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날로그 시인 정신 잇는 디지털 작가 탄생
대상에 황진아 등 총 9명 수상
솔직하고 자유로운 글쓰기 주목

우리나라 1세대 여성주의 시인이자 여성신문 초대 주간인 故 고정희 시인의 뒤를 잇는 차세대 문학인을 발굴하기 위한 ‘제4회 고정희 청소년 문학상’ 시상식이 지난달 30일 서울 신촌의 카페 ‘뜨로아미’에서 열렸다. 이날 시상식에는 주요 수상자와 그 가족들, 심사위원인 소설가 이경자씨, 여성학자 박혜란씨, 조한혜정(연세대 사회학과), 조은(동국대 사회학과) 교수, 소설가 박정애씨, 행사를 주관한 사단법인 ‘또 하나의 문화’(이하 또문) 관계자 등 30여명이 참석했다.

대상인 문화관광부 장관상은 황진아(목동고 3)의 ‘내가 사랑하는 귓구멍’이, 특별상인 여성신문상과 또하나의문화상은 김지은(과천여고 3)의 ‘네 인생에 카메라를 들이대라’와 송아영(세화여고 2)의 ‘카메라’가 차지했다. 이 외에도 금상, 은상, 동상 등 총 9명이 수상의 영광을 안았다.

심사위원들은 “지난해보다 전반적으로 글의 완성도가 높아졌으며, 이 세대의 감수성이 반영된 점이 흥미롭다”면서 “솔직하게 자신을 드러내고 정해진 틀을 깨는 자유로운 글쓰기에 주목했다”고 밝혔다. 대상을 차지한 황진아양의 글은 “그 또래가 갖기 힘든 세상에 대한 이해가 담겨 있다”는 평가를 받았다. 특히 송아영양은 시종일관 발랄한 모습으로 관중들의 웃음을 자아냈으며, 동상을 받은 이진혁군은 유일한 남자 수상자로 관심을 끌었다.

‘고정희 청소년 문학상’은 2003년 6월 ‘고정희 문학기행’에 참여한 청소년들과 고정희 시인의 고향인 전남 해남의 청소년들을 대상으로 연 ‘땅끝 소녀 백일장’에서 비롯됐다. 고정희 시인과 문학을 통해 만남으로써 청소년들에게 페미니즘 정신을 심어주고자 개최된 것. 2004년부터는 강릉여성문화연대, 사단법인 김해여성복지회, 대구여성회, 제주여민회 등 지역 여성단체와 연계해 고정희 백일장을 전국단위 규모로 확대하고, 대상 수상자에게는 문화관광부 장관상을 수여하는 등 주요 청소년문학상으로서 위상을 높였다.

“고정희 청소년 문학상은 아날로그 시대의 시인과 디지털 시대의 젊은 세대를 문화로 이어감과 동시에 여성문학인의 모델을 새롭게 발굴하는 작업”이라고 주최측은 설명했다.

제4회 고정희 청소년 문학상은 지난 5월5일 서울·경기, 제주, 강원, 대구·경북, 부산·경남·울산 등 각 지역에서 치러진 예선을 통해 50명이 선발됐다. 이들을 대상으로 5차례의 문학교실과 고정희 생가를 방문하는 고정희 기행(6월2~3일)을 개최한 바 있다. 고정희, 여성문학, 페미니즘, 소설가 이경자의 특강 등 다양한 주제의 강의와 글쓰기, 평가로 이뤄진 문학교실은 고정희 청소년 문학상의 가장 큰 특징이다. 본선대회는 지난달 16일 서울 대방동 여성플라자에서 ‘카메라’, ‘할머니’, ‘이웃집’, ‘범생이와 날라리, 그리고 찌질이’의 4개 주제를 놓고 치러졌다.

수상자 명단 ▲문화관광부장관 대상: 황진아(목동고 3), 산문 ‘내가 사랑하는 귓구멍’  ▲여성신문상: 김지은(과천여고 3) 산문 ‘네 인생에 카메라를 들이대라’  ▲또 하나의 문화상: 송아영(세화여고 2), 시 ‘카메라’  ▲금상: 박준하(마산제일여고 3) 산문 ‘이웃집…’  ▲은상: 이소라(삼성여고 2) 시 ‘희망을 찍는 카메라’/ 조승현(김천여고 3) 산문 ‘이웃집’  ▲동상: 김유라(과천여고 2) 시 ‘할머니-군밤장수 할머니’/ 이수현(상명사대부고 2) 산문 ‘고구마’/ 이진혁(한세전산고 1) 산문 ‘과거 현재 그리고, 현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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