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계명족’, ‘BMW족’ 등 신조어들 탄생
대중교통 이용에 소형차 갈아타기 급증
서울 시내 일부 주유소의 휘발유 가격이 1800원에 육박하는 등 하염없이 치솟는 기름값 때문에 서민경제가 울상이다. 그렇다고 해서 “기름값 무서워 차 못타겠다”며 무작정 차를 놀릴 수만도 없는 노릇. 고유가 시대를 헤쳐가는 알뜰 ‘油테크’ 비법을 소개한다.
운전습관 바꾸고 할인카드 쓰고
지난해 고유가 행진 때 유행처럼 번졌다가 사라진 ‘油테크 10계명’이 다시 부상하고 있다.
영업직에 근무하는 한상현(29·경기도 화성)씨는 최근 회사 동료로부터 油테크 10계명을 전수받고 실천에 옮기는 중이다.
평소 운전습관이던 급가속, 급출발, 급제동 등 급(急)자가 들어가는 운전습관부터 바꾸려고 노력하고 있다.
한씨는 “최소한 급출발이나 급제동 등을 하지 않아도 15% 정도 연료 낭비를 줄일 수 있다”며 “어쩔 수 없이 차를 끌지만 조금이라도 기름값을 덜기 위해 애쓰고 있다”고 말했다.
인터넷을 통해 사전에 주유소별 기름값을 확인하고 기름을 넣는 사람들도 늘고 있다. 주부 안연경(36·경기도 과천)씨는 “인터넷을 검색하다 주유소별 가격이 천차만별인 걸 확인하고 놀란 뒤부터 서울권보다는 집에서 가까운 안양에서 기름을 넣는다”며 “남편과 같이 비교분석표를 작성해 2㎞ 정도 떨어진 주유소를 찾는다”고 말했다.
안씨는 “바쁜 맞벌이 생활에 차는 필수”라며 “절약할 수 있는 방법을 찾다보니 집에서 조금 멀더라도 기름값이 저렴한 주유소를 찾게 됐다”고 말했다.
회사원인 김인경(31·서울시 서초구)씨는 아이들 때문에 2년 전에 운전면허를 땄다. 김씨는 그때그때 필요한 만큼만 주유하는 알뜰족. 기름이 다 떨어질 때까지 기다리지 않고 신용카드로 할인되는 주유소가 눈에 띄면 여유있게 주유를 한다.
차 바꾸고 버리고 자전거로
결혼 3년차인 김진호·유하영(경기도 수원시) 부부는 1800㏄ 경유차를 팔고 800㏄ 소형차 1대를 장만했다. 빠듯한 생활에 교통비라도 줄여보겠다는 심산이었다.
부인 유씨는 “맞벌이라곤 하지만 생활비 부담이 상당하다”며 “장볼 때 간간이 이용했는데 조금 불편하더라도 아예 대중교통으로 갈아탈 생각도 하고 있다”며 한숨지었다.
지난해 출퇴근용으로 2000㏄ 중형차를 구입한 정웅태(31)씨는 “작년에는 일주일에 3만원 정도 넣었는데 요즘은 4만원을 훌쩍 넘긴다”며 “맑은 날에는 자전거로 출퇴근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이들 부부와 같이 교통비를 절약하기 위해 ‘차를 버리는’ 사람들을 가리켜 ‘BMW족‘이라는 신조어가 생겨났다. 버스나 자전거(Bus, Bicycle), 혹은 지하철(Metro), 도보(Walking) 등으로 출퇴근하는 사람들을 일컫는다.
영업직인 김한영(28·서울시 길음동)씨는 지난해 개인차량을 배기량 1500㏄에서 2000㏄급으로 바꾼 것이 실수였다는 사실을 뒤늦게 깨달았다.
김씨는 “50ℓ를 넣으면 8만원이 훌쩍 넘어버린다”며 “회사에서 교통비로 25만원을 지원하지만 턱없이 부족해 10만~15만원 정도는 직접 부담해야 한다”고 말했다.
통계청이 최근 발표한 자료에 따르면 휘발유, 액화천연가스(LPG), 경유 등 자동차 연료비는 올들어 5월 말까지 7.8%가 올랐다. 전체 소비자물가 상승률 1.9%에 비해 무려 4배나 높다.
이처럼 기름값이 치솟고 있지만 세계 석유 수급이 좀처럼 회복될 기미가 없어 ‘고유가 시대’는 기정사실로 받아들여야 할 처지다.
휘발유값 폭등의 주요 이유는 일단 해외로부터 도입되는 원유가의 상승을 꼽을 수 있다. 현재 휘발유 평균가격은 이달 초 ℓ당 1554.04원을 기록하는 등 17주 연속 상승하며 사상 최고치를 기록 중이다. 이는 지난해 8월 셋째주 최고치인 1548.01원을 넘어선 상태. 현재 국제유가가 계속 오르고 있기 때문에 상승 압박은 더욱 커질 것으로 보인다.
대책 마련에 나선 정부는 석유제품의 기본관세를 5%에서 하반기부터 할당관세를 적용해 2%포인트 낮추기로 했다. 정부가 소비자가격의 하락을 기대하며 유류관세를 소폭 조정하긴 했지만 가파르게 오르고 있는 휘발유값을 잡을 수 있을지는 의문이다. 바야흐로 油테크가 뜨는 세상이다.
고유가시대 연료절약 10계명
1. 가능한 한 차를 가볍게 하라
2. 타이어 공기압은 알맞게 유지하자
3. 과다한 워밍업은 “안돼요”
4. 필요없는 공회전을 삼가라
5. 성급한 급출발은 연료낭비
6. 브레이크는 부드럽게 밟아라
7. 기어변속은 차량속도에 맞춰라
8. 에어컨은 적당히 사용하라
9. 뜨거운 여름, 직사광선은 피하라
10.소모성 부품 교환은 미리미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