죄악시 하거나, 두려워 하거나
왜곡된 성에 대한 다양한 고찰…문화인류학·의학적 관점서 본 여성사

여성의 성에 대한 솔직한 담론으로 국내에서도 큰 인기를 끌었던 미국 시트콤 ‘섹스 앤 시티’에서 샬롯은 외음통에 걸려 약을 복용한다. 이 일을 계기로 친구들과 이야기를 하던 샬롯은 한번도 자신의 성기를 제대로 본 적이 없음을 고백한다.

1920년대 미국의 한 전도사는 설교를 하기 전 여성들에게 다리를 꼬아달라고 부탁했다. 여성들이 다리를 꼬자 그는 이렇게 말했다. “좋습니다, 형제들이여. 이제 지옥의 문이 닫혔으니 설교를 시작하겠습니다.”

여성의 성기는 늘 금기의 대상이었다. 음부(pudenda)라는 단어는 ‘부끄러운’을 뜻하는 라틴어에서 비롯됐고, 사람들은 여성 성기를 지칭하기 위해 오랫동안 ‘아래쪽’ 거기’ 등의 비유적 명칭을 썼다. 현대에 이르기까지 여성의 음모와 음부 등을 그리는 것은 터부시됐다.

감춰졌던 여성 성기에 대해 자유롭고 거침없이 접근한 연구서가 출간됐다. 네덜란드의 성과학자이자 페미니스트 의사인 옐토 드렌스는 여성 성기에 대한 역사적 지식과 현상을 총망라해 ‘버자이너 문화사’를 썼다.

저자에 따르면, 오랫동안 남자들은 여성 성기를 죄악시하거나 두려워했다. 프로이트는 여성의 성을 ‘어두운 대륙’이라 불렀으며, 클뤼니의 성 오도는 질을 가리켜 ‘악마의 낙인’이라고 했다. 의학이 발달하던 시기의 의사들은 언제나 여성의 질병을 자궁에 연결지어 생각했다. 여성 성기를 죄악시하다 보니 정조대를 비롯해 음부 봉쇄, 처녀성 검사 등 기괴한 문화적 풍습이 생겨났다. 클리토리스 절제를 생각하면 주로 아프리카를 떠올리지만 빅토리아 시대까지도 영국이나 미국에서는 의학의 이름으로 클리토리스 절제시술이 버젓이 자행됐다.

그런가 하면 월경하는 여성의 음모가 뱀으로 변한다는 속설이 돌고, 전쟁시 적국 창녀들의 질 안에는 면도칼이 들었다는 소문이 생기는 등 여성 성기에 대한 두려움도 컸다. 저자는 여성 성기에 대한 왜곡된 역사를 낱낱이 고하고, 여성들이 성에 대한 금기를 깨트리기 위해 어떤 활동을 했는지 설명한다.

이밖에도 저자는 역사적, 해부학적, 인류학적, 생물학적 관점에서 여성 성기의 역할과 기능을 다양하게 고찰하고 있다. 인체의 장기로서 해부학적 구조와 생리학적 작동을 묘사하고, 성적 기관의 관점에서 오르가슴과 G스폿에 대한 진실을 파헤치며, 생식기관의 관점에서 월경과 임신, 출산, 폐경에 따른 변화를 설명했다.

성기에 얽힌 갖가지 일화도 재미있다. 여성 자위기구인 바이브레이터는 여성의 신경증을 치료하기 위해 성기 마사지를 시도하다가 개발됐고, ‘해리 포터’ 마케팅 열풍을 타고 만들어진 장난감 빗자루가 진동기능으로 인해 일종의 바이브레이터 역할을 하는 바람에 아이들이 ‘탈진할 때까지’ 가지고 놀았다는 웃지 못할 사례 등이 가득하다. 옐토 드렌스 지음/ 김명남 옮김/ 동아시아/ 2만2000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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