 다음 기회를 노렸죠."

그러다가 2004년 9월, 한씨에게 KLM에 합격했다는 낭보가 날아들었다. 합격 소식을 접하고 그는 기쁨의 눈물을 펑펑 흘렸다고.

한씨는 "한국지사가 있어 국내 거주가 가능하고, 사원복지가 좋은 KLM에 대해 호감을 가져왔는데 합격하게 돼 얼마나 기뻤는지 모른다"고 당시를 회상했다.

"외국계 항공사의 경우, 국내 항공과 채용 기준이 조금 달라요. 외모보다 서비스 마인드나 영어실력 등을 더 보는 편이죠. KLM의 경우에는 특히 영어실력을 중요시했던 것 같아요. 면접 당시 한국인 면접관과 네덜란드 면접관이 함께 있었는데 영어로 내가 얼마나 사람들을 좋아하고 활동적이며 경험이 풍부한지 어필했던 게 좋은 결과를 맺은 것 같습니다."

한씨는 "요즘 승무원을 희망하는 대학생들이 많은데, 몇번 면접에 떨어졌다고 포기하거나 몇개월 일하고 힘들다고 그만두는 친구가 많아 안타깝다"고 말했다.

"흔히들 승무원을 비행기의 꽃이라고 하지만, 보이는 것처럼 아름답고 고상한 일만 하는 건 아니에요. 장거리 비행을 할 경우 기내에서 9~10시간 동안 일해야 하고 시차 적응하기도 힘들죠. 또 단순히 기내에서 서비스만 하는 게 아니라 승객들의 안전까지 책임져야 하기 때문에 급작스런 상황에 침착하게 대처하는 능력도 필요해요. 항상 웃는 얼굴로 사람들에게 서비스해야 하는 직업인 만큼 기본적으로 사람들을 좋아해야 하고 서비스 마인드도 있어야 합니다."

한씨는 "승무원이란 직업이 쉬운 일이 아닌 만큼 자신에게 맞는지 꼼꼼히 따져보고 시작하는 게 중요하다"고 조언했다.

"특히 외국계 항공사의 경우는 더 장단점이 뚜렷한 편이에요. KLM은 예외지만 대부분 외국계 항공사가 승무원들의 현지 거주를 원칙으로 하고 있죠. 따라서 결혼은 언제쯤 할 계획인지, 인생에서 가장 중요한 건 무엇인지 충분히 생각해보고 도전하는 게 바람직합니다."

"선진화된 문화와 효율적인 조직, 그리고 세계를 무대로 일한다는 게 너무 매력적이었어요. 특히 마케팅 분야에 관심을 가지고 있었는데, 국내외 다양한 활동을 통해 실무경험을 쌓으려고 노력했어요. 영어와 일본어 등 외국어 능력은 기본이구요."

외국계 중대형 컴퓨팅업체인 한국후지쯔에서 제품 마케팅 매니저로 1년여간 근무한 신입사원 이진영씨. 그는 후지쯔에서 생산한 제품의 국내 런칭 및 파트너사와의 공동 마케팅 등을 담당하고 있다. 대학교 4학년에 재학 중이던 지난해 10월, 취업하기 위해 제출한 첫번째 입사원서로 당당히 합격을 거머쥐었다. 이씨는 "미리미리 준비하고 노력했더니 운도 따라준 것 같다"며 활짝 웃었다.

"대학교 3학년 때 휴학을 하고 본격적으로 취업 준비를 시작했어요. 전경련 부설 국제경영원이 주최하는 EIC(Elite Intensive Course) 5기에 합격해 일본 현지에서 MP3 마케팅 전략을 연구·발표했어요. 이어 에버랜드의 여름축제인 '썸머스플래쉬'의 대학생 마케터로도 활동했고, 4학년 1학기부터는 마케팅 분야에 취업하길 원하는 사람들과 온라인에서 만나 취업 스터디를 진행했답니다. 이러한 경험들을 실무면접관들이 높게 평가해주신 것 같아요."

경영학을 배운 적이 없어 실무경험을 통해 '마케팅'에 대한 감을 익히려고 노력했다는 이씨는 어학성적도 단연 최상급이다. 토익 940점에 일본어능력시험(JLPT) 1급을 취득했다.

