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T분야 여성 진출 남녀평등 앞당겨"

오랜 방송기자 활동 접고 3선 국회의원으로

여성정치인"여성유권자 지지받아야 성공"

 

“21세기는 정보기술(IT)의 시대이자 여성의 시대입니다. 기술이 진보할수록 여성의 삶도 진보하기 때문입니다. 약 처방전을 컴퓨터가 대신 받아주면 여성은 그 시간에 가사에서 벗어나 사회활동을 할 수 있게 되는 거죠. 하지만 여전히 장애물이 존재합니다. 더 많은 사람들이 ‘기술은 성 중립적’이라는 인식을 벗고, 새로운 기술이 여성의 진보에 기여할 수 있도록 노력해야 합니다.”

사라 카루(Saara Karhu·49) 핀란드 국회 통신위원회 부위원장이 최근 우리나라를 첫 방문했다. 지난 6월28일 한국IT여성기업인협회 주최로 열린 ‘글로벌 IT여성 컨퍼런스’에 발표자로 참가한 그는 “기술을 연구하는 IT분야와 법안을 만드는 국회에 여성의 진출이 늘어날수록 남녀평등도 빨라지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본지는 28일 서울 매리어트 호텔에서 사라 카루 부위원장을 만나 인터뷰를 가졌다. 다음은 일문일답.

- 핀란드 IT분야의 쟁점은 무엇인가. 

“기술의 진보와 사생활 침해를 둘러싼 논쟁이 뜨겁다. 유럽연합(EU)이 회원국에 모든 휴대폰의 위치추적을 허용하는 내용의 법안 RFI(Radio Frequency Identification·무선 주파수 확인)를 통과시킬 것을 요구했기 때문이다. 최근 노키아에서 TV가 나오는 휴대폰을 출시했는데, 새로운 기술을 보유한 휴대폰이 나오면 그에 맞는 법이 나와야 하지 않겠나. 기술의 진보는 반갑지만, 사생활 침해의 소지가 있는 법을 과연 통과시켜야 할지 논란이 크다.”

- IT분야에 진출한 여성들은 얼마나 되나. 

“지난해 통계를 보면 정보통신공학을 공부한 여학생 가운데 22.6%가 IT분야에 진출했다. 다른 전공자들까지 고려하면 아마 더 많을 것이다. 특히 핀란드의 경우 통신부 장관을 3대째 여성이 맡는 등 다른 나라에 비해 IT분야에 대한 여성들의 관심과 진출이 높은 편이다. 여성이 최고위직에 있다는 것만으로도 영향이 크기 때문이다. 앞으로 IT분야 여성인력의 중요성과 참여가 더욱 증대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 하지만 여성의 사회 진출에는 장벽이 많은 것이 사실이다. 극복 방법을 제안한다면.

“여성의 육아휴직이 당연하다는 사회적 인식과 그것을 가능케 하는 시스템을 갖추는 것이 필수다. 한국은 여성이 아이를 낳으면 직장에 있다가도 집으로 돌아간다고 들었다. 그러나 핀란드는 대부분 다시 직장으로 돌아간다. 국가가 1년의 육아휴직과 80%의 임금을 보장해주고, 기업에서는 대체인력을 활용해 자리를 지켜주기 때문이다. 만약 여성이 계속 일하길 원하면 남편이 대신 육아휴직을 받을 수도 있다. 수준 높은 보육시설과 평등한 가사분담 문화도 여성의 직장생활을 유지시켜주는 든든한 지원군이다.”  

- 평등한 가사분담 문화를 만들려면 어떻게 해야 할까. 

“엄마들이 아들과 딸 모두에게 가사를 돕도록 해야 한다. 그리고 그것이 당연한 일이라는 인식을 갖게 한다. 그러면 그 아들은 커서 자신의 부인과 가사 분담을 할 것이고, 자신의 아들에게도 그렇게 가르칠 것이다. 어릴 때부터 남녀평등 의식을 가질 수 있도록 교육하는 것이 가장 중요하다. 핀란드의 젊은 엄마들은 모두 그렇게 하고 있다. 한국도 그렇게 해야 장기적으로 변화를 가져올 수 있을 것이다.”

- 핀란드는 여성정치 선진국으로 잘 알려져 있다. 비결을 알려 달라.

“타리야 할로넨 여성 대통령이 재선에 성공했고, 여성 국회의원은 42%이며, 여성 장관은 60%에 달한다. 아마 전세계에서 이렇게 여성이 정치에 많이 진출한 나라는 찾기 힘들 것이다. 비결이라면 유권자의 절반인 여성에게 지지를 받았다는 점이다. 여성의 입장에서 법안을 만들고 고치는 일은 여성 의원들의 가장 큰 역할 중 하나다. 남성 유권자들에게도 지지를 받고 있는데, 관건은 남성만큼 정치에 대해 잘 알면서도 건강·사회 등 여성친화적 분야에 깊은 시각을 가지는 것이다.”

- 한국에서도 오는 12월 대선에 3명의 여성이 도전하고 있다. 당부하고픈 말이 있다면.

“국민들에게 편하게 다가가면서도 정치를 잘 할 것 같은 느낌을 주는 것이 중요한 것 같다. 나 역시 3선 의원을 하면서 가장 주력했던 것이 지방 곳곳을 다니면서 연설이나 강연을 통해 친밀감을 호소하는 것이었다. 방송기자 출신으로 얼굴이 많이 알려져 첫 선거때 어려움이 많았기 때문이다. 여성후보들이 신문에만 등장하고 실제로 볼 수 없다면 싫든 좋든 선택받기 어려워진다. 다만 지킬 수 없는 약속은 절대 하지 말아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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