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랑스 정부로부터‘레종 도뇌르’훈장받은 나도선 과학문화재단 이사장

지난해 10월 런던에서 열린 제2차 한·영 여성과학자 포럼장. 나도선 한국과학문화재단 이사장은 여섯살, 세살 두 아이를 키우며 악전고투 끝에 박사학위를 따낸 경험을 연설해 강한 공감대를 자아냈다. 저명한 한 영국 과학자는 “저런 경우가 바로 여성과학자의 역할 모델”이라며 고개를 끄덕였다.

과기부 산하 첫 여성 기관장인 나도선 과학문화재단 이사장이 한국의 여성과학자로선 처음으로 프랑스 최고의 명예훈장 ‘레종 도뇌르 슈발리에장’을 수훈했다. 그간 프랑스 파스퇴르 연구소, 교육부 등과 MOU를 맺어 양국 중·고생들이 파리와 서울로 과학탐방을 할 수 있도록 지원하고, 라빌레트 과학관과도 MOU를 체결해 양국간 과학문화사업 교류에 기여한 공로 때문이다.

“과학이 곧 우리의 문화가 돼야 한다는 소신으로 일하고 있다. 현대는 과학기술 사회이기에 과학자가 아닌 일반인도 영화나 음악을 즐기듯 생활 속에서 과학을 체험하고 과학적 마인드를 가져야 누릴 수 있는 것이 훨씬 많아진다. 과학문화 선진국이 곧 과학기술 선진국이 되는 것도 같은 이치다.”

2005년 그의 부임 이래 재단의 과학문화 사업은 양적으로도 질적으로도 부쩍 발전했다는 평을 듣고 있다. 지난해 5월 아시아권에선 처음으로 세계과학커뮤니케이션 회의를 개최한 것을 비롯, 생활과학교실, 전국민생활과학경진대회 등 전문가 집단부터 일반인에 이르기까지 과학과의 소통작업을 적극 지원해 왔다.

재단이 운영하는 포털사이트 ‘사이언스 올’(Science All)은 ‘연필과 다이아몬드의 차이’, ’목소리로도 범인을 잡을 수 있을까‘ 등 흥미로운 주제를 과학상식으로 풀어내 하루 5만여건의 조회 수를 기록하고 있다. 현재 과학 전문 사이트 1위를 독주 중이다. 오는 9월에는 YTN에서 개국하는 과학TV에 운영 주체로 참여해 자문하게 되며, 2010년 전국 초·중·고교에 양질의 과학교과서를 제공하는 작업에도 박차를 가하고 있다.

그는 “시범학교들의 호응이 뜨겁다”며 “사교육 시장에도 이렇게 좋은 과학교재는 없다. 학생들이 과학을 즐겁게 배울 걸 생각만 해도 행복하다”고 말한다. 나 이사장 자신도 YTN ‘사이언스+’에 출연해 30여회 강연한 것을 ’나도선의 생명과학 이야기‘란 CD 교재로 엮어냈다. 

나 이사장은 강정모 경희대 테크노경영대학원장과의 사이에 남매를 두고 있는데, 둘 다 의대 졸업 후 생명공학자로 미국에서 활동 중이다. 가족간 대화의 중심 역시 ‘과학’이다.

그는 “과학으로 만들어진 세상에서 과학을 속속들이 누리고 있다”며 “취미와 일이 같아 정말 행복하다. 직업에선 멀지 않아 은퇴할지 모르지만, 과학에서 은퇴하는 일은 결코 없을 것이다”란 말로 인터뷰를 마무리했다.

나도선 이사장은

나도선 이사장은 여성주의적 면모가 강한 과학자다. 그는 “이번 훈장 수훈이 특히 여성과학기술계에 희망을 주는 ‘사건’이 되길 바란다”며 여성과학기술인들의 네트워킹과 리더십을 다시 한번 강조했다. 그 자신도 실험실 밖에서 여성생명과학기술포럼, 한국여성과학기술단체총연합회 등의 여성네트워킹 조직을 끊임없이 만들어냈다. 2004년에는 DNA 발견 업적을 남성 중심 관행에 의해 ‘도난’당한 여성과학자의 전기 ‘로잘린드 프랭클린과 DNA’를 번역해 여성과학인들에게 신선한 충격을 주기도 했다.

미국 노던 일리노이대에서 생화학박사 학위를 취득한 후 KIST 유전공학센터 생화학연구실장으로 초빙돼 주목을 받았다. 한국 최초로 유전자 재조합 단백질 1호에 이어 2호, 3호를 개발해냈다. 현재 울산의대 생화학교실 교수, 한국과학기술 한림원 종신회원이다. 한국로레알-유네스코 여성생명과학진흥상(2004), 과기부 ‘올해의 여성과학자상’(2004), 삼성생명 공익재단 ‘비추미 여성대상(별리상)’(2005) 등을 수상했다.  

저작권자 © 여성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