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안가족 가능성 보여준 ‘가족의 탄생’
‘미녀는 괴로워’는 3개 부문 수상
지난 8일 열린 올 대종상 시상식의 화두는 단연 ‘여성’이라고 할 수 있다. 여성 중심의 대안가족을 다룬 영화 ‘가족의 탄생’이 최우수작품상을 받았고, 여성을 단독 주인공으로 내세워 외모 지상주의와 성형 열풍을 풍자한 영화 ‘미녀는 괴로워’가 여우주연상 등 3개 부문을 휩쓸었다.
칸 영화제에서 여우주연상을 수상한 ‘밀양’의 전도연도 특별상을 받아 의미를 더했다.
영화 ‘가족의 탄생’은 여성주의를 전면에 내세우지는 않았으나 기존의 일반적인 가족 형태 대신에 여성이 중심이 된 대안가족의 가능성을 보여주었다는 측면에서 새로운 여성주의 영화의 신호탄을 올린 것으로 평가할 수 있다.
영화평론가 유지나씨는 “기존에는 가부장적 가족의 해체가 곧 가족의 붕괴로 이어졌지만 이 영화는 붕괴된 가족 대신 여성 중심 공동체를 대안으로 제시했다는 점에서 여성주의적 영화로 볼 수 있다”고 말했다.
유씨는 “어머니부터 자식까지 2세대를 조명함으로써 새로운 가정의 형태가 일시적인 것이 아니라, 순환되고 이어질 수 있다는 것을 암시한 점도 성공적”이라고 평가했다. ‘가족의 탄생’은 최우수작품상 외 시나리오상을 수상했다.
한편, 성형미인을 다룬 영화 ‘미녀는 괴로워’는 12개 부문에 노미네이트되고 여우주연상과 음악상, 촬영상을 수상하며 주목을 받았다.
여우주연상을 받은 김아중은 하루 6시간씩 특수분장을 하고 주제곡을 직접 부르는 등 혼신의 힘을 쏟았다. 95㎏의 립싱크 전문가수가 전신성형을 한 후 48㎏의 늘씬한 미녀가 돼 가수로 성공한다는 내용. 영화는 성형, 다이어트, 연예인 사생활 등의 핫이슈를 전면에 내세워 우리 사회의 외모 지상주의와 성형 열풍을 들여다보았다.
하지만 이같은 다각도의 해석은 뒤로 한 채 시상식장에서 여배우들의 가슴 노출이나 각선미 등에 여론의 시선이 맞춰진 점은 아쉬움으로 남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