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념주의에서 실용주의로의 변화”

변화순 한국여성정책연구원 여성정책전략센터 소장

딸만 둔 집이 많다보니 앞으로 데릴사위가 늘어날 가능성도 충분히 있다고 생각한다. 한마디로 말하면 결혼제도가 이념주의에서 실용주의로 변화한다고 말하고 싶다.

가까운 일본의 경우 가업을 물려주고 재산을 유지하기 위해 데릴사위를 두는 게 보편화돼 있다. 장남인 경우에도 데릴사위를 마다하지 않는 등 철저하게 실용주의적 태도를 취한다. 그런데 우리나라는 여전히 가부장적 사고가 강하게 자리잡고 있다. 때문에 데릴사위 당사자인 남성이 자신의 뿌리를 버리고 처가에 편입해 얼마만큼 충성할 것인지는 미지수다.

데릴사위를 두고 긍정·부정을 따질 수 없지만 분명한 것은 능력 있는 딸에게도 가업을 물려줄 수 있는 분위기가 마련돼야 하지 않을까.

“사위도 가족 인식…부모 재산은 별개”

조경애 한국가정법률상담소 상담위원

백년손님인 사위를 이제는 가족 구성원으로 받아들여 자기 가족화하겠다는 걸로 볼 때 참신한 아이디어다. 하지만 이번 케이스를 보면 딸이 아닌 사위를 통해 대를 잇겠다는 관점이 강해 바람직하다고 볼 수는 없다. 아들이 없으니 가계 계승의 대외적 도구로 사위를 이용하겠다는 것인데, 실력과 재력을 겸비한 딸은 뒷짐만 지고 있으라는 건가. 더구나 1000억원의 재산을 내세운 점은 실망스럽기까지 하다.

결혼은 각 개인의 결합이다. 더구나 두 사람이 어떻게 가정을 꾸릴지는 철저하게 이들 몫으로 남겨둬야 한다. 결혼 당사자들도 처가든 시가든 부모들의 재산은 별개라는 인식을 가져야 한다.

상담을 하다보면 처가의 경제적 지원이 없다는 이유로 가정불화를 겪는 이들을 종종 접한다. 특히 요즘에는 유산 상속과 관련해 사위들이 직접 나서 아내인 딸의 몫을 찾는 경우도 쉽게 볼 수 있다. 

“어머니 성(姓)  정착 모범사례 될 수도”

박숙자 경기가족여성정책개발원장

가족관계등록법 시행을 앞두고 단연 눈길을 끄는 것은 부부 합의 하에 어머니 성(姓)을 따를 수 있게 한 것이다. 개인적으로 이번 케이스가 어머니 성 정착의 모범사례가 될 수도 있겠다고 생각했다.

데릴사위를 원하는 사람은 아들이 없는 부모들이다. 능력 있는 사위가 (내)딸의 성을 따라주겠다고 한다면 마다할 부모가 어디 있을까 싶다.   

나도 혼기를 앞둔 딸이 둘 있다. 이공계통에서 공부하는 애들이라 다른 분야의 사람들을 만나기 어렵다고 하더라. 때문에 많은 정보를 수집하고 가려내 최적격인 사람을 매칭해주는 시스템을 이용하는 것도 우리딸 같은 현대인에게 유용하리라 본다. 물론 결혼정보업체가 상업적인 결혼을 부추기지 않는다는 전제 아래 가능한 얘기다.

“부계적 사고 보는것 같아 아쉬워”

박부진 한국가족학회장(명지대 사회교육대학원장)

요즘 회자되는 ‘데릴사위제’는 부계적 사고의 한 단면을 보는 것 같아 답답하다. 아들이 가계를 이어야 하는데, 아들이 없어 사위가 대신해야 한다는 것 아닌가. 우리나라 사람들에겐 자식이 가계를 잇는 직계가족의 형태가 깊게 뿌리박혀 있기 때문에, 정작 호주제가 폐지된 마당에도 내 뒤를 이어야 한다는 생각이 강하게 남아있는 거다. 가계 계승이 목적이라면 굳이 데릴사위가 필요할까 하는 생각도 든다. 제도·법률 등 사회적 시스템은 바뀌었지만, 실제로 변화를 추구하는 문화적 시스템의 속도는 느리다.

나도 며느리가 있지만 아들네 집에 갈 때는 꼭 전화로 허락(?)을 받고 간다. 며느리가 우리집으로 들어온다는 개념이 약화되고 있다는 점에서 본다면 남자도 다른 집으로 갈 수 있지만, 재력이 전제된 데릴사위제는 어디까지나 한계가 있다고 생각한다.

“조건 중시…결혼의 주체 실종 씁쓸”

강학중 한국가정경영연구소장

1000억원 재산이 전제가 안됐어도 지원자들이 그렇게 많이 몰렸을까. 세상도 변하고 결혼에 대한 인식도 변하고 있다. ‘사랑’하기 때문에 결혼하는 사람도 있지만, 교환가치가 있느냐에 따라 결혼이 성립되기도 한다. 하지만 지나치게 ‘조건’을 중시하는 세태는 문제가 있다. 특히 이번 경우 (재산을 포함해) 뭔가 물려줄 의도로 사위를 구한다는 발상은 바람직하지 않다. 결혼 후에도 자식을 가까이에 두고 ‘관리’하겠다는 것은 건강한 가족관계를 해치는 지름길이라는 것을 부모들도 알아야 한다. 

요즘 결혼을 보면 당사자는 없고 부모가 주인공인 경우가 많다. 이번 경우도 마찬가지다. 당사자는 쏙 빠진 채 부모가 내건 ‘조건’에만 관심을 쏟는다. 과거에 비해 실리를 추구하는 사람들이 늘었기 때문에 처가에서 지원해주겠다고 하면 대부분 마다하지 않는다. 하지만 중요한 것은 경제적·정서적·도덕적으로 완전한 독립을 할 수 있도록 해주는 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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