용기낸 할머니들과 세계사회 동참으로 이제야 햇빛
피해여성들의 나라인 한국정부는 무엇을 할것인가

"일본 정부는 일본군 위안부 강제동원을 공식 인정하고 사죄하라."

800회를 앞둔 일본대사관 앞 수요시위에서 나온 외침이 아니다. 미 하원의 외교위원회가 지난달 26일 채택한 결의다. 이 결의안은 앞으로 미 하원 전체회의에서도 무난히 통과될 전망이라고 한다. 미·일 동맹을 위태롭게 할 수 있다는 우려에도 불구, 미국 시민을 대표하는 하원이 한국과 중국인 피해여성의 입장에 서 우방인 일본에게 쓰디쓴 충고를 한 것이다. 어찌된 셈인가. 갑자기 미 의회가 세계의 인권법정이라도 된 것일까.

제2차 세계대전 중 연합국은 일본군이 점령한 지역에는 여지없이 위안소와 위안부들이 존재한다는 사실을 알게 되었고, 이를 기록으로 남겼다. 그러나 미국은 일본군의 전쟁범죄에 대해 도쿄 국제군사법정과 몇 차례의 군사재판을 열었지만 식민지 여성에 대한 범죄인 일본군 위안부 범죄에 대해 직접적인 책임을 묻는 데는 실패했다.

수십년 동안 침묵 속에 고통스럽게 묻혀 있던 일본군 위안부 문제는 1990년대 용기 있는 피해자 할머니들의 증언과 한국 시민사회의 노력에 대한 세계 양심의 동참으로 유엔과 국제노동기구에서 다루어져 일본의 책임을 촉구하기에 이르렀다. 이번 일본군 위안부 결의안을 주도한 마이클 혼다 의원은 한인을 포함한 아시아계 시민들의 힘을 얻어 90년대에 이미 캘리포니아 주의회 차원에서 일본의 전쟁 책임을 둘러싼 여러 법률을 통과시킨 바 있다. 미국 연방정부는 나치전범처럼은 아니지만 일본의 전쟁범죄에 대한 수사나 혐의자에 대한 입국금지 권한을 가지고 있다. 미국 국립문서보관소는 일본의 전쟁범죄 기록 조사를 벌이고 있다.

이런 점에서 이번 결의안 채택은 일본군 위안부 문제가 아시아·태평양 국가들 사이의 역사논쟁과 외교다툼에 그치는 것이 아니라 이들 나라에서 건너온 이주민의 나라인 미국의 국내 정치문제로 확산되었음을 보여준다. 아프가니스탄과 이라크 등지의 전쟁과 인권 유린 문제로 곤혹스러운 미국 사회가 의회를 통하여 피해자의 목소리를 경청하고 일본의 진솔한 반성을 촉구한 것은 보는 이를 숙연하게 한다. 미국은 일본이 이 결의를 받아들이든 않든 간에 앞으로 일본의 전쟁책임 문제를 더욱 엄중히 다룰 것으로 예견된다.

다른 한편, 미국은 동북아시아의 질서가 재편될 때마다 한·일문제에 관여했다. 한국전쟁이 한창이던 1951년 미국은 일본과 평화조약을 체결하면서 일본 요시다 정권의 편을 들어 한국을 승전국 명단에서 배제했다. 베트남전쟁이 날로 심각해지던 1965년 미국의 영향 하에 십수년을 끌던 한·일 국교 정상화가 이루어졌다. 이번에는 북핵문제를 둘러싼 6자회담, 북·미, 북·일 수교문제로 복잡한 가운데 일본군 위안부 문제가 미·일의 의제로 등장하게 되었다. 새로운 동북아 질서는 전쟁에 대한 올곧은 책임의식과 인권에 바탕을 두어야 하겠지만 정작 피해여성들의 나라인 한국은 무엇을 할 것인지, 이번 결의가 우리에게 던지는 화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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