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 들어 1·11대책 등 정부가 내놓은 각종 규제정책으로 아파트값 상승에 제동이 걸리면서 주택시장은 약세로 돌아섰다. 지난해 말 ‘광풍’이라 이를 만큼 전국이 부동산 열기에 휩싸였던 게 언제였나 싶게 180도 달라진 분위기다. 뉴스에 매일같이 오르내리던 부동산 소식은 어느덧 주식 얘기로 바뀌었다. 이런 시장 분위기를 읽은 것일까? 정부는 당초 이달 말 정도로 예정했던 분당급 신도시 발표 시기를 앞당겨 지난 1일 갑작스레 동탄2신도시 계획을 발표했고, 시장의 관심은 온통 ‘東동탄’(제2동탄)으로 쏠렸다.

그러나 올 최대의 부동산 관련 이슈로 꼽혔던 신도시 발표였건만 막상 뚜껑을 열고 보니 시장 분위기가 싱겁기 그지없다. 지난해 검단신도시 발표 때는 적어도 3개월은 이어졌던 ‘신도시 효과’가 발표 이후 한달도 채 안된 지금 벌써 주춤해진 모습이다.

발표 직후 동탄1신도시는 하루 사이 호가가 5000만원씩 치솟고 강남권 아파트까지 갑자기 술렁이기 시작했으나 그것도 잠시, 지금은 오히려 가격이 내려갈 태세다. 사겠다는 사람은 뚝 끊기고 팔겠다는 문의만 급증하고 있는 것. 이런 모습은 지난해 10월 검단신도시 발표 직후 인천 서구 일대 집값이 크게 요동쳤던 것과는 너무도 다른 양상이다. 검단신도시 발표 때는 처리가 안돼 골치였던 미분양마저 하루 사이 청약자들이 모델하우스에 길게 줄을 섰고, 강남 아줌마들이 현금을 들고 인천 중개업소로 뛰어갔다는 소문도 들려왔다. 이와 비교하면 동탄2신도시 파장은 생각보다 너무 미지근하다. ‘분당급’이라는 이름이 무색할 정도다.

분당급 신도시 발표는 주변 집값은 물론 강남 집값을 다시 자극시킬 수 있다는 점에서 올 하반기 중요 변수로 꼽혔지만 결국 ‘상승요인’이 되지는 못했다. 검단신도시와 동탄2신도시의 양상이 다른 것은 이번 동탄2신도시의 경우 ‘고분양가 후폭풍’이 없어졌기 때문. 동탄2신도시는 분양가 상한제로 평당 800만원대 정도의 저렴한 가격에 분양이 계획돼 있다. 이에 따라 기존 동탄1신도시는 오히려 가격이 더 비싼 만큼 집값이 상승하기는커녕 하락할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 게다가 향후 동탄2신도시에만 10만여가구가 쏟아질 예정이어서 '공급 쇼크'마저 우려된다. 이로써 당초 예상과는 다르게 신도시 발표는 주변 주택시장을 자극하기보다는 오히려 안정시키는 효과를 내고 있는 셈이다.

강남권의 경우 당분간 공급 물량이 거의 없는 데다 신도시 입주 시점까지는 시간이 남아있어 수급 불균형에 의한 단기적인 오름세는 불가피할 전망이다. 하지만 대규모 신도시들의 입주가 시작될 경우 수도권 전체적으로는 매물 증가에 따른 가격 하락이 나타날 수 있다. 아직 ‘대선’이라는 변수가 남아있긴 하지만 요즘같이 집값 안정이 초미의 관심사인 시기에 적극적인 규제 완화를 공약으로 내세우기는 쉽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또 오는 9월 분양가 상한제 실시를 앞두고 금리 인상과 담보대출 제한으로 자금줄이 막힌 수요자들은 더욱 몸을 움츠릴 것으로 판단된다. 따라서 큰 변수가 나타나지 않는 한 올 하반기에도 주택시장은 안정세를 나타낼 가능성이 커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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