"외국계 기업에서는 외국어를 사용하는 빈도가 일반 회사보다 높기 때문에 이에 대한 준비가 선행돼야 해요. 점수뿐만 아니라 면접을 통해 실제 구사능력을 평가해요. 어학연수는 학교에서 실시하는 방학 프로그램을 통해 일본을 다녀왔어요. 학점이오? 학교 성적은 3.8 이상의 기본 스펙 정도면 충분할 것 같아요."

이씨는 "능력 중심의 인사제도와 주5일제 근무, 생리휴가, 출산 전후 유급휴가 등 외국계 기업의 근무환경은 여성들에게 특히 좋다"며 "입사경쟁이 치열하지만 많은 여성들이 외국계 기업을 통해 국제 경쟁무대로 진출하기 바란다"고 전했다. 또 이를 위해서는 "책상에 앉아만 있기보다는 다양한 도전을 통해 견문을 넓히고, 자신의 진로를 능동적으로 발견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조언했다.

"고객을 대하는 게 제일 힘들더라고요. 지점 배치 받고 얼마 동안은 번호표를 뽑아든 고객들이 창구로 다가올 때마다 두렵기까지 했다니까요. 지금은 (대출)상품을 팔고 고객을 설득하는 일이 재미도 있고 뿌듯해요."

하나은행 서울 목동지점에서 가계대출 담당으로 근무하고 있는 늦깎이 신입사원 김미경(26)씨. 지난해 11월 하반기 공채시험을 통해 입사했다. 100대 1 이상의 높은 경쟁률을 뚫고 당당히 취업문을 통과한 김씨는 "다른 지원자들과 차별되는 나만의 무기가 경쟁력"이라고 주저없이 말한다.

"사실 지원자들의 실력은 엇비슷하거든요. 연수원에서 서류 합격자들이 합숙을 하면서 면접을 보는데, 그룹 프레젠테이션(PT)과 개별면접에서 명암이 엇갈리죠. 면접관들이 공격적인 질문을 쏟아내는 일명 '압박 면접'을 통해 상황 대처능력이나 순발력을 테스트 받는 거예요. 다소 엉뚱한 생각이지만 톡톡 튀는 아이디어를 자신 있게 말하는 게 가장 중요하다고 생각해요."

김씨가 본격적인 취업 준비를 시작한 건 4학년 때부터. 3학년 2학기를 마치고 휴학한 후 2년간 행정고시에 매달렸기 때문에 남들보다 한발 늦게 시작했다. 다행히 교내 취업지원센터에서 아르바이트를 하게 됐고, 그곳에서 알짜 정보를 접했던 게 큰 도움이 됐다. 틈틈이 취업 관련 자격증도 취득했다. 4학년 여름방학에는 대우증권에서 인턴사원으로 근무했다.

"처음부터 은행권에 관심이 있던 건 아니었어요. 다 그렇듯 저도 채용공고가 나는 대로 대기업, 증권사, 은행 등 50여곳이 넘는 곳에 지원서를 넣었죠. 워낙 취업시장이 안좋으니 어디든지 걸려라 하는 식이었죠.(웃음) 막상 들어와보니 충분히 자기 능력을 펼칠 수 있는 기회도 많고 만족스러워요."

김씨는 입사를 위해 상식, 국사 등 필기시험과 면접(실무면접, 임원면접)시험을 치렀는데, 일반 대기업과 시험 형식에 큰 차이는 없었다고.

김씨와 함께 입사한 동기생들은 40여명 정도. 성비는 반반에 가깝다. 매달 한차례씩 정기적으로 모임을 갖는데, 모두들 핵심 인재라는 데 큰 자부심을 가지고 있단다. 하나은행의 경우 타 은행에 비해 채용 인원 규모가 3분의 1 수준인데, 들어오기 어렵다는 인식 때문에 오히려 인재들이 더 몰린다는 것이다.

김씨는 은행권에 취업하기를 희망하는 후배들에게도 조언을 아끼지 않았다.

"영어성적도 높이고 자격증을 따거나 지원분야에 전문적 지식을 쌓는 것도 중요하지만, 면접관들의 이목을 집중시킬 수 있는 노하우를 키우세요. 모 통신회사가 내놓은 슬라이드 폰도 지원자의 아이디어가 반영된 거라고 들었어요. 평소에도 창의적인 아이디어를 키우는 훈련을 하고, 무엇보다 내 생각을 자신 있게 표현할 줄 알아야 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