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경화 녹색연합 사무국장, 여연 활동가대회서 강연
호주 생태마을 '크리스탈워터스'…대단지 조성 눈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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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시를 떠나 자연에 순응하는 삶을 살기 위해 깊은 산골마을로 들어가는 사람들이 있다. '열린 공동체'로 불리며 생태적 삶을 실현하는 사람들, 바로 생태마을을 일구는 사람들이다. 요즘에는 도시에서도 생태적 삶이 가능하다는 것을 보여주기 위해 도시형 생태마을도 속속 생기고 있다. 아직은 일부 사람들과 소수 가구에 불과하지만 그들의 '창조적 실험'은 계속되고 있다.

지난 18일 충남 천안 국립청소년수련원에서 여성들이 한자리에 모여 생태적인 삶과 생태공동체에 대한 강의와 토론을 벌여 관심을 모았다.

한국여성단체연합이 주최한 '2007 전국여성활동가대회' 대안포럼 중 하나로 열린 '생태적인 삶, 생태공동체, 생태도시, 생태마을 상상하기'란 주제의 프로그램이 그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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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경화 녹색연합 녹색사회연구소 사무국장이 강사로 나서 3시간 동안 진지한 강의와 토론이 진행됐다.

"생태마을이야말로 인류가 지향하는 가치를 지니고 있으며, 새로운 문명으로서의 가능성을 보여주고 있다"는 말로 강의를 시작한 김 사무국장은 호주의 대표적 생태마을인 크리스탈워터스를 둘러본 소감을 하나둘씩 풀어놨다.

호주 퀸즐랜드 멜라니 인근에 위치한 크리스탈워터스의 역사는 지난 1970년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당시 대안적 공동체를 꿈꿨던 밥 샘플은 생태마을에 대한 계획을 차근차근 세웠다. 이후 85년 지역신문에 참가자들을 모집하기 시작했고, 87년에서야 생태마을의 모습을 갖추게 됐다. 현재 이곳에는 호주를 비롯해 영국, 캐나다, 미국, 스위스, 독일, 남아프리카공화국, 이스라엘, 이란 등 전세계에서 모인 84가구, 200여명이 훌쩍 넘는 주민들이 대단지를 이루며 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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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 국장은 이들이 각자의 삶의 터전을 버리고 이곳에 모인 이유를 몇 가지로 설명했다. 우선 범죄, 소음, 경쟁 등에 시달리기 않기 때문에 아이들이 자라기에 최적의 환경이라는 것. 또 50가구 이상이 독신, 노인, 한부모 가정인데 공동체 특성상 이들이 서로를 의지하며 생활하는 데 불편함이 없다. 하지만 무엇보다 이곳에 모여 삶에 만족하며 행복을 느끼는 가장 큰 이유는 "환경과 사람을 보살피고, 서로 의지하고 나누며, 미래세대를 생각하는 환경적 도덕심" 때문이라고 김 국장은 설명했다.

공동체 마을답게 이곳에도 주민들이 지켜야 할 몇 가지 약속이 있다. 마을길과 마당은 빗물이 흘러갈 수 있도록 포장을 하지 않는다. 마을 주변의 야생동물이 안전하게 살도록 애완용 개나 고양이는 키우지 않는다. 지역화폐를 만들어 사용하고, 마을에 일이 생기면 '엘더그룹'으로 불리는 연장자들이 회의를 소집해 해결한다. 주민들이 직접 만든 마을 내규에 따라 스스로 실천한다 등등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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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을의 규모가 커지고 구성원들이 다양해지면서 겪는 어려움도 있다. 초기에는 공동체 특성을 기반으로 농업을 이용해 자급자족하는 것을 목표로 삼았지만, 요즘 젊은이들은 농사에 관심을 보이지 않는다. 또 신규 입주자들이 늘면서 이상적인 주거지로만 생각해 공동체 의식이 부족한 것도 문제로 지적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마을에 입주하려는 대기자들은 계속 늘고 있다. 마을측은 300명 이상이 살 수 있도록 주거지를 더 만들 계획이다. 그렇다면 도시에서는 이들이 원하는 대안적 삶을 누릴 수 없는 걸까. 김 국장은 "이곳 사람들의 출신국 대부분이 경제대국이자 복지국가이지만, 새로운 선택을 할 수밖에 없었던 이유는 그만큼 절박성과 위기의식을 느꼈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현대 도시는 거대한 지배권력인 자본이 사람들을 옭아매고 있다. 학벌과 직업을 위한 경쟁에 내몰리거나, 사회로부터 소외당하고, 끊임없는 소비를 강요받고, 나도 모르는 사이에 자연과 환경을 파괴해 미래세대의 권리를 빼앗는 가해자가 되고 있다. 때문에 김 국장은 "도시생활에서 더 절박함을 느끼는 사람들일수록 자연에서 공동체 삶을 살고 싶은 욕구가 더 큰 게 아니겠느냐"고 해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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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 국장은 크리스탈워터스에 이어 국내 대표적 생태마을로 손꼽히는 경남 산청의 '안솔기 생태마을'과 전북 무주의 '진도리 생태마을'도 소개했다. 우리나라는 90년대 후반부터 생태공동체에 대한 관심이 높아졌고 귀농운동, 공동육아, 생협운동 등과 함께 진행된 점이 특징이다.   

김 국장은 "지속가능한 삶, 지속가능한 사회를 만들기 위해 기업도, 권력층도 아닌 시민들이 자발적으로 실천하고 있다는 점에서 생태마을이 갖는 의미가 크다"면서 "도시에서도 생태적으로 살기 위한 노력들이 계속되도록 다양한 제도적 지원과 대체기술 상용화 등이 마련돼야 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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