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성계 4인-대선 토론회 참관기

이제 4개월여를 앞두고 있는 제17대 대선은 4명의 여성후보가 출마를 선언한 것을 비롯해 각 당의 후보가 결정되지 않은 상태임에도 예비후보들의 성인지적인 정책 검증에 여성들이 나선 것이 역대 대선과 다른 점이다. 지난달 31일의 여성 표심으로 본 대선 세미나 개최가 그 시작이다.

주최측은 대선후보들의 여성정책을 기준으로 국정을 책임질 준비가 되어 있는가를 검증하고, 또한 양성평등사회를 고대하는 여성유권자들을 도외시하고서는 승리의 고지를 차지할 수 없다는 점을 인식케 하는 것을 목표로 했다.

각 당의 여성후보 전원과 지난 6월28일~7월5일에 지지율 5% 이상의 남성후보를 대상으로 여성정책 10가지 문제를 젠더 관점에서 제시하고 수집된 답변을 분석한 결과는 아직 예산문제를 포함한 구체적인 이행계획은 미비하나마 다음 정권의 여성정책은 누가 대통령이 되어도 역대 정권에 비해 크게 향상될 것으로 기대하게 한다.

여성 경제참여율 60% 이상, 여성 일자리 창출 100만개, 여성 각료 30~50% 임명 등 각 후보의 공통점을 통해 다음 정권의 여성정책 수준을 가늠할 수 있으며, 과제별 후보들 간의 차이점은 유권자들의 후보 선택에 도움이 될 것이다.

각 정당이 단일후보를 위한 당내 경선을 앞두고 있어서 예비후보들의 공약이 소속정당의 이념과 노선에 입각한 정당의 공약이라고 보기는 어렵지만, 금번 세미나가 각 정당의 후보 선정에 양성평등이라는 시대정신이 반영되게 한 것은 분명하다.

이 세미나는 1997년 15대 대선 때 88개의 여성단체와 함께 TV 여성정책토론회를 개최함으로써 처음으로 대선후보들의 여성정책 공약을 이끌어내고 검증한 바 있는 여성신문이 주도하였다. 이 세미나에는 창간 20주년을 맞이한 여성신문의 공신력을 믿고 대선후보들의 '여성을 위해 준비된 대통령이 되겠습니다'라는 다짐 서약에 증인이 되기 위해 100명이 넘는 여성 오피니언 지도자들과 매스컴이 대거 참여하였다.

예정과는 달리 참여한 후보는 열린우리당, 통합민주당, 민주노동당의 후보 4명뿐이었다. 참석을 약속했던 한나라당 후보는 나오지 않았다. 당 관계자의 설명으로는 또 한명의 탈레반 인질이 살해되었다는 소식을 그날 아침 접하고 그에 대한 추모의 표시로 당일 모든 일정을 취소하였기 때문이란다. 필자도 가슴 아린 그 소식을 접하면서 "하느님 어디에 계십니까"를 중얼거릴 정도였으니까 충분히 이해된다. 모든 일정을 취소했다면 시간이 있었을 터인데 나와서 애도의 뜻을 함께 나눌 수는 없었는가 하는 아쉬움이 남는다. 무엇보다도 유감인 것은 만사를 제쳐두고 '여성이 묻는다, 준비되셨습니까?' 세미나에 참여한 여성지도자들의 기대에 부응하기 위한 노력을 우선순위에서 배제시켰다는 점이다.

또 하나 여성 표심으로 대선을 읽기 위한 여론조사라면 그 대상이었던 1000명의 표본은 여성으로 한정했어야 하는 것이 아니었는지 묻고 싶다.

어쨌거나 세상이 변하여 여성대통령 아니면 성인지적인 사고를 갖춘 대통령을 제17대 대선에서 선출하게 되리라는 점은 가슴 설레게 한다.

여성신문사 주관으로 '여성이 묻는다, 준비되셨습니까?'라는 주제의 세미나가 열렸다. 3시간에 걸친 진지한 토론에 여성계 지도자들이 대거 참석했다. 

이번 세미나는 여성지도자들과 대선주자들의 관심을 집중시킬 만한 주제를 가지고 시대정신과 양성평등 철학을 근거로 해, 여성정책 공약을 분석하고 여성이슈를 부각시킴으로써 여성과 관련된 국가운영 패러다임에 대한 합의를 도출하는 데 시동을 걸었다고 할 수 있다. 매우 시의적절하고 의의 있는 행사라고 하겠다.

첫번째 '대선후보들의 시대정신과 양성평등 철학'에 대한 발제에서는 대선후보들의 여성정책 공약이 시대정신에 부합해야 하며, 현재의 시대정신으로서 양성평등, 국민통합, 한반도 평화체계 구축 등을 제시하였다. 양성평등의 시대정신과 관련하여 대선주자들이 어떠한 양성평등 철학을 가지고 있는지를 평가하는 것이 우선되어야 한다는 주장에 적극 동의한다. 대선주자들의 양성평등 철학을 알면 이들의 여성정책 공약의 진의를 알 수 있기 때문이다.

두번째의 '대선 예비후보들의 여성정책 공약 분석'에 대한 발제에서는 여성정책의 현안으로 거론된 10가지 문제, 각 후보들의 여성정책 공약 내용, 그리고 예비 대선후보의 10대 공약 분류 등 여러 각도로 여성정책들을 제시하였다. 현재 흔히 거론되고 있는 여성정책들이 총망라되었다고 할 수 있다.

