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가가 보육비 무상지원” 한 목소리
후보들의 복지공약을 살펴보면 유사한 흐름이 읽힌다. 일하는 여성들이 직장과 가정을 동시에 감당할 수 있도록 국가가 영·유아 보육비를 책임지고, 치매·중풍 등 노인 만성질환의 치료비용을 국가가 감당하자는 것이다.
구체적으로 박근혜 전 대표는 ‘3~5세 무상보육’, ‘노인 만성질환 의료비 보장’을, 이명박 전 시장은 ‘만5세 미만 무상의료’, ‘저소득층 0~5세 보육비 50% 지원’ 등을 공약으로 제시했다. 홍준표·원희룡·고진화 의원도 각각 ‘임산부·5세 이하 무상의료’, ‘육아지원카드제 도입’, ‘만5세 이하 무상교육’을 내걸었다.
석재은 한림대 교수(사회복지학과)는 “영·유아와 노인 등 취약계층에 대해 국가 지원을 늘리자는 것은 그동안 여성계와 시민사회단체가 끊임없이 주장해왔던 것”이라며 “후보들이 일관성 있게 정책을 추진할 수 있도록 압력을 가하고 독려하는 후속 활동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남윤인순 한국여성단체연합 상임대표는 “보육시설 대다수가 민간이 운영하고 있는 상황에서 재정을 많이 투입하는 것이 국가의 책임을 다하는 것은 아니다”라며 “국·공립 보육시설 확충 등 공공인프라 구축을 위한 공약을 제시해야 할 것”이라고 지적했다.
‘양성평등 철학’은 부재
후보는 5명인데 공약은 큰 차이가 없어 “여성표를 의식한 선심성 공약의 남발이 아니냐”는 지적도 있다.
김형준 명지대 교수(교양학부)는 “2002년 대선 때도 후보들이 여성유권자를 겨냥해 무수히 많은 공약을 쏟아냈지만, 당선 이후 인수위원회가 국가정책을 선정할 때 대부분 우선순위에서 밀려났다”며 대중추수적인 공약 남발의 허울을 꼬집었다.
김 교수는 “통합적 철학을 바탕으로 내놓은 정책이어야 집권 내내 연속성을 가지고 집행할 수 있다”면서 “안타깝게도 한나라당 후보들에게서 양성평등을 실현하겠다는 철학적 접근은 찾아보기 어렵다”고 평가했다.
변화순 한국여성정책연구원 여성정책전략센터 소장은 “공약은 장밋빛인데 구체적으로 어떻게 예산을 마련하고 집행하겠다는 것인지 실현가능한 대안이 빠져 있다”면서 “한가지 공약이라도 복지정책의 실제 수요자인 여성의 입장에서 섬세하고 치밀하게 만들어야 할 것”이라고 주문했다.
한편, 한나라당은 19일 대전에서 외교·안보분야 정책토론회를 개최하고, 28일에는 서울에서 마지막 종합토론회와 집권비전 선포대회를 가질 예정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