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침공 이후 사회보장장치 전무…딸을 팔기도

미국의 2003년 이라크 침공 이후, 이라크 여성들과 미성년의 소녀들이 성매매시장에 내몰리고 있다고 알자지라 방송 인터넷판이 지난 14일 보도했다.

지난 2006년 바그다드에서 폭탄테러로 남편을 잃은 라나 잘릴(38)은 네 아이의 생계를 책임지기 위해 일자리를 찾아 나섰다. 하지만 전쟁으로 인해 일자리가 줄어든 상황에서 여성이 일할 수 있는 곳을 찾기는 쉽지 않았다. 아이들이 영양실조 진단까지 받게 되자 더 이상 아이들을 굶길 수 없었던 그는 결국 성매매를 하게 됐다. 잘릴은 "음식을 사들고 집에 갔을 때 아이들이 기뻐 소리 지르는 것을 보자, 정조는 아이들의 배고픔에 비하면 아무것도 아니라는 걸 깨달았다"고 털어놓았다. 

미국의 침공 이전까지만 해도 이라크 정부는 이란-이라크 전쟁에서 남편을 잃은 여성들에게 보상금과 자녀들에 대한 무상교육을 지원했으며, 일부는 무상주택을 제공받기도 했다. 그러나 침공 이후 촉발된 분쟁으로 국가체계가 무너진 이라크에는 현재 이들을 위한 사회보장장치가 존재하지 않는다.

이라크 여성부 통계에 따르면 전쟁으로 인해 혼자가 된 여성은 바그다드에만 최소 35만명, 전국에 걸쳐 800만명이 넘을 것으로 추정되고 있다. 비정부기구 '이라크여성자유연합(OWFI)'은  이들 중 15%는 생계를 위해 성매매로 전향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또한 전쟁 이후 생계유지가 어려워진 부모들이 딸을 성매매업자에게 팔아넘기는 일도 빈번해지고 있다. 17세의 수하 무하마드는 아버지가 사망한 뒤 어머니에 의해 이라크 인신매매단에게 넘겨졌다.

한 인신매매업자는 알자지라 방송과의 인터뷰에서 "하루 최소 2명의 손님을 받을 경우 일당 10달러 정도와 함께 음식과 거처를 제공하고 있다"며 "아랍 부호들에게 비싼 가격에 팔 수 있는 처녀들을 가장 선호한다"고 밝혔다.

바그다드 소재 여성권리협회(WRA)의 마야다 주하이르 대변인은 "이라크와 아랍의 NGO들이 전쟁으로 남편을 잃은 여성들과 인신매매 피해 여성들의 상황을 알아내려 애쓰고 있지만 쉽지 않다"면서 국제적인 지원이 없다면 더 많은 이라크 여성들이 피해를 입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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