그런데 이들 대부분이 여성가족부의 여성정책 범위와 수준을 벗어나지 못한 점이 아쉽다. 정부의 20여개 부처를 총괄하는 대통령의 여성정책으로서는 매우 부족하다는 생각이다. 이제는 모든 부처가 양성평등 철학에 기초하여 정책을 수립하고, 재검토하며, 집행하도록 하는 공약이 개발되어야 한다. 이를 위해서는 기존의 여성정책 패러다임을 진지하게 재검토하고 광범한 사회적 합의를 바탕으로 재정립하는 노력이 선행되어야 할 것이다.

세번째 '1000명 여론조사를 통해 본 여성이슈와 대선후보' 발제에서는 여성이슈가 되고 있는 여성정책을 '양성평등', '가사노동 가치', '여성가족부 통폐합', '여성정치 할당제', '여성각료 수' 등 5개로 압축하였고, 추가로 5대 여성 관련 이슈로 '여성정책', '부동산', '교육', '여성일자리', '비정규직' 문제를 제시하였다. 그 중에는 더러 여성정책이나 여성 관련 이슈로 다루기에 적합하지 않은 내용을 포함하고 있다는 생각이다. 여성이슈라 함은 현재 존재하고 있거나 미래에 존재해야 할 여성정책 중 이슈가 되는 것들이며, 무엇보다도 시대정신에 부합한 여성정책들이 우선적으로 포함되어야 할 것이다.

올 12월 대선을 치를 때까지 여성정책에 관한 세미나, 심포지엄, 공청회 등이 여러 차례 더 있을 것으로 예상된다. 이번 세미나에서 미흡했던 부분을 보완하여 다음의 세미나로 이어지고, 다음의 세미나에서 또 그 다음 세미나로 계속 이어져서, 국가경영의 관점에서 여성정책 패러다임에 관한 합의가 이루어진 가운데 대통령 선거에 임할 수 있게 되기를 기대한다. 이번의 세미나는 그 기폭제로서 의미가 크다고 하겠다.

대선 예비후보들이 양성평등 철학과 여성정책에 대해 어떠한 답변을 했을까 호기심을 갖고 행사장에 들어섰다. 행사장의 열기는 뜨겁고, 예비후보들의 인사말은 저마다 출마의 변과 정책을 제시하면서 긴장감마저 돌았다.    

여성신문사에서 대선 예비후보 7명에게 질문서를 보내 답변을 받아냈다고 해서 참으로 궁금했다. 결론은 몇가지 핵심 현안에 대한 후보들의 입장을 확인할 수 있었던 것은 성과지만, 예비후보들의 지지율 편차가 심한 상태에서 정책에 따른 유권자의 예비후보 선호도를 조사하는 것은 유의미성이 없다고 보여지므로, 자칫 여론조사 결과가 왜곡될 수 있는 소지를 남겼다.        

그동안 여성계는 대선 시기마다 중요한 여성정책을 제시해 공약으로 채택되는 성과를 가져왔다. 여성부 신설, 호주제 폐지, 보육의 공공성 확대, 성매매방지법 제정 등이 그것이다. 그러나 올해 대선은 여성정책을 공약으로 채택되도록 하는 운동보다는 후보들이 내놓는 정책이 과연 진정성과 실효성이 있는 것인가 검증하는 것이 중요하다. 이미 후보들이 내놓은 여성공약은 비슷하기 때문에 변별력이 떨어진다. 따라서 후보가 그 정책을 수행할 수 있는 철학과 자질을 갖추었는지, 후보를 지원하는 정책집단이 성인지성을 갖춘 사람으로 구성되어 있는지를 봐야 할 것이다. 다행히 이번에 조사한 내용에 따르면 7명의 예비후보들의 양성평등 철학은 평균점수는 되는 것 같다. 다만 김형준 교수가 제시한 것처럼 양성평등이 정책 차원의 접근이 아니라 '시대정신'으로 이해하고 받아들일 수 있는 후보가 과연 누구인지 변별하긴 어려웠다. 그것은 후보가 살아온 인생역정과 밀접하게 연관해서 판단해야 하지 않을까 싶다. 

또한 공약을 검증할 때 예산계획서뿐 아니라 다른 공약과의 관련성을 함께 분석해봐야 한다. 예를 들어 모든 후보들이 여성의 경제활동참가율을 높이겠다고 하면서 여성 일자리를 100만개에서 150만개까지 늘리겠다고 했는데, 이는 한국경제를 어떠한 모델로 발전시킬 것인지와 관련이 깊다. '고용 없는 성장'이 아니라 '고용 있는 성장'을 하려면 사회서비스 분야와 중소기업에서 일자리를 늘려야 한다. 이런 경제정책과 사람을 키우는 인력개발정책이 함께 어우러져야 실효성이 있는 공약이 될 수 있다. 그런데 이번 평가에서는 정책 상호간의 연관성을 갖고 평가하지 못해서 아쉬운 부분이 있었다.

그리고 이번 세미나의 성과로는 7명의 예비후보 전부가 여성계 현안이라고 할 수 있는 군가산점 부활과 여성가족부 해체 논란에 대해서는 반대한다는 점이다.

마지막으로 아쉬운 점은 1000명 설문조사에서 5대 여성 관련 이슈와 후보자의 상관관계 조사가 아직 본격적인 대선구도가 안잡힌 상황에서 과연 의미가 있을까 하는 점이다. 한나라당은 2명의 유력후보가 있어서 유권자의 선호가 분명하지만, 열린우리당의 경우 아직 대통합신당이 구성되지 않은 상태에서 유력 후보가 부재한 상황이라 대선구도가 잡히지 않았으므로 여론조사가 그리 의미를 지니지 못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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