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 여름 공포영화 '여성 시각'은 없다

특히 병원을 배경으로 의학적 소재를 다룬 공포영화가 봇물 터지듯 쏟아져 눈길을 끈다.

해부용시체 다룬 新 병원괴담

'해부학교실'은 해부용 시체 '카데바'에 얽힌 공포영화다. 의대 본과 1학년인 선화(한지민 역)는 팀원들과 함께 처음으로 해부학 실습을 하게 된다. 하지만 카데바를 접한 이후, 팀원들은 알 수 없는 환청과 환영에 시달리게 되고 하나씩 의문의 죽음을 당하게 된다.

이밖에 '검은 집'은 범행을 즐기는 정신질환자 '사이코패스'를 전면에 내세웠고, '샴'은 샴쌍둥이를, '리턴'은 마취 중 환자가 의식을 찾는 '수술 중 각성'을 다루고 있다. 그런가 하면 '기담'은 1942년 당시 경성의 한 병원을 배경으로 이야기를 풀어나간다.

심영섭 영화평론가는 "2000년대 이후 후기 자본주의의 욕망을 담은 영화가 주류를 이루고 있다"며 "성형 열풍을 풍자한 '신데렐라', 부동산 열풍을 담은 '아파트'에 이어 올 여름 개봉된 '검은 집'은 보험사기의 욕망에서 기인한 영화로 해석할 수 있다"고 말했다. 또 "병원 및 의학기술과 관련된 공포영화들이 많이 등장한 것은 현대인의 높은 관심을 반영한 것으로 병원, 아파트 등 현대인이 일상에서 친숙하게 느끼는 새로운 무섬증이 공포영화의 새 유형으로 자리매김하고 있다"고 진단했다.

공포영화의 정석에 충실한 귀신 시리즈도 여전히 인기다. 다른 점이 있다면 올해는 동남아시아를 배경으로 하거나 동남아에서 들어온 공포영화가 유행한다는 것. '므이'는 베트남 달랏에서 발견된 실존 초상화의 전설을 모티브로 현지에서 촬영했다. 아름다운 베트남의 풍광과 한 서린 이국땅의 귀신이 색다른 공포를 느끼게 한다.

태국 공포영화 '샴'은 '셔터'의 두 감독(반종 피산다나쿤, 팍품 웡품)이 만든 것으로 신체의 일부가 붙어 있는 샴쌍둥이를 소재로 했다. 질투 때문에 쌍둥이 중 한명이 죽은 뒤 살아남은 한명에게 귀신이 붙어다니며 복수하는 내용이다. 대만 공포영화 '가족상속괴담'은 지난해 부산국제영화제에서 상영된 영화로 탐욕으로 얻은 부와 함께 희생당한 이들의 저주도 상속된다는 내용. 이밖에 '1408' 등 할리우드 스릴러도 꾸준히 나오고 있다.

올 공포영화의 중심에는 여배우가 있다. '해부학교실' '므이' '두사람이다'는 한지민, 차예련, 조안, 윤진서 등 젊은 여배우를 내세웠고, '검은 집'의 유선도 반전이 되는 중요한 역할이다. 해외영화 '샴' '디센트' 등도 여주인공이 사건의 열쇠를 쥐고 있다.

그럼에도 불구, 올 여름 '호러퀸'을 뽑는 것은 쉽지 않다. 눈에 띄는 여배우가 없기 때문이다. 전문가들은 "공포영화의 주관객층이 여성으로 변모함에 따라 여배우들이 사건의 중심에 포진한 영화는 많아졌으나, 극을 주도할 정도로 역할을 소화하는 국내 여배우는 여전히 부족하다"며 아쉬움을 토로했다. 또 "여성의 욕망은 적극적으로 표출되지만 왜 그런지 여성의 시각에서 표현하는 작업은 극히 드물다"고 지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