역사학자로 30년간 여성사 연구 매진
“날마다 새로운 도전…이젠 세계에 알려아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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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진숙 한국여성연구원 상임연구원은 기존 여성학에 역사학을 접목시켜 발전시킨 특이한 인물이다.

이화여대에서 서양사로 석·박사 학위를 받은 그가 여성학과 인연을 맺은 것은 지난 1977년 이대 한국여성연구원이 문을 열면서부터. 이후 연구원 터주대감이자 우리나라 여성학 발전의 산 증인으로 자리를 지켜왔다. 그 결과 지난달 31일 이화여대 창립 121주년 기념식에서 30년 근속 표창을 받았다.

“날마다 새로운 도전이었습니다. 연구에 몰두하다보니 30년이 제게는 3년 정도로만 느껴지네요. 요즘 젊은 사람들은 저를 구시대 유물이나 희귀동물쯤으로 보겠죠?”(웃음)

박 연구원은 연구원 설립 직후 당시 같은 연구원으로 있던 이미경 현 열린우리당 의원과 함께 여성학 강좌 개설을 위한 프로젝트를 준비하기도 했다.

뜨거운 열정을 자랑하던 젊은 사학도 시절, 그가 배운 역사는 여성이 부재한 남성 중심의 역사였다고 그는 회고했다. ‘여성’에 대해 특별히 공부한 적도 없던 그가 여성학에 매료되면서 밤을 새워가며 프로젝트에 매달렸다. 92년에는 대학원 여성학과 설립에도 참여했다.

“당시만 해도 ‘여성학’은 생소했죠. 어쩌다 집안 모임에서 ‘여성학’에 대한 얘기를 꺼내면 찬물을 끼얹은 것처럼 썰렁해지곤 했어요. 여성학이 학문으로 탄탄하게 자리잡은 걸 보면 격세지감을 느낍니다.”

그는 지난해 9월 이배용 이화여대 총장의 뒤를 이어 2대 한국여성사학회장을 맡았다. 창립한 지 3년이 채 안됐지만 여성사가 역사학에서 독립된 분과학문으로 자리매김할 때까지 회원들과 함께 연구활동에 온 힘을 기울일 생각이라고 그는 밝혔다.

박 연구원은 오는 8월 불가리아 소피아에서 열리는 세계여성사대회에 회원들과 함께 참가해 우리나라 여성사의 저력을 보여줄 생각이라고 덧붙였다.

“올해엔 제 전공을 살려 연구원 30년사 발간사업에 주력할 생각입니다. 앞으로 연구원이 다양한 여성학 이슈를 어떻게 끌어낼지 지켜봐주세요.” 박 연구원은 밀려드는 일 때문에 한숨 돌릴 틈도 없어 불평이 나올 법도 하지만 오히려 “취미가 없는 게 취미”라며 밝게 웃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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