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의 아침은 언제나 곰실이로부터 시작되었다. 매일 아침 일어나면 무지하게 먹는 만큼 무지하게 싸대는 곰실이 똥부터 한 삽 치우고 난 다음, 먹이와 물을 챙겨주는 것이 하루 중 내가 제일 먼저 하는 일이었다. 그런 곰실이가 떠나갔다. 만 13살이던 곰실이는 한 두어달 전부터 기운이 급격히 쇠약해지더니 개집 안 앉은 자리에서 변을 보며 제대로 일어서지도 못하였다.
"곰실아, 왜 그래? 어디가 아파?"
나는 읍내 가축병원에 왕진을 부탁하였다. 상태를 본 수의사는 노환으로 갈 때가 되었다는 것이었다. 하루에도 몇번씩 개집에서 곰실이를 간신히 끌어내고 땀을 뻘뻘 흘리며 안의 똥을 치우는 것을 보던 엄마가 한 말씀 하신다.
"이제는 우리 효신이가 개 수발까지 저렇게 들어야 하니…."
개보다는 딸 힘든 것이 더 마음 쓰이는 모양이었다. 그리고… 먹지도 못하고 눈만 간신히 뜨고 있던 곰실이가 숨을 거두었다. 엄마는 가까이 묻으면 내가 오래 슬퍼한다고 집에서 멀리 떨어져 묻으라고 했지만, 나는 대문 가까운 곳에 언제나 볼 수 있는 곳에 땅을 파고 묻어주었다. 낯선 사람만 가까이 오면 컹컹 짖어대며 우리를 지켜주던 든든한 놈이 죽어서도 우리를 지켜주길 바랐다. 엄마도 나와 같은 심정이셨는지 저녁나절 곰실이 묻힌 곳을 한참 바라보시더니 말씀하신다.
"응, 나도 그래."
살아오면서 제일 힘든 것이 죽음과 이별하는 것이다. 다시는 만날 수 없다는, 완전한 단절이라는 사실이 나는 너무나 슬프다. 죽음이라는 것을 일상의 한 단편처럼 이야기하는 노인들을 볼 때마다 '어떻게 하면 저렇게 될까?' 연습도 해보지만 나에게는 절대로 초연해질 수 없는 두려움이다.
올해 나는 사랑하는 두 가지를 죽음으로 떠나보냈다. 하나는 곰실이, 그리고 다른 하나는 지난 3월 죽어서 잘라버린 현관 앞 매화나무. 매화나무 떠나보낼 때에도 지금 못지않게 슬펐다. 그런데 요 며칠 매화나무 자른 땅 속에서 작은 매화가 솟아오르고 있는 것을 발견했다. 매화나무가 무성할 때에는 그 곁에서 이런 어린 것들이 솟아나는 것을 보지 못했는데, 큰 둥치 잘아내니 이어 다른 생명이 그 생명을 이어나가는 것이다.
"꽃이 질 때는 아쉽기는 해도 다음해 더 크게 피어난다는 기대에 가슴 저미는 슬픔은 없지. 그러고 보면 식물이 동물보다 생명력을 이어가는 데에는 더 강자인 것 같아. 식물이 동물보다 더 진화한 생물일까?"
나는 어려서부터 생각했었다. 이담에 죽어서 다시 태어난다면 코끼리로 태어났으면 좋겠다고. 덩치가 커서 사자 같은 맹수도 덤비지 못하고, 게다가 풀만 먹으니 다른 동물 해할 일도 없는 코끼리로 태어나면 제일 행복할 것 같았다. 그런데 이제 마음이 변했다. 나는 죽어 다시 태어난다면 식물로 태어나고 싶다. 제초제에 샤워하고 말라버려 죽어가는 풀만 아니라면….
"풀각시가 농사지은 옥수수 독자에게 팝니다"
본지는 풀각시 컬럼을 연재하고 있는 박효신씨가 현지에서 직접 맛을 보고 보증하는 우리 농산물들을 독자 여러분들에게 저렴하게 공급하기 위해 '풀각시 장터'를 엽니다.
박씨가 직접 재배하거나 현지에서 찾은 품질 좋은 각종 농산물들을 저렴한 생산가격에 그때 그때 비정기적으로 판매할 예정입니다.
농촌과 도시의 삶을 연계하기 위한 여성신문 나름의 철학도 담겨 있습니다. 첫번째 상품으로 알이 송글송글 맺힌 '찰옥수수'를 골랐습니다.
품목 : 대학 찰옥수수
'대학 찰옥수수'는 먹어본 분들의 입소문을 타 이미 맛과 품질이 인증된 농산물입니다. 충남대 농과대학이 기술을 개발해 직접 재배한 것으로 낱알 껍질이 기존 품종보다 얇아 부드러운 것이 특징이며 달고 맛있습니다.
가격 : 30개 1만6000원(배송비 포함)
50개 2만5000원(배송비 포함)
구입방법 : 여성신문(02-318-9300)으로 이름과 주소, 연락처 등을 알려주시면 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